[이뉴스투데이 한민하 기자] 호텔 객실 단가(ADR)와 브랜드 가치, 자산 경쟁력까지 좌우하는 핵심 지표인 ‘성급’에 평가자의 주관적 체감이 개입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됨에 따라 등급 자체에 대한 신뢰가 흔들리고 있다. 호텔이라는 복합 운영 산업의 전문성과 인적 자원 관리 역량이 단발성 ‘인상 평가’ 중심으로 판단될 경우 성급 신뢰도와 시장 가치 역시 흔들릴 수 있다는 지적이다.
9일 한국관광협회중앙회에 따르면 현행 관광 호텔 등급 평가는 객실 규모와 부대시설, 안전·위생 등을 평가하는 정량 평가와 서비스 품질 등 정성 평가를 병행하는 구조다. 평가요원은 호텔업 경력자와 관광·호텔 관련 교수·연구원 등으로 구성된 전문가 평가요원과 소비자 관점에서 서비스를 평가하는 소비자 평가요원으로 나뉘며, 현장평가와 불시평가, 암행평가 등을 통해 호텔 운영 수준을 종합적으로 점검한다.
소비자 평가요원 선발은 소비자 관련 기관·단체 경력자나 관광 분야 업무 경험자 등을 중심으로 이뤄지나, 업계에서는 이들을 호텔 운영 전반을 온전히 꿰뚫는 전문성이 부족하다는 점을 한계로 보고 있다.
호텔 성급은 객실 가격 책정, OTA 노출, 외국인 관광객의 숙소 선택 과정 등에 활용되는 기준 중 하나로 사용된다. 업계에서는 성급 영향력이 커질수록 평가 기준의 객관성과 일관성의 중요성 역시 함께 커질 수 밖에 없다는 데 방점을 둔다.
특히 호텔 입장에서는 성급 유지 자체가 객실 판매 전략, 브랜드 포지셔닝, 운영 계획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만큼 평가 결과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성급은 3년 단위로 갱신평가를 받으며, 원하는 등급을 유지하지 못할 경우 개선·재평가를 거쳐야 하는 구조다. 이 과정에서 시설 보완, 인력 운용, 컨설팅, 심사 대응 등에 비용이 들면서 부담 요소로 꼽히기도 한다.
문제는 호텔의 시장 가치 형성에 영향을 미치는 서비스 영역에서 평가자의 경험과 해석이 개입될 수 있다는 점이다. 객실 규모나 안전·위생처럼 수치화 가능한 항목과 달리 서비스 평가는 어떤 응대를 ‘좋은 서비스’로 볼 것인지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고객 요구를 적극 수용하는 방식과, 운영 원칙과 매뉴얼 안에서 전문적으로 상황을 해결하는 방식 중 어느 쪽에 무게를 두느냐에 따라 판단 기준이 달라질 수 있다는 데 주목한다. 동일한 상황에서도 평가자 관점에 따라 결과 해석이 달라질 가능성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실제 운영 전문성보다 소비자 체감과 인상 평가가 상대적으로 크게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서비스 평가가 자칫 ‘친절도 평가’ 중심으로 흐를 경우 호텔의 실질적인 운영 역량과 시스템 완성도가 충분히 반영되지 못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호텔이 단순 접객업이 아닌 안전·위생, 객실 운영, 인력 관리, 위기 대응 체계 등이 유기적으로 연결된 산업이라는 이유에서다.
익명을 요청한 서울 소재 A 호텔 관계자는 “호텔 서비스는 운영 완성도와 대응 체계가 중요한 업종”이라며 “현장에서는 실제 전문성이 중요한 부분이 많은데 이를 비전문가가 평가하는 구조에 부담을 느끼는 경우도 있다”고 토로했다.
특정 시점의 우발적 상황이 등급 평가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 역시 한계로 꼽힌다. 복수의 검증원이 시차를 두고 교차 방문해 평가 신뢰도를 높이는 글로벌 인증 체계와 비교했을 때, 국내 호텔 등급 평가는 현실적으로 예산과 인력 한계로 인해 단발성·현장 중심 평가 성격이 강하다는 것이다. 업계 안팎에서 신뢰도 확보를 위한 보완 장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배경이다.
최근 서비스·운영 품질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는 점에서 이 같은 논란이 더 부각되고 있다. 이전까지는 로비 규모와 객실 수, 부대시설 등의 경쟁이 중심이었다면 체크인 응대, 컴플레인 처리, 외국어 서비스, 위기 대응 등 실제 체류 경험과 연결되는 운영 완성도가 경쟁력 요소로 부상하고 있어서다.
특히 럭셔리 호텔 공급 확대와 함께 객실·부대시설 경쟁이 상향 평준화되면서 고객 만족도, 재방문율, 프리미엄 객실 판매율 등이 서비스 품질과 운영 역량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시각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서비스 평가 특성상 일정 수준의 주관 개입이 불가피하다고 보지만, 성급처럼 시장 영향력이 큰 지표일수록 평가 기준과 검증 체계를 더 정교하게 다듬을 필요가 있다는 데 입을 모은다.
정란수 한양대 관광학부 교수는 “서비스는 본질적으로 주관성이 개입될 수밖에 없는 영역이라 호텔 입장에서는 평가가 모호하거나 불합리하게 느껴질 가능성이 있다”며 “특히 서비스를 어떤 개념으로 판단하는지에 따라 기준이 달라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미쉐린 같은 글로벌 평가 시스템은 복수 평가와 교차 검증을 반복하며 일정 수준 신뢰도를 확보하지만, 호텔 등급 평가는 현실적으로 예산과 인력 한계가 있다”며 “단순 인상 평가가 아니라 문제 해결 능력과 운영 전문성을 보다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방향으로 기준이 고도화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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