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진 출석 약속하고 경찰청 앞에 선 피의자…체포하면 위법일까 적법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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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진 출석 약속하고 경찰청 앞에 선 피의자…체포하면 위법일까 적법일까

로톡뉴스 2026-05-08 17:01:07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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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진 출석한 피의자에게 체포영장을 집행한 경찰의 행위가 위법하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연합뉴스

약속 시간에 맞춰 경찰청 앞에 나타난 피의자를 잠복하고 있던 경찰이 체포했다. 대법원은 이 체포가 위법이라고 판단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마용주 대법관)는 성매매처벌법 위반(성매매알선 등) 혐의로 기소된 A씨(46)의 상고심에서 경찰의 체포영장 집행이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A씨는 2020년 8월부터 2021년 1월까지 경기 의정부의 한 오피스텔을 빌려 여성 종업원을 고용하고, 광고를 통해 남성들에게 성매매를 알선한 혐의를 받았다.

경찰은 2022년 1월 22일 의정부지검 검사에게 A씨에 대한 체포영장을 청구했고, 사흘 뒤인 1월 25일 의정부지법에서 영장이 발부됐다. 이후 경찰은 2월 4일 A씨가 임차한 건물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한 뒤 여러 차례 출석을 요구했다.

A씨는 "지방에 있어 출석이 어렵다", "변호인과 상담 후 출석하겠다"는 취지로 답하다가 2월 19일 경기북부경찰청에 자진 출석하기로 약속을 잡았다.

그리고 약속한 일시에 정확히 경기북부청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 순간, 미리 잠복하고 있던 경찰관들이 체포영장을 집행했다.

A씨는 체포영장 집행이 위법하다고 주장했지만 1심과 2심은 모두 경찰의 집행이 적법하다고 보고 유죄를 선고했다.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체포영장의 청구에서 발부·집행에 이르는 절차 전반에서 형사소송법에서 정한 영장에 의한 체포 사유와 그 필요성이 인정돼야 한다"는 법리를 재확인했다.

이어 "수사기관 청구에 따라 체포영장이 적법하게 발부된 경우라 해도 그 집행을 담당하는 검사·사법경찰관리는 체포영장을 집행하는 당시 상황을 기초로 영장에 의한 체포 사유와 그 필요성이 충족됐는지 여부를 면밀히 살펴봐야 한다"고 판시했다.

대법원은 A씨의 범행이 은밀하게 이뤄진 점, 동일 죄명의 형사처벌 전력이 있는 점을 들어 체포영장의 청구와 발부 자체는 적법하다고 봤다.

그러나 집행은 달리 판단했다. A씨가 정당한 이유 없이 출석 요구에 불응했다고 단정하기 어렵고, 약속 시간에 맞춰 경찰청에 도착한 상황에서 증거 인멸이나 도망 염려가 있다고 볼 만한 행동도 없었다는 것이다.

경찰이 체포 후 작성한 보고서에도 체포를 집행해야 했던 이유나 증거 인멸 및 도주 우려를 판단한 근거가 기재되지 않은 점도 위법 판단 근거로 제시됐다.

대법원은 "결국 경찰이 피고인에 대한 체포 사유와 필요성이 충족됐다고 본 판단은 어느 모로 보나 경험칙에 비춰 현저히 합리성을 잃은 경우"라고 설명했다.

다만 대법원은 위법한 체포 과정에서 유치 중 작성된 진술 조서는 유죄 증거로 쓸 수 없지만, 나머지 증거만으로도 유죄가 충분히 인정된다고 보았다.

이에 따라 징역 1년 6개월에 벌금 1000만 원, 추징금 1760만 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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