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2대 노조인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은 전날(7일) 초기업노조에 ‘조합원 의견 수렴 활동에 대한 교섭 배제 협박성 발언 유감 표명 및 사과 요청’ 공문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전삼노는 공문에서 “DX 사업부 조합원들의 목소리를 대변하고 있는 이호석 지부장은 ‘삼성전자 임협 DX 토론방’ 등을 통해 전달되는 현장 조합원들의 목소리를 청취하고, 이를 수렴하기 위한 정당한 소통 활동을 수행해 왔다”며 “최승호 초기업 노조위원장은 현장의 소통 과정을 문제 삼으며, 사과가 없을 시 ‘교섭에서 배제하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단순히 개인에 대한 공격을 넘어 DX 사업부 조합원들의 목소리를 교섭 테이블에서 지워버리겠다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조합원의 뜻을 대변해야 할 대표자의 직무를 위축시켜 노동자 간, 노동조합 간의 신뢰를 또 한 번 심각하게 저해하는 행위”라며 “타 노조에 대한 경솔한 언행으로 대외적 신뢰를 실추시켰던 전례에 이어 이제는 내부의 정당한 목소리마저 교섭 배제라는 압박으로 입막음하려는 태도에 우려와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이호석 지부장이 삼성전자 임협 DX 토론방에서 “저랑 동행 대표로 교섭 나온 DX 교섭위원들이 내부 토의 때 반복해서 이야기해 봤더니 (최승호 위원장이) 마음에 안 든다고 동행을 교섭장에서 아예 제외시켜 버렸다”고 토로한 내용도 공개했다.
전삼노 관계자는 “단일 과반 노조인 초기업노조는 교섭권과 체결권이라는 막중하고 무거운 결정권을 갖고 있다”며 “부디 특정 부문을 외면하거나 배제하지 말고, DS(디바이스솔루션) 부문과 DX 부문을 아우르는 통합의 리더십을 보여 달라”고 촉구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동행노조가 이탈한 것에 이어 반도체(DS) 중심의 2대 노조까지 과반 노조의 운영 방식을 정면 비판하는 등 노노갈등이 커지고 있다는 견해가 나오고 있다.
특히 복수의 업계 관계자들은 현재의 상황을 두고 노조가 명분을 스스로 잃어버리면서, 투쟁의 명분이 약해지고 있다고 짚었다.
한 관계자는 “2대 노조마저 공동투쟁본부 이탈이 공식화된다면, 총파업의 파장이 당초 예상보다 크지 않을 수 있다”며 “내부 갈등을 수습하지 못한다면 향후 임금 교섭에서 주도권을 완전히 상실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가운데 일각에서는 초기업노조의 기형적 조직 구조도 문제라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일반적으로 노조는 일정 규모가 되면 집행부를 견제하기 위해 대의원 제도를 운영하지만, 초기업노조는 출범 이후 현재까지 대의원 제도를 도입하지 않기에 위원장에게 모든 판단과 결정이 집중되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대외 여론 또한 악화도 부담인 상황이다.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지난달 27~28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69.3%가 노조 파업을 두고 “무리한 요구로 부적절하다”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일부 노조원의 행보가 논란을 키우고 있다는 견해도 나오고 있다.
한 관계자는 본지에 “일부 조합원들이 회사가 희귀질환 아동 등 취약계층 지원을 위해 진행하고 있는 매칭그랜트 제도와 관련해 비용이 아깝다는 취지의 글을 사내 게시판에 올린 뒤 비슷한 취소 게시글이 잇따라 올라왔다”며 “노조의 주도로 이뤄지지 않은 일부 노조원들의 행동였지만, 대내외적인 논란은 피할 수 없었다”고 주장했다.
재계 관계자도 “성과급은 당당히 요구하면서, 어려운 이웃을 돕는 매월 몇만 원의 기부는 회사 매칭이 아깝다며 단체로 취소하는 것은 사회적 책임에는 철저히 인색한 모습을 보이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일부 노조원이 부서원 근태 조회 시스템을 통해 임직원 개인정보를 무단 활용해 집회 미참여 인원을 가려내려 했다는 의혹까지 제기되며, 도덕적 문제를 넘어 법적인 문제로 비화되고 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 측은 특정 부서 사내 단체 메신저방에서 수십 명 이상의 부서명·성명·사번·조합 가입 여부가 기재된 명단 자료가 엑셀 형태로 전달된 것을 확인하고 경찰에 수사까지 의뢰한 상황이다.
이러한 가운데 학계에서도 노조의 요구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홍 광운대 경영학부 명예교수는 지난 6일 사단법인 이해관계자경영학회 정기 세미나에서 노조의 영업이익 15% 성과급 정률 배분 요구를 두고 “주주의 잔여청구권을 침해하는 ‘선배당’ 성격을 지닌다. 노조의 준주주화를 의미한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추정 실적을 바탕으로 한 성과급 선지급 요구는 대리인의 도덕적 해이를 의미하며, 계약이론에도 위배된다”고 강하게 지적했다.
특히 총파업이 현실화될 경우 직접적인 피해 규모를 가늠하기 어려울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송헌재 서울시립대 교수는 지난달 안민정책포럼이 개최한 세미나에서 “공장 가동 중단 시 분당 수십억원, 일일 1조원 수준의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며 “파업이 장기화할 경우 반도체 부문 영업이익이 최대 10조원 감소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신뢰 자산의 소멸, 전환비용에 따른 영구적 시장 상실, AI 반도체 패권 경쟁기의 기회비용 상실 등을 핵심 리스크로 꼽으면서 “한 번 이탈한 고객은 다시 돌아오기 어렵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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