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개인예산제’ 확대했지만…현장선 “월 한도에 발 묶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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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개인예산제’ 확대했지만…현장선 “월 한도에 발 묶여”

투데이신문 2026-05-08 15:03:53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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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내용과 직접 관계 없는 자료 사진. [사진제공=게티이미지뱅크]
기사 내용과 직접 관계 없는 자료 사진. [사진제공=게티이미지뱅크]

【투데이신문 권신영 기자】정부가 장애인의 자기결정권 강화를 목표로 ‘장애인 개인예산제’ 3차 시범사업을 확대 시행하고 있지만 현장에서는 낮은 예산 한도와 경직된 결제·정산 구조로 인해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히 고가의 보조기기나 주거 안전시설 설치가 필요한 장애인 가구들은 “취지는 좋지만 실제 사용이 어렵다”고 호소한다.

8일 투데이신문 취재에 따르면 보건복지부는 지난 1일부터 전국 33개 시·군·구에서 장애인 개인예산제 3차 시범사업을 시행 중이다. 장애인 개인예산제는 활동지원·발달재활 등 기존 바우처 급여의 일부를 개인예산으로 전환해 장애인이 직접 필요한 재화와 서비스를 선택·구매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장애 특성과 개인 목표에 맞는 이용계획을 세우면 보조기기, 교육, 문화·여가 활동 등에 예산을 활용할 수 있다. 단 주류, 담배 등 일부 지원이 불가한 항목은 제외된다. 올해 시범사업 참여 인원은 960명으로 확대됐으며 16개 기초지방자치단체도 추가 선정됐다.

그러나 실제 현장에서는 제도 활용에 제약이 크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휠체어가 필요한 장애인을 가족으로 둔 고현정씨는 지난 6일 한  언론의 기고문에서 자녀를 위한 휠체어 슬로프 설치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결제 한도 문제에 부딪혔다고 밝혔다. 

약 800만원 상당의 슬로프 설치 비용을 개인예산제로 결제하려 했지만 월별 예산 한도를 초과한다는 이유로 불가능하다는 답변을 받았다는 것이다. 복지부에 따르면 개인예산제는 기존 바우처 급여의 최대 20% 범위 내에서 사용할 수 있으며 개인에게 책정되는 예산은 월평균 약 42만원 수준이다.

고씨는 “정책이 주는 혜택을 온전히 누리기 위해 오히려 사용자가 불합리한 선택을 감수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결국 할부 수수료를 부담하거나 몇 달 동안 예산을 이월해 모아야 한다. 장애인의 편의는 시급성을 다투는 일인데 행정 시스템의 칸막이가 일상을 멈춰 세우고 있다”고 주장했다.

기사 내용과 직접 관계 없는 자료 사진. [사진제공=게티이미지뱅크]<br>
기사 내용과 직접 관계 없는 자료 사진. [사진제공=게티이미지뱅크]

전문가들은 역시 현재 개인예산제 구조가 고가 품목 구매와 충돌한다고 분석한다. 현재 개인예산제가 활동지원처럼 ‘매달 발생하는 돌봄 욕구’를 전제로 설계된 구조이다 보니 일시적으로 큰 비용이 필요한 보조기기·주거 개조 수요와 충돌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장애인 개인예산제 시범사업 모니터링 연구를 수행해 온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이한나 연구위원은 본보와의 통화에서 “재활보조기기나 장비에 대한 필요 욕구가 인정되면 개인예산제에서도 일시불로 지원되는 것이 취지에 맞다”면서 “호주 등 일부 국가는 주거 개조나 보조기기 비용을 별도 항목으로 일시 지급하지만, 한국은 월 단위 활동지원 급여를 전환해 사용하는 구조여서 제약이 크다”고 설명했다.

결제·정산 시스템 한계도 문제로 꼽힌다. 이 연구위원은 “개인예산제는 이용자마다 허용되는 품목과 서비스가 달라 사실상 신용카드처럼 유연하게 작동해야 한다”면서도 “현재 정부가 운용하고 있는 전자바우처 시스템은 기존 복지서비스 중심으로 설계돼 있어 개인예산제와 충돌하는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특히 현 시범사업에 적용되고 있는 선 지출 후 환급 방식은 이용자들에게 부담이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 연구위원은 “환급까지 최대 50일이 걸릴 수 있어 이용자 부담이 있다”며 “고가 물품은 몇 달 동안 예산을 모아야 하고 이후 환급까지 기다려야 하는 이중 부담이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본사업 전환 전 반드시 개선돼야 할 과제로 전산·정산 체계 구축을 꼽았다. 이 연구위원은 “현재도 본사업 전환이 늦어지는 이유 중 하나가 전산 시스템과 전달체계 준비 부족 때문”이라며 “개인예산제를 전국 단위로 확대하려면 기존 바우처 체계와 다른 별도의 정산·관리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종성 국민의힘 의원이 1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장애인 개인예산제 도입 방안과 과제’ 토론회에서 환영사를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2.04.01. photo@newsis.com
국민의힘 이종성 의원이 2022년 4월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장애인 개인예산제 도입 방안과 과제’ 토론회에서 환영사를 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장애계에서는 개인예산제가 실질적인 자립 지원 제도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예산 총액 범위 내 일시불 결제 허용, 무이자 할부 지원, 전용 결제 시스템 도입 등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특히 교육비, 여행·문화 활동, 주거 개조, 보조기기 구매 등 목돈이 필요한 영역에서도 보다 폭넓은 활용이 가능해야 한다는 요구가 나온다.

반면 복지부는 현장 의견을 수렴하면서도 신중한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복지부 관계자는 본보에 “현장에서 더 넓은 범위의 항목을 허용해달라는 의견이 있어 계속 검토하고 있다”면서도 “무조건적으로 허용할 경우 악용 우려가 있고 보호자나 활동지원사 등 주변 보조 인력의 개입으로 장애인 당사자의 의사가 왜곡될 가능성도 있어 신중하게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고가의 보조기기나 주거 안전시설 구매가 어렵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현장 애로를 파악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이용계획을 수립할 때 해당 품목이 허용되는지 여부를 지자체가 문의하면 일관되게 안내하려고 하고 있다”며 “어떤 사항들에 애로사항이 있는지도 파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협의가 어려운 부분은 전문가가 포함된 지자체 지원위원회에서 허용 여부를 판단하고, 각 지자체에서 판단이 어려우면 복지부의 상급 지원위원회에 올려 전국 사례를 놓고 논의하는 절차가 이뤄진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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