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AI 툴로 만든 사진.
어버이날이면 으레 카네이션을 달아드리고 용돈 봉투를 챙기던 풍경이 점점 옅어지고 있다. 전화 한 통조차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를 검색창에 물어보는 시대가 됐다. 어버이날, 시어머니에게 전화할지 말지를 며느리가 물었다. 돌아온 답은 "하라"와 "하지 마라"로 팽팽히 갈렸다. 정작 시어머니 세대 상당수도 "며느리 전화를 안 기다린다"고 했다.
"내 부모도 아닌데..." 며느리들의 솔직한 속내
"회사인데 전화를 드려야 하나 싶다. 제 어버이도 아니고…." 어버이날인 8일 온라인 커뮤니티 82쿡의 자유게시판에 한 며느리가 올린 글이다. 그는 남편이 시댁에 전화를 했는지조차 모르겠다면서 자신이 굳이 시부모를 챙겨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하소연했다.
반응은 크게 둘로 갈렸다. "찜찜하느니 그냥 하는 게 낫다"는 쪽과 "각자 자기 부모에게만 하면 된다"는 쪽이었다. "내 부모도 아닌데 왜 하나. 해줬더니 자기 시녀인 줄 알더라"라는 댓글에 공감이 쏟아졌다. "어버이날은 낳아서 진자리 마른자리 갈아 뉘인 친부모를 위한 것이니 며느리나 사위가 챙겨야 할 의무는 없다"며 "평소 관계에 따라 정하면 된다"는 의견도 있었다.
글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AI 툴로 만든 사진.
반면 "그 정도는 당연히 해야 한다. 밥도 먹고 선물도 드린다. 아들이든 딸이든 결혼 후 상대측 부모에게 잘했으면 좋겠다"는 댓글도 적지 않았다. "할까 말까 고민되면 하라잖나. 저는 아침에 남편과 식사 자리에서 제가 양가에 전화하고 남편 바꿔줬다"라는 글도 달렸다.
시어머니도 "며느리 전화 안 기다린다"
흥미로운 건 시어머니 세대의 반응이었다. 스스로 시어머니라고 밝힌 댓글 작성자들 상당수가 "며느리 전화를 안 기다린다"고 답했다.
"시어머니인데 며느리 전화 안 기다린다. 안 해도 된다. 제 주변 50대에서 60대 초반 다 그렇다"라는 댓글이 달렸다. "심지어 며느리 목소리 들어도 짜증난다는 지인도 있다"라는 글도 있었다. "내 아들이 좋지 생뚱맞은 며느리 전화는 부담스럽다"라는 반응도 나왔다. 구순의 시어머니를 모시고 있다는 한 댓글 작성자는 "며느리도 있지만 연락? 전혀 안 한다. 생각만 해도 쑥스럽다. 지네들만 건강하게 사이좋게 잘 살면 된다"라고 썼다.
글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AI 툴로 만든 사진.
반세기 가까이 시집 행사를 챙겨왔다는 한 여성의 댓글은 씁쓸한 현실을 담았다. 아이들을 데리고 다니며 시집 행사를 챙겼지만 정작 남편은 친정 방문을 꺼렸다고 한다. "몇 년 전 돌아가신 아버님 묘소에 꽃다발 만들어 성묘 간 것이 스무 번은 될 텐데, 그동안 친정은 두 번 갔다. 내 친부모가 계신 처가에도 안 가는데 돌아가신 분의 묘소는 무슨 정성이 뻗쳤다고 가나 싶어서 그것도 알아서 가라고 했다"라고 토로했다.
따로 사는 부모에게 전화 얼마나?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전국 7654가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담은 '2024년 한국복지패널조사·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따로 사는 부모에게 1년간 전화하는 횟수는 2023년 기준 평균 106회로 3.44일에 한 번꼴이었다. 코로나19가 한창이던 2022년 113회에서 다시 줄어든 수치다.
코로나19 이전인 2018년과 2019년에는 각각 연평균 90회, 97회였다가 팬데믹이 본격화된 2020년 103회, 2021년 112회, 2022년 113회로 증가세를 이어갔다. 직접 만나지 못하는 대신 전화로 안부를 챙기던 습관이 팬데믹이 끝나자 다시 예전으로 돌아간 셈이다. 부모와의 왕래는 반대로 코로나19 기간에 줄었다가 엔데믹 이후 소폭 늘었다. 2022년과 2023년 모두 연평균 42회로 집계됐다.
경제적 수준에 따른 차이도 뚜렷했다. 2023년 기준 일반 가구는 부모에게 연평균 106회 전화한 반면, 저소득 가구는 95회에 그쳤다. 이 격차는 2018년부터 2023년까지 6년간 꾸준히 이어졌다.
Copyright ⓒ 위키트리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