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1년 지은 2층 양옥…전북도지사 관사를 음악·미술공간으로
청년·장애인 등 모두에 열린 문화 플랫폼으로 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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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연합뉴스) 임채두 기자 = 전국의 관광객들로 주말이면 인산인해를 이루는 전주 한옥마을.
한옥마을 한가운데 태조 이성계의 발자취가 서린 경기전을 마주 보고 우뚝 서 있는 새하얀 복층 주택이 눈길을 끈다.
권위주의, 예산 낭비의 산물로 지적받아 2022년 민선 8기 출범과 함께 도민 품으로 돌아온 옛 전북도지사 관사다.
역대 도지사들이 생활했던 공간은 음악회, 전시 공간으로 탈바꿈, 청년 예술인들과 관광객들의 발길을 이끌고 있다.
◇ 도백(道伯) 손때 묻은 양옥 관사
하얀양옥집은 흰색 외벽에 붉은 기와지붕을 얹은 전형적인 1970년대 양옥의 모습이다.
키 낮은 한옥 건물들 사이에서 쉽게 눈에 띈다.
출발은 전북은행장 관사였다.
1971년 3월 21일 지어진 관사에 전북은행장이 처음으로 입주했다.
5년 후부터는 19년간 전북도 부지사 관사로 쓰였다.
도지사 관사로 사용된 것은 1995년부터다.
관사를 거쳐 간 도지사는 유종근, 강현욱, 김완주, 송하진 등 4명이다.
초록의 잔디가 깔린 앞마당부터 2층까지 도지사의 손때가 곳곳에 묻은 행정의 유산이다.
도백의 살림살이로 채워진 이 공간은 주민들에게 늘 궁금한 곳이었다.
관사를 외관으로만 접한 주민들은 그래서 이를 '하얀집'으로 불렀다.
발음의 편이성 탓에 하양집으로 불리기도 했다.
지금의 이름도 그래서 붙여졌다.
주민은 물론 관광객, 외국인들에게 친근하게 다가가기를 바라는 마음도 담겼다.
하얀양옥집의 개방은 2022년 김관영 도지사때 결정됐다.
당시 관사가 권위주의·예산 낭비의 산물로 지적받으면서 전국의 민선 8기 단체장들이 줄줄이 관사에 입주하지 않았는데, 김 지사도 이에 동참해 관사를 사용하지 않기로 했다.
전북도는 관사를 복합문화공간으로 새로 단장하고 2024년 5월 개방했다.
◇ '누구든 예술가가 되는 집'…관사의 변신
하얀양옥집의 지향점은 전문 예술인이 아닌 '생활 예술인'의 공간이다.
도지사 응접실과 서재, 침실 등에 다양한 예술 작품이 걸리고 선율이 녹아들었다.
완주 화정마을 할머니의 꽃 그림, 아이들의 그림일기, 청년 예술인의 첫 연주 등이 이곳에서 열렸다.
개방 이후 지금까지 기획전시와 음악회, 공연 등이 25차례나 열렸다.
청년 작가는 물론 전북 무형유산인 색지장, 초등학생, 도내 외 지자체, 발달 장애인 예술인 등이 공간을 활용했다.
발달 장애 예술인들의 작품을 소개한 기획전시 '같을 수도, 다를 수도 있지', 노년 세대 어르신들의 문화예술 창작 결과물을 선보인 기획전시 '서툴지만 반가운, 나의 예술!'은 하얀양옥집 방문객들에게 깊은 공감과 위로를 전했다.
공공 문화공간으로서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복지 사각지대를 없애는 노력의 일환이라고 전북도는 설명했다.
김관영 지사는 응접실을 청년 예술인들과의 간담회 장소로 사용하면서 문화·예술산업 육성에 힘을 쏟기도 했다.
개관 직후부터 올해 4월까지 누적 방문객만 14만7천300여명이다.
하얀양옥집은 현재 '그림책'으로 꾸며져 있다.
오는 31일까지 이어지는 기획전시 '작은 만남에서, 우리의 바다로'를 위해서다.
멸종위기종 상괭이와 '씨글래스(바다에 버려진 유리)'를 소재로 생태 공존의 가치를 전하고 있다.
2층은 역대 도지사들의 집무실을 그대로 보존, 이곳이 옛 관사였음을 알리고 있다.
'전북특별자치도지사' 명패가 올려진 책상에는 '도지사님에게 편지를 남겨주세요'라고 적힌 메시지가 놓여있다.
하얀양옥집 방문자들로부터 '날것의 이야기'를 듣고 도정에 반영하기 위함이다.
'백인의 서재'에는 도내 인사가 추천한 도서를 진열하고 책 소개를 해놓았다.
◇ 어디까지 진화할까…지속 가능한 '문화 플랫폼'으로
전북도와 전북문화관광재단은 하얀양옥집을 '지속 가능한 문화 플랫폼'으로 키워나갈 로드맵을 그리고 있다.
먼저 하얀양옥집의 지향점인 '누구나 예술가가 되는 집'을 모토로 장애인, 노약자 등이 문턱 없이 즐길 수 있는 무장애 편의시설을 지향한다.
50여 년의 세월을 간직한 하얀양옥집의 역사적 가치를 보존하면서도 전주 한옥마을이라는 지리적 강점을 활용해 도민을 넘어 내외국인 관광객 모두를 사로잡는 '공간 브랜딩'을 추진한다.
전북의 정체성을 담은 차별화된 콘텐츠를 지속해 선보이면서 전북의 대표문화자원으로 키워나가는 게 목표다.
올 하반기의 기획전시 '전북의 국립공원 재조명'도 그런 차원이다.
이를 통해 그간 다뤄지지 않았던 국립공원에 얽힌 조선시대 유람기를 기반으로 지역의 문화 자원을 새롭게 바라볼 예정이다.
전북문화관광재단 관계자는 "하얀양옥집은 관사의 벽을 허물고 도민 모두의 문화적 사랑방으로 거듭난 상징적인 장소"라며 "누구나 편하게 머물면서 자신의 이야기를 예술로 꽃피울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d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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