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계의 아카데미 '멧 갈라'
매년 5월 첫주 월요일, 미국 뉴욕의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에서 열리는 멧 갈라 / 이미지 출처: 게티이미지
멧 갈라는 매년 5월 첫째 주 월요일, 미국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의상 연구소의 기금 마련을 위해 열리는 세계 최대 규모의 패션 자선 행사입니다. 그냥 멋진 의상을 입고 오는 것이 아닌, 매년 의상 연구소의 전시 주제에 맞춰 정해진 테마와 드레스 코드에 맞는 의상을 입고 레드카펫에 올라야 합니다.
멧 갈라 티켓은 한장에 10만 달러, 한화 약 1억에 3천만원 이상입니다. 이렇게 비싼 금액에도 티켓 구매 대기 명단은 천 명이 넘죠. 그 이유는 멧 갈라 출연만으로도 엄청난 화제성을 얻을 수 있고, 세계적으로 영향력 있는 인물임을 공인받을 수 있는 자리이기 때문입니다. 돈이 있다고 해서 티켓을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안나 윈투어의 특별 초대나 명품 브랜드의 테이블 초대를 통해서만 입장할 수 있습니다.
저녁 만찬에서 시작된 패션계 최대 행사
멧 갈라를 창설한 전설적인 홍보 전문가 엘리너 램버트 / 이미지 출처: 게티이미지
멧 갈라는 패션계의 전설적인 홍보 전문가 엘리너 램버트가 1948년 12월에 창설했습니다. 초기에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이 아닌 월도프 아스토리아 호텔이나 레인보우 춤 같은 뉴욕의 화려한 장소에서 자정의 저녁 식사 형식으로 열렸죠. 당시 갓 설립된 메트로폴리탄의 의상 연구소 운영 기금을 마련하고, 매년 열리는 전시회의 개막을 축하하기 위해 기획되었습니다. 또한 미국 패션을 예술의 영역으로 끌어올리고 뉴욕을 세계 패션의 중심지로 만들려는 큰 목적도 있었죠.
자선 만찬이었던 멧 갈라를 세계적인 패션 이벤트로 바꾼 다이애나 브릴랜드 / 이미지 출처: George Hoyningen-Huene
1972년부터 멧 갈라는 단순한 자선 만찬에서 전 세계적인 패션 이벤트로 전환되었습니다. 다이애나 브릴랜드는 보그 편집장에서 물러난 직후 의상 연구소의 특별 고문으로 합류했습니다. 그녀는 1973년, ‘발렌시아가의 세계’를 시작으로 의상 연구실 전시와 연동된 공식 테마를 멧 갈라에 도입했습니다. 다이애나는 테마를 학술적인 분석보다는 판타지와 감성적 표현을 더 중시했죠. 앤디 워홀, 엘리자베스 테일러, 마돈나 등을 초대하며, 뉴욕 상류층과 모델 위주였던 참석자 명단을 연예계와 예술계로 확장했습니다.
30년 넘게 멧 갈라를 이끌며, 지금의 위상에 이르게한 안나 윈투어 / 이미지 출처: 게티이미지
안나 윈투어는 1995년부터 현재까지, 약 30년 넘게 멧 갈라를 이끌고 있습니다. 그녀는 뉴욕 지역 자선 파티 정도였던 멧 갈라를 ‘패션계의 슈퍼볼’, ‘패션계의 아카데미’라고 불리는 세계적인 문화 현상으로 격상시킨 장본인이죠. 안나는 2005년부터 5월 첫째 월요일을 멧 갈라의 날로 고정하며, 강력한 브랜딩 효과를 가져왔습니다. 그녀는 멧 갈라를 이끌기 시작할 때부터 초대 명단을 직접 관리해왔습니다. 돈이 있다고 멧 갈라에 참석할 수 있는 것은 아니죠. 안나 윈투어의 허가를 받은, 즉 세계적으로 영향력이 있음이 인정된 소수만이 초대받을 수 있습니다. 그 희소성의 가치로 인해 당시 50달러(한화 약 2만원)이었던 티켓이 현재 10만 달러(한화 약 1억 3천)의 가치를 가지게 되었죠.
역대 레전드 멧 갈라 의상 4
1996년, 다이애나 왕세자비
디올의 수장이었던 존 가리아노의 네이비 블루 실크 슬립 드레스를 입어 화제를 모은 다이애나 왕세자비 / 이미지 출처: 게티이미지
테마: 크리스찬 디올
」1996년은 멧 갈라 역사상 가장 기억에 남는 해 중 하나로 꼽힙니다. 다이애나 왕세자비의 처음이자 마지막 참석 때문이죠. 1996년 멧 갈라의 테마는 프랑스의 전설적인 디자이너 크리스찬 다올을 기리기 위해 기획되었습니다. 공식적으로 드레스 코드가 부여되기 전이기 때문에 의상은 디올에 대한 오마주가 핵심이었습니다.
당시 찰스 왕세자와 이혼한 직후였던 다이애나는 디올의 수장이었던 존 갈리아노가 디자인한 네이비 블루 실크 슬립 드레스를 입고 등장했습니다. 란제리에서 영감을 받은 이 드레스는 당시 왕실의 보수적인 복장 규정에서 완전히 벗어난 대담한 선택이었죠. 그녀는 더 자유로운 실루엣을 위해 드레스 안의 코르셋을 직접 뜯어내고 착용한 것으로 알려지며 더 큰 화제를 모았죠.
2015년, 리한나
장인이 50,000시간 동안 작업해서 완성한 리한나의 오믈렛 드레스 / 이미지 출처: 게티이미지
테마: 중국: 거울 나라의 중국 / 드레스 코드: 차이니즈 화이트 타이
」2015년 멧 갈라는 동서양 문화의 교차를 패션으로 풀어낸 상징적인 해입니다. 중국의 예술과 영화, 패션이 서구 패션에 미친 영향을 조명했죠. 2015년 멧 갈라의 주인공은 리한나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리한나는 중국 디자이너 궈페이가 제작한 옐로 컬러의 초대형 케이프 드레스를 입고 등장했습니다. 드레스 자락 길이만 5m에 달하고, 촘촘하게 박힌 금실 자수와 털 장식으로 무게는 25㎏이었죠. 이 거대한 드레스를 완성하기 위해 한 장인이 약 50,000시간 동안 수작업을 했으며, 제작 기간은 2년이 걸렸습니다. 압도적 크기와 수작업의 정교함이 멧 갈라를 압도했죠.
중국 황제를 연상시키는 컬러와 실루엣은 테마를 가장 직관적이면서도 완벽하게 해석한 사례로 평가받았습니다. 압도적 크기의 드레스는 레드카펫을 가득 메웠고, 등장 자체가 퍼포먼스 같았죠. 이로 인해 ‘오믈렛 드레스’라는 별명으로 엄청난 화제성을 얻었습니다.
2016년, 클레어 데인스
신데렐라를 연상시키는 클레어 데인스의 드레스 / 이미지 출처: Taylor Hill
불이 꺼지면 광섬유로 인해 푸른빛으로 반짝이는 드레스 / 이미지 출처: itsmatin
테마: 마누스 x 마키나: 기술 시대의 패션 / 드레스 코드: 테크 화이트 타이(Tech White Tie)
」2016년 멧 갈라는 패션과 기술의 경계를 탐구한 가장 실험적인 해 중 하나로 꼽힙니다. 오트 쿠튀르의 전통적인 수작업과 기계 기술로 제작된 현대 패션의 공존을 조명했죠. 배우 클레어 데인스는 디자이너 잭 포즌이 제작한 하늘빛 오프숄더 볼 드레스를 입고 멧 갈라에 등장했습니다. 실크 소재로 제작되어 보이는 이 드레스는 조명이 꺼지자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변했죠. 드레스 안쪽에 활용된 광섬유 기술로 드레스가 어둠 속에서 은은한 블루 라이트로 빛났습니다. 단순히 LED 장식을 드레스에 더한 수준이 아닌, 전통적인 쿠튀르에 첨단 기술을 자연스럽게 녹여냈죠. 불이 꺼지자 푸르게 빛이 나는 드레스는 클레어를 마치 신데렐라처럼 보이게 했고, 그 모습은 SNS와 미디어에서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습니다.
2022년, 블레이크 라이블리
구리빛의 드레스로 도금 시대의 화려함을 표현한 블레이크 라이블리 / 이미지 출처: 게티이미지
시간이 흐르며 산화된 자유의 여신상을 청록빛으로 나타낸 드레스 / 이미지 출처: 게티이미지
테마: 미국에서: 패션의 앤솔로지 / 드레스 코드: 도금 시대의 화려함, 화이트 타이
」2022년 멧 갈라는 미국 패션의 역사와 숨겨진 장인들의 이야기를 조명한 해였습니다. 전시 테마인 ‘In America: An Anthology of Fashion’은 미국 패션의 역사적 서사를 탐구하고, 그 이면에서 이름 없이 작업했던 재봉사들과 소외된 디자이너들의 공로를 재조명하기 위해 기획되었죠. 드레스 코드는 미국 역사상 가장 화려했던 도금 시대의 스타일과 격식을 현대적으로 해석하는 것이 핵심이었습니다.
블레이크 라이블리는 그해의 공동 호스트로 베르사체의 드레스를 입고 레드카펫에 등장했습니다. 등장 할 때는 구리빛 컬러의 거대한 드레스였지만, 레드카펫 위에서 리본 장식이 풀리자 드레스가 청록빛으로 변했죠. 블레이크는 시간이 흐르며 산화된 자유의 여신상을 드레스로 표현하고 싶었습니다. 처음의 구리색은 막 세워졌을 당시 자유의 여신상의 컬러를, 이후 드러난 청록빛은 오랜 세월이 지나 산화된 현재의 모습을 표현했죠. 여기에 뉴욕의 건축물과 천문대 천장 장식에서 영감을 받은 자수 디테일까지 더해지며 테마를 완벽하게 구현했습니다.
2026년 멧 갈라
2026년 멧 갈라의 공식 테마는 코스튬 아트였습니다. ‘옷을 입은 몸’을 예술의 관점에서 탐구하는 데 초점을 맞춘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전시 테마였죠. 전시는 약 5,000년에 걸친 예술 작품과 의상을 함께 배치하며, 패션이 단순한 의복이 아니라 인간의 몸과 정체성을 표현하는 예술이라는 점을 조명했습니다. 특히 임신, 노화, 해부학적 신체 표현처럼 기존 패션 전시에서 잘 다뤄지지 않았던 주제들도 포함되며 큰 화제를 모았죠.
올해는 공동 호스트로 비욘세, 니콜키드먼, 안나 윈투어 등이 참여하여 멧 갈라를 이끌었습니다. 멧 갈라에 관한 이슈가 있었음에도, 올해 멧 갈라 모금액은 4,200만 달러(한화 약 580억원 이상)로 역대 최고 기록을 만들었습니다.
움직이는 예술 작품이 되어버린 하이디 클룸 / 이미지 출처: 게티이미지
올해 가장 이슈가 되었던 셀럽은 모델 하이디 클룸이었습니다. 하이디는 이번 멧 갈라에서 단순히 드레스를 입는 수준을 넘어, 스스로 하나의 살아 있는 조각상이 되었습니다. 그녀는 19세기 이탈리아 조각가 라파엘레 몬티의 대표작 ‘Veiled Vestal’에서 영감을 받았습니다. 얼굴을 포함해 몸 전체를 감싼 베일 형태의 실루엣과 대리석처럼 표현된 질감이 실제 조각 작품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 보였죠. 준비 기간 약 3개월, 메이크업과 의상 착용에는 약 5시간이 걸렸습니다. 하이디 클룸은 “움직이는 예술 작품처럼 보이고 싶었다”고 말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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