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사그라다 파밀리아는 단순한 성당이 아니다. 인간이 하느님께 바친 한 세기의 기도이자, 돌로 지은 복음서다. 그리고 그 기도의 정점에 마침내 교황이 선다.
교황 레오 14세가 다음 달 10일, 신의 건축가 안토니 가우디 타계 100주기를 맞아 바르셀로나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에서 '예수 그리스도의 탑' 봉헌 미사를 집전한다. 1882년 착공 이후 무려 144년째 이어지는 공사 속에서, 성당은 올해 마침내 상징적 중심축을 완성했다. 지난 2월 높이 172.5m의 '예수 그리스도의 탑' 꼭대기에 십자가가 설치되면서 세계에서 가장 높은 교회 건물이 된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사그라다 파밀리아가 2026년에 완공된다'고 기억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원래 성당 측은 가우디 타계 100주기인 2026년을 목표로 주요 구조물 완공 계획을 추진해 왔다. 특히 가장 핵심인 '예수 그리스도의 탑'과 중앙부 첨탑 공사가 올해 마무리되면서 사실상 외형의 상징적 완성 단계에 도달했다. 그래서 언론과 관광업계, 일반 대중 사이에서는 '2026년 완공'이라는 인식이 강하게 퍼졌다.
하지만 실제로는 아직 남쪽 정문 역할을 하는 '영광의 파사드(Glory Facade)'와 첨탑 4기 공사가 남아 있다. 이 구역은 예수의 최후 심판과 천상의 영광을 표현하는 가장 거대한 공간이다. 현재 예상 최종 완공 시점은 2034년 안팎으로 알려져 있다.
그럼에도 이번 교황의 봉헌 미사가 특별한 이유는 분명하다. 건축적으로 가장 중요한 수직축이 완성됐기 때문이다. '예수 그리스도의 탑'은 단순한 첨탑이 아니다. 인간 세계와 천상을 연결하는 상징이다. 주변을 성모 마리아와 네 복음사가의 탑이 둘러싸고 있으며, 탑에는 '당신만이 거룩하시고, 당신만이 주님이시며, 당신만이 지극히 높으신 분'이라는 라틴어 문구가 새겨져 있다.
가우디는 생애 마지막 43년을 이 성당에 바쳤다. 말년에는 아예 성당 안에 작업실을 차리고 숙식했다. 그는 죽는 순간까지 공사 현장을 떠나지 않았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그는 노면전차 사고 후 남루한 행색 탓에 노숙인으로 오해받아 빈민 병원으로 옮겨졌다. 주변에서 더 좋은 병원으로 옮기자고 권했지만 그는 "내 자리는 가난한 사람들 곁"이라며 거절했다고 한다.
그의 신앙은 건축 철학 속에도 그대로 녹아 있다. 가우디는 성당 높이를 바르셀로나의 몬주익 언덕보다 약간 낮게 설계했다. 인간의 창조물이 하느님의 자연을 넘어서는 안 된다는 이유였다.
그래서 사그라다 파밀리아는 보는 순간 이상한 감정을 준다. 일반적인 고딕 성당처럼 차갑고 위압적인 느낌보다, 살아 있는 숲속에 들어온 듯한 생명감을 준다. 내부 기둥은 나무줄기처럼 갈라지고, 천장은 숲의 가지처럼 퍼진다. 스테인드글라스는 동쪽에 푸른빛, 서쪽에 붉은빛을 배치해 예수의 탄생과 수난을 상징한다. 돌과 빛과 자연으로 복음을 설명한 셈이다.
역대 교황들도 이 성당과 깊은 인연을 맺어왔다. 요한 바오로 2세는 1982년 이곳을 방문했고, 베네딕토 16세는 2010년 봉헌 미사를 집전하며 성당을 준대성전으로 승격시켰다. 프란치스코는 지난해 가우디를 '가경자'로 선포했다. 스페인 가톨릭계에서는 이번 방문을 계기로 레오 14세가 가우디를 '복자' 단계로 올릴 가능성도 거론한다.
사그라다 파밀리아의 공사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그러나 어쩌면 중요한 것은 완공 여부가 아닐지도 모른다. 가우디는 생전에 이런 말을 남겼다. "나의 의뢰인(하느님)은 서두르지 않으신다."
144년째 이어지는 공사 속에서, 인간은 오히려 자신이 얼마나 조급한 존재인지를 배우고 있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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