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중앙은행 BTC 비축안 무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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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 중앙은행 BTC 비축안 무산

한스경제 2026-05-08 22:02:22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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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한스경제 전시현 기자 | 스위스 중앙은행(SNB)의 비트코인(BTC) 비축 추진이 국민투표 문턱을 넘지 못해 사실상 무산됐다. 7일(현지 시각)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관련 캠페인은 헌법 개정을 위한 국민투표 발의 요건인 서명 10만건을 채우지 못했고, 현재까지 확보한 서명도 목표의 절반 수준에 머문 것으로 전해졌다. 한때 ‘가상자산 강국’ 이미지를 바탕으로 스위스가 주요국 가운데 처음으로 중앙은행 차원의 비트코인 보유에 나설 수 있다는 기대도 나왔지만, 현실의 벽은 높았다.

서명운동의 핵심은 스위스 중앙은행이 보유한 외환보유고에 금과 외화뿐 아니라 비트코인도 포함하도록 헌법을 고치자는 데 있었다. 외환보유고는 국가가 금융시장 불안이나 통화가치 급변 등에 대비해 쌓아두는 자산이다. 쉽게 말해 위기 상황에서 나라 경제의 안전판 구실을 하는 돈이다. 발의안은 이런 안전판의 일부를 달러나 유로 같은 전통 자산 대신 비트코인으로도 채워야 한다는 주장에 바탕을 뒀다.

▲ 비트코인 포함 발의 왜 나왔나

캠페인을 주도한 인물은 스위스 싱크탱크 2B4CH 창립자인 이브 베나임이다. 그는 비트코인이 특정 국가의 통화정책에 휘둘리지 않는 국제적 중립 자산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해 왔다. 달러와 유로 중심의 국제 통화 질서가 흔들릴 가능성에 대비하려면, 중앙은행도 기존 준비자산의 틀을 넓혀야 한다는 논리다. 금이 오랜 기간 국가 간 신뢰의 저장 수단으로 쓰여온 것처럼, 디지털 시대에는 비트코인이 그 역할 일부를 맡을 수 있다는 게 이들의 시각이다.

이 같은 주장은 최근 몇 년 사이 세계 금융시장에서 적지 않은 주목을 받아왔다. 미국을 비롯한 일부 국가에서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가 등장했고, 기관투자가의 참여도 예전보다 늘었다. 물가 급등과 지정학적 충돌이 이어지면서 기존 통화 체제에 대한 불안도 커졌다. 이런 흐름 속에서 비트코인을 ‘디지털 금’으로 부르며 장기 보유 자산으로 편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진 것도 사실이다. 다만 민간 투자와 국가 준비자산은 판단 기준이 전혀 다르다는 점에서, 중앙은행을 설득하기는 쉽지 않았다.

▲ SNB는 왜 반대했나

스위스 중앙은행은 처음부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해 왔다. 가장 큰 이유는 변동성이다. 비트코인은 짧은 기간에도 가격이 크게 오르내리는 경우가 많다. 중앙은행이 보유하는 준비자산은 필요할 때 곧바로 쓰거나 현금화할 수 있어야 하고, 가치가 급격히 흔들리지 않아야 한다. 그러나 비트코인은 시장 상황과 투자 심리에 따라 가격이 크게 출렁여 국가 재정의 방파제 역할을 맡기 어렵다는 게 SNB 판단이다.

유동성 문제도 지적됐다. 유동성이란 자산을 시장에서 원하는 시점에 큰 손실 없이 사고팔 수 있는 정도를 뜻한다. 겉으로 보기엔 비트코인 거래 규모가 상당해 보여도, 중앙은행처럼 막대한 자금을 움직이는 기관 입장에선 이야기가 달라진다. 위기 상황에서 대규모 매매가 필요할 경우 시장 충격이 커질 수 있고, 가격도 예상보다 크게 흔들릴 수 있다. 중앙은행이 요구하는 수준의 안정성과 즉시성을 충족하지 못한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스위스 중앙은행은 이미 여러 차례 “가상자산은 준비자산 요건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혀 왔다. 준비자산은 단순히 수익률이 높아 보인다고 편입하는 자산이 아니다. 위기 때 마지막까지 가치와 기능을 지켜야 하며, 국제 금융시장에서 폭넓게 받아들여져야 한다. 중앙은행으로선 실험적 자산에 국가 신뢰의 일부를 맡기기보다 검증된 안전자산을 유지하는 편이 더 중요하다고 본 셈이다.

▲ 상징성 컸지만 문턱 못 넘어

이번 캠페인이 실제 제도 변화로 이어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관측이 많았지만, 상징성만큼은 적지 않았다. 스위스는 전통적으로 금융산업이 발달한 나라이고, 가상자산과 블록체인 기업이 모여 있는 ‘크립토 밸리’로도 잘 알려져 있다. 이런 나라에서 중앙은행의 비트코인 보유 논의가 국민투표 단계까지 거론됐다는 사실 자체가 국제 금융계의 관심을 끌었다. 하지만 여론의 주목과 제도권의 문턱은 별개였다. 헌법 개정 발의에 필요한 서명 10만건을 채우지 못하면서 논의는 정치적 힘을 얻지 못했다.

결국 이번 사례는 비트코인을 둘러싼 기대와 경계가 여전히 팽팽하다는 점을 다시 보여준다. 지지자들은 비트코인이 달러와 유로를 대체하거나 보완할 새로운 축이 될 수 있다고 말하지만, 중앙은행과 규제 당국은 국가 차원의 안전판으로 삼기엔 아직 위험이 크다고 본다. 시장에서는 비트코인이 점점 제도권으로 들어오고 있지만, 국가 준비자산으로 인정받기까지는 넘어야 할 문턱이 여전히 높다는 뜻이다. 스위스의 이번 비축안 무산은 그 현실을 가장 선명하게 드러낸 장면으로 받아들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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