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힘 필버 예고에 재상정 불발…우의장 "강력한 유감" 울컥
여야 책임공방…"큰 지탄 받을 것"vs"독재개헌 심판할 것"
(서울=연합뉴스) 서혜림 이율립 정연솔 기자 =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여야 6당이 6·3 지방선거 일정에 맞춰 추진했던 헌법 개정이 8일 무산됐다.
국민의힘이 헌정사상 처음으로 본회의에서 개헌안에 대한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통한 합법적인 의사진행 방해)를 예고, 개헌안 재상정이 불발되면서다.
이에 따라 39년 된 헌법을 바꾸려는 시도는 다시 무위로 돌아가게 됐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이날 오후 본회의가 개의된 직후 개헌안 재상정 방침을 철회했다.
우 의장은 "어떻게든 39년 만에 개헌을 무산시키지 않기 위해 오늘 다시 본회의를 열었다"며 "그런데 (국민의힘이) 필리버스터로 응답하는 것을 보니 더 이상 의사진행이 소용이 없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이어 "의장은 헌법 개정안을 상정하지 않겠다"며 "오는 6월 3일 국민투표 시행을 위한 절차는 오늘로써 중단됐다"고 선언했다.
국회는 전날 본회의에서 개헌안 표결을 시도했지만, 국민의힘 의원들의 불참에 따라 투표 자체가 성립되지 않았다.
이에 우 의장과 민주당은 이날 재상정 방침을 밝혔으나 국민의힘은 개헌안을 상정할 경우 필리버스터를 진행하겠다고 맞섰다.
국민의힘의 개헌안 저지 입장을 분명히 하면서 이날 개헌안은 상정돼도 다시 투표불성립으로 끝날 것으로 전망됐다.
국민의힘에서 최소 12명이 투표에 참여하고 찬성표를 던져야 의결 정족수인 재적 의원의 3분의 2(191명)를 채울 수 있다는 점에서다.
우 의장은 이날 개헌안 좌초의 책임을 국민의힘에 돌렸다.
그는 "여야 간에 얼마든지 합의가 가능한, 사실상 내용의 반대가 전혀 없는 개헌안을 놓고도 개헌의 문을 열지 못했다"며 "정략과 억지 주장을 끌어들여 39년 만에 개헌을 무산시킨 국민의힘에 강력한 유감을 표명하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국민의힘은 가까스로 만든 개헌 기회를 걷어찼을 뿐 아니라 공당으로서 국민께 한 약속을 실천하는 책임도 같이 걷어찬 것"이라며 "만약 20∼30년 후에 이런 불법 내란이 또 벌어진다면 국민의힘은 역사의 죄인이 된다"고 꼬집었다.
이번 개헌안은 지방선거일에 맞춰 개헌안 국민투표를 동시에 진행하자는 우 의장의 제안에 따라 추진됐다.
'권력구조' 등 이견이 첨예한 쟁점을 제외하고, 계엄 요건 강화 등 합의가 가능한 내용부터 '단계적 개헌'을 하자는 구상이었다.
이에 민주당·조국혁신당·진보당·개혁신당·기본소득당·사회민주당 등 여야 원내 6당과 무소속 6명은 우 의장과 함께 지난달 3일 187명 의원 명의로 개헌안을 발의했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개헌안 내용에는 공감하면서도 '선거용 정략'이라며 당론으로 반대 입장을 전했다.
개헌안은 '부마 민주항쟁'과 '5·18 민주화운동' 정신을 헌법 전문에 수록하는 내용을 담았다. 계엄에 관한 국회 통제권을 강화하고, 국가 균형발전에 관한 의무를 명시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현행 헌법은 39년 전인 1987년 만들어진 것이다.
그동안 정치권에서는 시대 변화에 맞춰 헌법을 바꾸기 위한 논의를 계속해왔으나 정치·정파적 이슈 등과 맞물리면서 성과를 내지 못했다.
이번 개헌 시도 역시 여야의 극한 대립 속에서 결실을 맺지 못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우 의장은 "주권을 행사하기 위해 (국민투표) 선거인단에 등록한 재외국민, 관계기관에도 유감의 뜻을 표한다"며 "국회의장으로서 죄송하다"고 말했다.
우 의장은 당초 이날 개헌안과 함께 비쟁점 법안 50건의 상정도 예고했으나 국민의힘 필리버스터 신청에 따라 방침을 철회했다.
우 의장은 이날 개의 17분만에 산회를 선포하며 의사봉을 세게 내리쳤다. 의장석을 내려가며 눈물을 훔치는 장면도 포착됐다.
민주당 한병도 원내대표는 본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개헌을 필리버스터까지 동원해 막은 것은 국민에게 큰 지탄을 받고 심판을 받을 것"이라며 "시대에 맞는 개헌을 국민의힘이 선거에 정략적으로 활용하지 않았나"라고 지적했다.
반면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민주당이 걷고 있는 길이 독재의 길이고 내란의 길"이라며 "역사는 독재를 하고자 하는 일방적인 개헌 추진을 분명히 심판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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