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전세라 기자】 5월에는 좀 더 가벼운 마음으로 극장을 찾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영화진흥위원회는 영화 관람 6000원 할인권을 오는 13일부터 배포한다고 밝혔는데요. 최근 극장가에 활기를 더하기 위한 다양한 지원이 이어지는 가운데 전시와 공연계에서도 관객들의 발걸음을 이끌 다채로운 작품들이 잇따라 공개되고 있습니다.
홍상수 감독의 신작부터 몸으로 직접 체험하는 전시, 단 한 번의 우연으로 완성되는 실험적 연극까지. 올봄 감각을 깨워줄 문화예술 소식들이 기다리고 있는데요. 이번 주도 어김없이 ‘무엇을 볼까’, ‘어디를 갈까’ 고민하는 분들을 위해 엄선한 문화예술 소식을 지금 바로 전해드립니다.
영화 그녀가 돌아온 날
그가 다시 돌아왔다
현재 한국 영화계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거장 중 홍상수 감독만큼 호불호가 심한 감독은 없을 것 같습니다. 그의 영화는 종종 ‘일상의 파편을 현미경으로 들여다보는 작업’에 비유되곤 하는데요. 일상의 찌질함과 위선을 가감 없이 드러내면서도 반복과 변주를 통해 삶의 미세한 균열을 포착해내는 홍상수 특유의 문법 때문에 그의 작품을 본 관객 중 다수가 ‘대리 수치심을 느낀다’라고도 하죠. 그래서 그의 작품은 거창한 서사나 명확한 교훈을 찾으려 하기보다 그 순간의 공기나 인물들의 말맛을 즐기는 것이 좋은데요. 미니멀리즘의 정수를 보여줄 홍상수 감독의 신작이 다시 한번 씨네필들을 토론의 장으로 이끌 전망입니다.
영화 <그녀가 돌아온 날> 은 홍상수 영화답게 단출합니다. 모든 장면이 흑백으로 구성된 이번 작품은 결혼과 이혼을 거치며 연기를 중단했던 배우가 세상에 다시 얼굴을 내미는 하루를 담았는데요. 잊혀진 여배우는 자신이 출연한 독립영화 개봉을 위해 낯선 취재진 앞에 서서 세 차례의 인터뷰를 소화하며 켜켜이 쌓인 과거의 기억을 더듬습니다. 이후 연기 수업에 참여해 낮의 대화를 재현해 보려 하지만, 정작 가장 결정적인 순간의 기억이 증발해 버리는 기묘한 경험을 하게 되죠. 그녀가>
특히 이번 작품은 홍상수 감독 특유의 미니멀리즘과 즉흥성의 정수를 보여주는 작품이라고도 평가받습니다. 영화는 단 4일간의 촬영 기간과 최소한의 배우, 열 개가 채 되지 않는 쇼트들로 구성됐는데요. 제작부터 각본, 촬영, 음악까지 홍상수 감독이 직접 도맡아 완성된 이번 작품은 7년 연속 베를린국제영화제 초청이라는 대기록으로 해외 유수의 영화제에서 여전히 그가 사랑받는 이유를 짐작하게 하죠. 이번 작품 역시 단숨에 이해하기는 어렵지만 홍상수 감독만의 순수한 영화적 활력을 엿볼 수 있는 영화라는 사실은 분명합니다.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기억의 불안정함과 예술의 신비를 탐구하는 영화 <그녀가 돌아온 날> 은 현재 전국 극장에서 만나볼 수 있습니다. 그녀가>
전시 다른 공간 안으로
잊혀진 여성, 다시 쓰인 예술
전시의 여러 방식 중에서도 설치(Installation)는 예술을 사고팔 수 있는 하나의 상품으로만 보는 상업적 경향에 반대하며 탄생했습니다. 전통적인 미술의 틀을 깨고 예술을 삶과 연결하려는 시도 속에서 탄생한 이 방식은 작가의 의도와 관객의 체험을 강조하는 형태로 발전했는데요. 이러한 예술의 태동 속에서도 설치 미술을 개척했던 여성 작가들은 외면받아왔죠. 그런 여성 작가들과 그들의 작업을 재조명하는 전시가 관객들을 찾아왔습니다.
리움미술관은 기획전 <다른 공간 안으로: 여성 작가들의 공감각적 환경 1956–1976> 에서 ‘사라진 예술’을 현재로 다시 불러냈습니다. 미술사학자와 보존연구가, 작가 유족들과 협업해 오래된 도면과 사진, 비평 자료 등을 토대로 작품들을 실물 크기로 복원한 것인데요. 아시아, 유럽, 남·북미를 아우르는 여성 작가 11인으로 구성된 이번 전시는 단순히 여성 작가들을 재조명하는 데 그치지 않고, 설치와 환경 예술의 역사를 새롭게 다시 쓴다는 점에서 의미를 갖죠. 다른>
붉은색 비닐 작품 안으로 직접 들어가 공간의 물리적 변화를 감각할 수 있는 야마자키 츠루코 작가의 작품부터 인간이 일생의 절반을 매트리스 위에서 시간을 보낸다는 사실에 주목해 관람객이 매트리스에서 쉬며 타인과 물리적으로 접촉하고 소통할 수 있는 아르헨티나 작가 마르타 미누힌의 <뒹굴고 살아라!> 까지 독특한 주제의식과 방식을 선보이는 작품들이 준비돼 있는데요. 이 중에서도 130kg이 넘는 거위 털을 직접 휘뿌리며 여성 작가들이 마주했던 억압과 해방의 감각을 직관적으로 체험할 수 있는 미국 작가 주디 시카고의 <깃털의 방> 은 SNS에서 큰 화제를 모으기도 했습니다. 또 1970년 전시 도중 강제 철거됐던 작품을 56년 만에 복원한 한국 여성 작가 정강자의 <무체전> 역시 주목할만하죠. 무체전> 깃털의> 뒹굴고>
이처럼 전시 <다른 공간 안으로> 의 작품들은 쉬이 잊혀지지 않을 정도로 관람객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깁니다. 그런데 이 작품들이 말하는 메시지를 따라가다 보면 결국 '여성'이라는 주제로 귀결되는데요. 남성 중심의 미술사에서 배제돼왔던 여성 작가들이 새롭게 개척한 예술 언어를 감상하다 보면 ‘여성은 어떤 방식으로 공간과 사회 속에 존재해왔는가’에 대해 자연스레 질문하게 됩니다. 다른>
인상적인 작품들을 통해 감각과 지각의 경계를 넓혀주는 전시 <다른 공간 안으로: 여성 작가들의 공감각적 환경 1956–1976> 은 오는 11월 29일까지 서울 용산구에 위치한 리움미술관에서 만나볼 수 있습니다. 다른>
공연 화이트 래빗 레드 래빗
돌아오지 않는 우연, 돌아올 수 없는 공연
연극은 아주 오래전부터 인류와 함께해온 예술입니다. 연극의 생생한 에너지, 이야기가 주는 힘 등 저마다의 다른 이유로 연극을 좋아하실 텐데요. 연극이 가진 여러 특성 중에서도 오직 그날, 그 자리에서만 완성되고 다시는 똑같이 반복될 수 없다는 ‘일회성’은 연극의 가장 중요한 매력 중 하나죠. 이러한 일회성을 극대화해 파격적인 공연으로 무대와 관객을 놀라게 한 작품이 다시 찾아왔습니다.
연극 <화이트 래빗 레드> 은 현대 연극의 문법을 뒤흔든 작품입니다. 연출가의 지휘 아래 리허설을 거쳐 완성된 무대를 선보이는 기존 연극과 달리 이 공연에는 연출가도 연습도 없습니다. 연극은 그날의 배우가 무대에 올라 한 번도 읽어본 적 없는 ‘오늘의 대본’을 처음 펼쳐 들며 시작하는데요. 다음 장면을 알지 못한 채 즉흥적으로 반응하고 관객과 호흡해야 하는 이 형식은 배우가 단 한 번만 출연할 수 있다는 규칙과 더해져 공연의 신비함을 증폭시키죠. 화이트>
얼핏 허무맹랑하게 들릴 수 있는 이 공연은 이미 해외에서 큰 주목을 받은 작품입니다. 우피 골드버그, 존 허트, 알란 커밍 등 세계적인 배우들이 이 무대에 참여했는데요. 지난해 국내에서도 33인의 배우진으로 관객을 만나 큰 반향을 일으켰습니다. 올해는 ‘젊음’이라는 키워드와 함께 18명의 새로운 배우들이 참여해 또 다른 에너지의 <화이트 래빗 레드> 을 선보일 예정이라고 합니다. 화이트>
작품의 탄생 배경 역시 극의 형식만큼이나 특별하죠. 이란 출신 극작가 낫심 술레이만푸어는 과거 병역 거부로 여권 발급이 제한되며 고국 밖으로 나갈 수 없었는데요. 그는 자신은 떠날 수 없지만 자신의 이야기는 국경을 넘어가길 바랐고 그 결과 ‘배우가 무대 위에서 처음 대본을 읽는다’는 전례 없는 형식의 연극을 만들게 됐습니다. 이러한 연극적 독창성을 인정받아 작품은 2011년 ‘프린지 퍼스트상’을 수상했으며 30개국 이상에서 공연됐죠.
직접 보지 않으면 작품을 가늠조차 할 수 없는 연극 <화이트 래빗 레드> 은 오는 27일부터 6월 7일까지 서울 중구에 위치한 세종문화회관 S씨어터에서 만나볼 수 있습니다. 화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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