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백연식 기자] 이동통신(MNO)3사가 다시 가입자를 끌어들이면서 알뜰폰(MVNO) 시장의 성장세가 둔화되고 있다. 이통사에서 알뜰폰으로 이동하던 가입자 흐름이 뒤바뀌면서 통신 시장 판도가 전환되는 모습이다. 위기 속 일부 중소 알뜰폰 업체들은 10원 요금제 등 사실상 공짜 요금제를 11개월째 판매하는 등 고육지책에 나서며 우려가 커지는 분위기다.
8일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TOA)에 따르면 지난 4월 알뜰폰 번호이동 가입자는 7353건 순감했다. 올해 알뜰폰 번호이동이 감소세로 전환된 것은 처음이다. 알뜰폰은 올해 1월 2만5588건, 2월 1만6798건, 3월 8320건 순증을 기록했지만 증가 폭이 빠르게 줄어들다 결국 4월 순감으로 전환됐다. 일각에선 ‘2020년 이후 이어진 알뜰폰 성장 공식이 흔들리기 시작했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같은 기간 이동통신3사는 모두 순증을 기록했다. SK텔레콤은 347건, KT는 4703건, LG유플러스는 2303건 증가했다. 최근 한 사업자 가입자가 늘어나면 다른 사업자가 줄어드는 제로섬 게임이었던 만큼 3사의 동반 순증은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무엇보다도 알뜰폰 가입자가 줄어들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4월 한 달 동안 알뜰폰에서 SK텔레콤으로 이동한 가입자는 3만5877건, KT는 2만190건, LG유플러스는 2만1268건으로 집계됐다.
업계는 최근 이통3사의 전략 변화가 영향을 미쳤다고 보고 있다. 과거 프리미엄 요금제 중심이던 이동통신사들이 최근 들어 온라인 전용·중저가 요금제를 확대하면서 알뜰폰과의 가격 차이가 줄어들고 있어서다. 특히 갤럭시S26 출시 이후 보조금 경쟁이 격화된 점도 주요 이유 중의 하나로 꼽힌다. 통신사들이 판매장려금(리베이트)을 늘리며 가입자 유치에 나선 데다, 온라인 전용 중저가 요금제까지 등장하면서 알뜰폰 잠재 수요까지 흡수했다는 분석이다.
알뜰폰 업계 관계자는 “예전에는 ‘무조건 알뜰폰이 싸다’는 공식이 있었지만 최근에는 통신사 온라인 요금제와 차이가 크지 않은 경우가 많다”며 “단말 보조금까지 더해지면 소비자 입장에서는 이동통신3사가 더 저렴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알뜰폰 업계의 구조적 한계도 다시 부각되고 있다. 알뜰폰 사업자는 통신 3사의 망을 임대해 서비스를 제공하는 구조다. 때문에 도매대가 인하가 늦어질 경우 요금 경쟁력 확보 자체가 쉽지 않다. 최근 정부와 통신사 간 도매대가 협상이 사실상 불가능해지고, 망도매제공 의무사업자인 SK텔레콤과 각 알뜰폰 업체가 개별 협상을 진행한 가운데 협상 결과는 업계 예상과 달리 미약한 수준이다. 종량제(RM) 방식만 전년 대비 인하됐는데 평균 10% 인하 수준이다. 알뜰폰 업계가 바라던 수익배분(RS) 방식은 전년 대비 인하되지 않았다.
여기에 전파사용료 납부 등으로 중소 알뜰폰 업체들의 부담은 더욱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지난해부터 중소 알뜰폰 사업자에도 전파사용료를 단계적으로 부과하고 있다. 올해는 50%, 내년에는 100%까지 확대할 예정이다. 규모가 작은 사업자의 경우 마케팅 경쟁이나 단말 프로모션 대응 여력도 제한적이다.
정부는 풀MVNO 육성 및 지원을 핵심으로 하는 ‘알뜰폰 경쟁력 활성화 방안’을 준비 중이지만 아직 구체적인 내용을 준비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3사 전체 요금제의 데이터안심옵션(속도 제한 데이터 무제한 제공, QoS) 적용 등으로 알뜰폰 업계는 더 위기에 빠지는 모양새다. 정부는 알뜰폰 데이터 요금제에도 QoS를 도입할 수 있도록 이통사와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는 입장이지만 상황은 녹록치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중소 알뜰폰 업체들은 생존을 위해 사실상 공짜 요금제를 내세워 고객 유치에 나서고 있지만 제살 깎아먹기 경쟁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실제로 SK텔레콤 망을 사용하는 스테이지파이브의 핀다이렉트는 최근 11개월 동안 월 10원에 데이터 5GB, 통화 100분, 문자 100건을 제공한다. 티플러스는 6개월간 월 10원에 데이터 6GB, 통화 350분, 문자 100건을 제공하는 상품을 내놓았다.
시장 전체도 다소 위축되고 있다. 4월 전체 번호이동 건수는 56만6576건으로 전월(63만2467건) 대비 10.41% 감소했다. 업계에서는 단통법 폐지 이후 기대됐던 대규모 가입자 이동 효과도 예상보다 제한적이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알뜰폰 업계 다른 관계자는 “알뜰폰 시장이 일정 수준 성숙 단계에 진입하면서 단순 저가 전략만으로는 성장에 한계가 나타나고 있다”며 “데이터·부가서비스·결합 혜택 등 실질적인 상품 경쟁력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정부의 지원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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