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박효령 기자】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각 가정에 선거공보물이 배달될 예정인 가운데, 온라인 중심의 정보 소비 환경 속에서 종이공보물의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선거공보물은 제작부터 배포·폐기까지 전 과정에 세금이 투입되는 공적 선거 자료인 만큼 대량 인쇄에 따른 환경 부담과 행정·예산 낭비 문제도 함께 제기되고 있다.
8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중앙선관위) 등에 따르면 통상 선거공보물은 선거일 약 1주일 전부터 각 가정에 배부된다. 선거공보물은 출마 후보자의 약력·공약 및 투표소 위치 등이 포함된 것으로 전단, 책자 등 다양한 형태로 제작돼 배포된다.
그러나 이 같은 종이공보물 중심의 선거 방식이 디지털 시대 변화에 뒤처져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이하 공무원노조)이 지난 2월 26일부터 3월 31일까지 전국 682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대국민 설문조사를 보면 ‘집으로 오는 공보물을 어떻게 활용하고 있느냐’는 질문에 절반 이상인 52.2%가 ‘대충 훑어봄’이라고 응답했다.
뒤이어 ‘읽지 않음’(17.5%), ‘봉투째 버림’(18.8%)로 전체의 88.5%가 선거 공보물을 제대로 보지 않고 있었다. ‘자세히 읽음’은 11.4%에 그쳤다.
선거 공보물을 뜯지 않고 버리는 이유에 대해서는 응답자 55.7%가 ‘TV 등으로 이미 정보를 알고 있어서’라고 답변했다. 그다음으로는 ‘후보들의 공약이 비슷해서’(30.7%), ‘정치에 관심이 없어서’(11.7%)였다.
예산 낭비, 환경오염, 시대변화 미반영 등 종이공보물의 문제점을 두고는 83.4%가 동의 의사를 표현했다. 이 같은 문제점을 바탕으로 응답자 82.7%는 종이공보물을 전자공보물로 전환하는 것을 찬성했다.
공무원노조는 “현행 종이공보물은 환경 파괴와 예산 낭비의 원인이 되고 있으며 후보자 간 불공정 경쟁 문제도 초래하고 있다”며 “국민들은 시대에 뒤떨어지고 불합리한 선거제도를 과감히 개선하라고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권자들은 SNS나 유튜브 등 온라인을 통해 선거 관련한 정보를 습득하고 있었다. 지난 대선 기간(2022년 2월 27~28일) 중앙선관위가 유권자의식조사를 진행한 결과, 1522명 중 34.5%가 ‘지지후보 선택에 필요한 정보를 얻는 주요 경로’로 ‘인터넷 및 SNS’를 지목했다. ‘TV·신문, 라디오 등 언론보도’와 ‘후보자 TV토론 및 방송연설’이 각각 34%, 24.8%로 기록한 반면, 정당 및 홍보자의 선거 홍보물은 2.3%에 불과했다.
또 종이공보물에 막대한 예산이 투입되는 만큼 실효성 있는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제20대 대선에서는 공보물 제작비를 제외한 발송 비용에만 약 320억원이 사용됐으며 제21대 대선에는 관련 예산으로 약 370억원이 편성된 것으로 파악됐다.
선거 때마다 대량으로 배포되는 종이공보물과 현수막 등 이른바 ‘선거 쓰레기’ 문제가 반복되면서 환경 부담과 자원 낭비 논란도 매번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녹색연합에 따르면 2022년 대통령선거와 지방선거 과정에서 사용된 주요 선거 홍보물로 배출된 온실가스는 약 2만8000톤(t)에 달했다. 이는 플라스틱 일회용컵 약 5억4000만개를 사용할 때 배출되는 온실가스와 맞먹는 수준이다.
이에 일각에서는 종이공보물을 전자 선거공보물로 단계적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유권자 가운데 희망자에 한해서만 종이 공보물을 우편 발송하고 나머지는 전자우편이나 모바일 방식으로 대체하는 방안 등도 대안으로 거론된다.
다만 온라인 접근성 문제로 제도 변화가 쉽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고령층과 정보취약계층의 경우 디지털 기기 활용이 어렵기 때문에 종이공보물을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도 동시에 나오고 있다.
정치권 일각에서도 종이공보물의 필요성을 여전히 강조하고 있다. 특히 소수 정당이나 무소속 후보의 경우 TV 광고나 유세차량, SNS 홍보 등에서 거대 양당에 비해 상대적으로 불리한 만큼 선거공보물이 유권자와 직접 접촉할 수 있는 사실상 유일한 공적 홍보 수단이라는 주장이다.
국회에서는 선거공보물의 디지털 전환을 위한 법 개정 논의도 나온 바 있다. 더불어민주당 윤건영 의원 등 10인은 2024 9월 종이 선거공보물을 우편으로 발송하는 대신 문자메시지 등을 통한 전자 방식으로 대체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다만 국회 소관위원회에서는 유권자 전화번호 공유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개인정보 유출·침해 우려 등이 제기되면서 법안 심사가 진행되지 못한 채 계류 중이다.
서울대 환경대학원 홍종호 교수는 본보와의 통화에서 “정치권에서 후보 인지도 제고와 홍보 효과를 이유로 종이 공보물 방식을 유지해온 측면이 있다”며 “공보물 제작비와 배달 비용, 인력 부담 등이 상당한 데 비해 실제로는 온라인을 통해 정보를 얻는 유권자가 많아 종이공보물을 거의 보지 않는 실정”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스마트폰 보급률이 높아지고 고령층의 디지털 정보 접근성도 과거보다 개선된 만큼 종이공보물은 단계적으로 축소하고 전자공보물 중심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며 “비용 부담을 줄이고 거리 환경도 보다 깨끗하게 만들기 위해서는 선거 문화 전반의 변화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결국 선거 공보물 제도 개선을 위한 법 개정과 국회의 관심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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