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빅테크 기업들이 인공지능(AI) 패권 경쟁을 위해 천문학적인 인프라 투자에 나서면서 보유 현금이 빠르게 줄어들고 있다. 데이터센터와 AI 반도체 확보 경쟁이 격화되면서 주요 기업들의 잉여현금흐름(FCF)이 약 10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질 것이란 전망까지 나왔다.
7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따르면 알파벳,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메타 등 미국 주요 빅테크 4곳의 올해 자본지출(CAPEX) 규모는 총 7250억 달러(약 1065조 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됐다.
AI 서비스 경쟁이 본격화되면서 이들 기업은 초대형 데이터센터 구축과 엔비디아 GPU 확보, 자체 AI 칩 개발 등에 공격적으로 자금을 투입하고 있다. 하지만 투자 속도가 현금 창출 능력을 앞지르면서 재무 부담도 커지고 있다.
금융데이터 업체 비주얼알파에 따르면 이들 4개 기업의 올해 3분기 합산 잉여현금흐름은 약 40억 달러(약 5조9000억 원) 수준까지 감소할 것으로 전망됐다. 이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지난 6년간 평균 분기 FCF인 450억 달러를 크게 밑도는 수치다. 연간 기준으로도 2014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평가된다.
FCF는 기업이 영업활동으로 벌어들인 현금에서 설비 투자와 운영 비용 등을 제외한 순현금을 의미한다. 일반적으로 배당, 자사주 매입, 부채 상환 등에 활용되기 때문에 기업의 재무 건전성을 보여주는 핵심 지표로 꼽힌다.
특히 일부 기업은 현금 유출 압박이 심화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FT는 아마존의 경우 올해 현금 창출보다 지출이 더 많을 것으로 예상했으며, 메타는 하반기 중 보유 현금을 상당 부분 소진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마이크로소프트 역시 최소 한 분기 이상 현금 감소 국면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됐고, 알파벳은 10년 만에 최저 수준의 FCF를 기록할 가능성이 제기됐다.
실제 기업들의 움직임에서도 변화가 감지된다. 알파벳은 2015년 이후 처음으로 올해 1분기 자사주 매입을 중단했으며, 메타는 최근 6개월 동안 550억 달러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했다. 동시에 자사주 매입 규모를 축소하고 비용 절감을 위한 감원에도 나선 상태다.
일부 기업은 재무 부담을 줄이기 위해 새로운 방식까지 동원하고 있다. Oracle Corporation 등은 특수목적법인(SPV)을 활용해 데이터센터 투자 비용 일부를 재무제표상 부채에서 제외하는 구조를 활용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외부 투자자 자금으로 데이터센터를 건설한 뒤 장기 임대 방식으로 사용하는 구조다.
전문가들은 실제 재무 상황이 시장 예상보다 더 악화될 가능성도 제기한다. 크리스티안 로이츠 교수는 “회계 기준상 주식기반보상이나 임대 데이터센터 처리 방식에 기업 재량이 일부 존재한다”며 “일부 하이퍼스케일러 기업들의 실제 FCF는 공개 수치보다 더 나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시장에서는 AI 인프라 투자가 결국 장기 성장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낙관론도 여전하다. 뱅크오브아메리카의 애널리스트 저스틴 포스트 는 “빅테크 기업들은 단기 주주환원보다 AI 인프라 선점에 집중하고 있다”며 “투자 효과가 본격적으로 매출 증가로 이어질 경우 내년부터 현금 창출 능력도 개선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앤디 재시 아마존 최고경영자(CEO) 역시 “고성장 시기에는 투자 확대 속도가 수익 증가 속도를 앞설 수밖에 없다”며 “장기적으로는 FCF와 투자자본수익률(ROIC)이 개선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창우 기자 cwlee@nv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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