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2회 미쟝센단편영화제가 7일 오전 8시 트레일러 풀버전 〈최고의 관객〉을 공개했습니다. 지난 4월 구교환의 연출과 배우 김태리·손석구의 출연 소식이 알려지며 큰 관심을 모았죠. 공개된 트레일러는 약 4분 분량으로 미쟝센단편영화제가 지향하는 취지와 성격을 위트 있게 드러내고 있어요.
〈최고의 관객〉
〈최고의 관객〉의 배경은 관객이 단 두 명뿐인 극장이에요. 그중 한 명인 손석구는 영화가 엉망이라며 불만을 쏟아내죠. 이어 김태리가 갑자기 큰 소리로 말합니다. “어차피 XX 한 번 살 거 하고 싶은 거 대차게 하고 살자 우리!” 다소 뜬금없어 보이는 이 대사는 사실 손석구의 극중 이름입니다. 주인공의 이름이 무려 31자에 달하는 설정은 구교환 특유의 도발적인 유머 감각을 보여주고 그가 하고 싶었던 말을 적나라하게 전하는 장치로 기능합니다.
그리고 반전은, 손석구가 그 영화의 감독이라는 점이었죠. 자신의 영화가 형편없다고 생각하는 그는 스스로를 ‘환경 파괴범’이라고 칭합니다. 그리고 김태리는 복면을 쓰고 나타나 묻습니다. “그럼 저도 공범인가요?” 그리고 둘은 함께 복면을 쓴 채 마주 웃어요. 감독과 관객 간의 공명이 이 장면에 녹아있습니다. 그를 온전히 느낄 새도 없이 김태리가 외치는 한마디, “불 꺼!” 크레딧이 끝날 때까지 영화를 존중하며 지켜보겠다는 선언이겠네요.
〈최고의 관객〉
〈최고의 관객〉
2008년, 미국 잡지 와이어드(Wired)의 창립자 켈빈 켈리는 80억 인구 중 1000명의 팬만 있다면 성공할 수 있다고 자신의 에세이에 썼습니다. 크리에이터가 급증한 현재에 들어서는 100명의 팬만 있어도 충분하다고들 하죠. 이는 수익 구조를 설명하는 말이었지만 〈최고의 관객〉을 보고 나면 조금 다르게 읽고 싶어집니다. 내 코드를 이해하는 사람이 전 세계에 100명이나 된다는 사실만으로도 어느 정도의 성공을 이룬 셈이라고요. 〈최고의 관객〉이 전하는 메시지도 마찬가지입니다. 예술이라는 범죄의 공범이 된다는 말은 어딘가 로맨틱하게 들리기까지 하는데요. 창작자들에게 이보다 더 좋은 동기 부여가 있을까요.
미쟝센단편영화제는 열린 감각으로 새로운 서사와 가능성을 탐색하는 자리입니다. 그 정신을 위트 있게 담아낸 트레일러 덕에 올해 상영작들이 더욱 기대되는군요. 제22회 미쟝센단편영화제는 6월 18일부터 23일까지 CGV용산 아이파크몰에서 개최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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