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돌하는 3D 인형 보며 인간의 연민 느껴보길"…관객 200명 환호
비엔날레 대만관 오프닝 참여…최재은, 일본관 협업·조국현 탄자니아관 초청
(베네치아=연합뉴스) 박의래 기자 = 이탈리아 베네치아 산마르코 광장 인근 팔라초 델레 프리조니. 과거 베네치아 공화국의 형사 재판소이자 감옥으로 사용되던 곳으로 카사노바가 갇혔던 곳이기도 하다.
지난 7일(현지시간) 이곳은 타이베이 시립미술관이 주관한 대만관 병행전시로 꾸며졌다. 3D 프린터로 신체 일부를 거대하게 제작해 곳곳에 설치하고, 자신을 모사한 디지털 인형이 끊임없이 생성되는 과정을 담은 대만 미디어아트 작가 리이판의 영상 작업 '스크린 멜랑콜리'가 상영됐다.
이 전시 개막 무대에선 한국 작가 홍은주(33)가 퍼포먼스 작품 '내가 환희에 젖어있을 때 그녀는 절망에 차 있었다'(She seemed devastated, when I was weeping with joy)를 선보였다.
한 여성이 바닥을 기며 등장해 3D 프린팅으로 만들어진 플라스틱 인형과 교감하고, 머리에 달린 끈에 인형을 연결한 채 몸을 일으켜 하나가 된다. 하지만 이후 여성과 인형은 격렬한 다툼을 벌이고, 분리된 인형은 여성의 뺨을 때린다. 몸싸움을 벌이던 여성은 인형을 작가에게 넘기고, 작가는 인형의 배를 열어 머리를 묻은 뒤 기어가며 웃는다.
10분 남짓 이어진 강렬한 퍼포먼스가 끝나자 현장에 있던 약 200명의 관객은 환호와 함께 박수갈채를 보냈다. 대만관은 9일까지 매일 1회 홍은주의 퍼포먼스를 선보일 예정이다.
전시장에서 만난 홍은주는 "무엇이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지를 고민하는 작품"이라며 "플라스틱 인형이지만 인형이 땅에 내던져지고 상처를 입으면 연민을 느끼고, 동시에 나의 분신과 같은 인형을 보며 수치심을 느낄 수 있는 것이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조건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날 퍼포먼스에 등장한 플라스틱 인형은 홍은주의 얼굴과 신체를 그대로 3D 스캔해 만든 것이다. 홍은주는 자기 얼굴을 복제한 인형을 오랫동안 들여다보며 작품을 구상했다.
홍은주는 "우리는 보통 거울이나 사진 같은 2차원으로만 자기 얼굴을 보는데, 3차원으로 보는 것은 매우 생경한 경험이었다"며 "유체 이탈처럼 나를 외부에서 바라보는 경험과 감정적 교류를 통해 작업을 완성했다"고 설명했다.
홍은주는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조형예술을 전공하고 독일 뮌헨 미술원에서 석사 과정을 밟았다. 현재 한국과 독일을 오가며 활동 중이다. 그는 평소 교류하던 대만 작가 리이판의 초청으로 이번 비엔날레에 참여했다. 오는 10월 서울에서 더 큰 규모의 공연을 준비하고 있다.
퍼포먼스에 공연자로 출연한 김이이수 작가는 독일에서 활동하는 트랜스젠더 작가다. 김이이수는 "나는 일상에서 인간이지만 비인간으로 취급받는 경험을 하곤 한다"며 "살아 있으면서도 인간이 아닌 존재처럼 살아가는 감각을 공연에 담았다"고 했다.
올해 비엔날레에는 홍은주처럼 다른 국가관이나 전시에 초청된 한국 작가들이 더 있다.
최재은 작가는 일본관 전시에 참여했다. 일본관은 현대미술, 건축, 문학, 공연 등 다양한 분야의 예술가들을 초청해 '돌봄'(care)을 주제로 작업을 선보인다.
그는 전시에서 비디오 설치작 '순환'을 선보였다. 세계 각지에 일본 전통 종이 '와시'(washi)를 장기간 매장한 뒤, 표면에 축적된 자연과 생명의 흔적을 현미경으로 관찰해 시간의 흐름과 궤적을 보여주는 '월드 언더그라운드 프로젝트' 연작이다.
회화가 조국현은 오는 9일 공개되는 탄자니아관에 초청 작가로 참여한다.
laecorp@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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