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법원이 상호관세를 대체한 '글로벌관세'도 위법이라고 판결하며 도널드 트럼프 정부 관세 정책의 법적 정당성이 다시 한 번 타격을 입었다. 다만 이번 판결 효력이 승소한 기업 등에 제한되고 트럼프 정부가 해당 임시 관세를 대체할 새 관세 도입을 위한 무역 조사를 진행 중이어서 실질적 효과보다 상징적 의미가 크다는 평가다.
미 연방국제통상법원 재판부는 7일(이하 현지시간) 트럼프 행정부가 지난 2월 무역법 122조에 근거해 전 세계 무역 상대국에 매긴 10% 글로벌관세가 "무효"이며 "법적으로 승인되지 않는다"고 2대1로 판단했다. 글로벌관세는 2월 미 연방대법원이 트럼프 대통령이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을 통해 부과한 '상호관세'를 위법 판결하자 이를 대체하기 위해 곧바로 선포됐다. 122조에 근거한 관세 부과엔 150일 시한이 있어 글로벌관세는 7월24일 만료될 예정이었다.
트럼프 정부는 국제수지 적자를 들어 글로벌관세를 발효했는데, 법원은 현 상황이 1974년 무역법 122조가 제정됐을 당시 관세 부과 조건으로 삼은 "크고 심각한 미국 국제수지 적자"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봤다.
트럼프 정부는 미국의 연간 상품무역 적자가 1조2000억달러, 경상수지 적자가 국내총생산(GDP)의 4%에 달한다는 점을 관세 부과 근거로 들었는데, 법원은 국제수지 적자와 무역수지 적자 개념이 동일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국제수지는 상품 거래 뿐 아니라 서비스, 자본 등 한 국가 거주자와 비거주자 사이 발생한 모든 경제 거래를 측정한 지표로, 상품 수출입 거래를 측정한 무역수지와는 차이가 있다.
전문가들은 글로벌관세 부과 초기부터 이를 지적해 왔다. <로이터> 통신을 보면 국제통화기금(IMF) 부총재를 지낸 기타 고피나트는 "국제수지 위기란 국가들의 국제차입비용이 과도하게 증가하고 금융 시장 접근성을 잃는 상황을 말한다. 미국이 국제수지 위기에 직면해 있지 않다는 점엔 우리 모두 동의할 수 있다"고 분석한 바 있다.
<뉴욕타임스>(NYT)를 보면 이번 소송에 참여한 기업들을 대리한 리버티저스티스센터 소송 담당 이사 제프리 슈왑은 "122조는 미국 통화와 금 보유고가 고갈되는 결과를 초래한 특정 역사적 위기에 대응해 제정된 조항"인데 "지금은 그런 상황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122조는 고정환율제 시대 산물로, 변동환율제를 택한 현재엔 적용이 어렵다는 것이다. 대통령이 이 법을 이용해 관세를 부과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판결에 따라 수입업체들이 줄줄이 유사한 소송을 제기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 CNN 방송은 이번 판결이 트럼프 행정부와 이 정부 관세 제정 능력에 대한 "중대한 차질"을 의미한다고 봤다.
다만 법원이 판결에서 "보편적 명령(universal injunction)"을 거부함에 따라 판결 효력은 향신료회사 벌랩앤배럴, 완구회사 베이직펀 두 회사 및 워싱턴주로 제한됐다. 법원은 소송에 참여한 24곳 주 중 공립연구기관인 워싱턴대를 통해 관세를 지불했다는 증거를 제출한 워싱턴주를 제외한 다른 주들은 122조에 의한 관세를 납부했거나 납부할 수 있는 수입업자가 아니라고 봐 청구를 각하했다.
이에 더해 글로벌관세가 원레 7월 만료 예정이었고 트럼프 정부는 이에 대비해 이미 새 관세 도입을 준비 중이기 때문에, 이미 제한적인 효과도 몇 주에 그칠 가능성이 있다.
트럼프 정부는 불공정한 해외 무역 관행에 대한 행정부의 무역 제재 부과를 허용하는 무역법 301조에 근거한 두 건의 무역 조사를 진행 중이다. 한 건은 지난 3월 시작된 강제노동으로 생산된 상품의 수입을 금지하는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관세를 부과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조사로, 유럽연합(EU)과 59개국이 그 대상이다.
또 다른 조사는 과잉 생산 관련으로 이 역시 3월 개시됐다. 미국의 주요 무역 파트너 16개국을 대상으로 한 이 조사는 해당 국가들이 국내 수요를 웃도는 과잉 생산을 통해 미국 제조업 생산과 투자를 저해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한국은 이 두 건 모두의 조사 대상이다.
CNN을 보면 트럼프 대통령은 7일 취재진에 "법원 관련해선 아무 것도 놀랍지 않다"며 "판결이 하나 나오면, 우린 또 다른 방식으로 대응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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