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2팀] 박정원 기자 = ‘원조 친윤(친 윤석열)계’ 정진석 전 대통령비서실장이 결국 충남 공주·부여·청양 국회의원 보궐선거 후보 신청을 철회하며 백의종군을 선언했다.
정 전 실장의 자진 하차로 국민의힘은 ‘윤 어게인’ 공천 논란의 가장 큰 불길은 잡은 모양새지만, 이미 공천장을 받은 다른 친윤 인사들의 문제가 여전하다는 점에서 ‘절윤’과 거리가 먼 국민의힘의 현주소가 명확히 드러났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 전 실장은 지난 7일 페이스북을 통해 “저의 출마가 당의 결속을 해치거나, 거대한 권력의 독주를 막아낼 우리 당의 동력을 약화한다면 그 길을 멈추겠다”며 “6·3 국회의원 보궐선거 국민의힘 후보 신청을 철회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름 없는 평당원으로 돌아가 백의종군하겠다”며 “보수 애국 세력의 승리를 위해 가장 낮은 곳에서 헌신하겠다”고 썼다.
정치권에 따르면 정 전 실장의 후보 신청 철회는 당 지도부의 강한 배제 의지와 사적인 인연을 동원한 설득이 맞물린 결과다.
장동혁 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는 이미 지난 4일경 정 전 실장에 대한 ‘컷오프(공천 배제)’ 결론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정 전 실장은 이에 강력히 반발하며 무소속 출마까지 시사하며 배수진을 쳤으나, 당은 ‘수용 불가’ 입장을 고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교통정리에 나선 이는 정 전 실장과 사돈 관계인 박덕흠 공천관리위원장이었다. 박 위원장은 전날(7일) 정 전 실장을 만나 “무소속 출마는 당에 대한 해당 행위이며, 차라리 다음 총선을 기약하는 것이 본인에게도 낫다”며 끈질기게 설득한 끝에 자진 철회라는 답변을 받아냈다고 한다.
직접적인 배제 대신 사돈을 통한 ‘명예로운 퇴진’ 형식을 빌려 무소속 출마라는 최악의 변수를 차단한 것으로 해석된다.
만약 정 전 실장이 무소속으로 출마하게 될 경우, 보수 표 분열로 인한 필패 가능성과 ‘윤 어게인’ 프레임의 전국 선거 확산이라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결과적으로 국민의힘은 최악의 시나리오는 면했지만, 수습 과정이 매끄럽지 못했다는 지적은 피하기 어렵게 됐다. 당 지도부와 공관위가 논란 초기부터 원칙에 입각한 결단을 내리기보다 여론의 향배를 살피며 수습을 미루는 사이, 결국 정 전 실장 개인이 결자해지하는 모양새를 취하게 만들며 지도력 부재를 고스란히 드러냈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정 전 실장이라는 상징적인 친윤 인물 한 명을 희생양 삼아 ‘윤석열 리스크’의 임계점을 시험하는 ‘간 보기’를 하다가 되레 역풍만 자초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로 현재 국민의힘의 공천 명단은 ‘절윤’과는 거리가 멀다.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로 기소됐음에도 대구시장 후보로 확정된 추경호 전 원내대표가 대표적이다.
정 전 실장 스스로도 “내란중요업무종사 혐의로 기소된 분이 우리 당 광역시장 후보에 선출됐다”며 “윤 전 대통령과 연관된 다른 공천자들과의 형평을 고려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반발했을 만큼, 그의 공천은 ‘원칙 없는 공천’의 상징이 됐다.
‘윤석열의 호위무사’로 불리며 대선 당시 수행실장을 지낸 이용 전 의원(경기 하남갑)은 지난 6일 국회 출마 선언 현장에서 “(지난) 정권을 만드는 일에 함께했다면 그 정권의 실패 앞에서도 책임을 져야 한다”며 뒤늦게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책임’을 언급하면서도 공천권을 유지한 채 선거에 임하는 모습은 진정성 논란을 낳고 있다.
이외에도 윤 어게인 공천의 대표 사례로 꼽히는 인물들은 곳곳에 포진돼있다. ▲강성 친윤 성향의 이진숙 전 방통위원장(대구 달성군 보선) ▲김태규 전 방통위 부위원장(울산 남구갑 보선) ▲경기 안산갑의 김석훈 후보 등이 꼽힌다.
결국 국민의힘의 절윤은 전면적인 단절이 아닌, 여론의 비판이 거센 인물만 솎아내는 ‘선택적 절윤’에 불과하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더불어민주당은 즉각 ‘꼬리 자르기식 면피 정치’라며 공세에 나섰다.
강준현 수석대변인은 8일 서면 브리핑에서 “정 전 실장의 공천 신청 철회는 무슨 결단도, 희생도 아니다. 애초에 출마 자체가 국민 눈높이에서 용납될 수 없는 일이었다”며 “윤석열정권의 마지막 대통령비서실장이자 권력 핵심이었던 인물이 선거에 나서겠다는 발상부터가 국민을 우습게 본 것”이라고 직격했다.
그는 “정진석 한 사람 공천을 철회시키고 모든 책임을 털어낸 듯 행동하고 있다”며 “진짜 문제는 아직 그대로 남아있다. 바로 당시 불법 계엄 국면에서 국민의힘 원내대표였던 추경호 후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국민의힘은 정 전 실장 한 사람 공천을 철회시키고 모든 책임을 털어낸 듯 행동하고 있다”며 “이런 꼬리 자르기식 면피 정치가 통할 것이라고 생각하는가”라고 지적했다.
강 수석대변인은 “숨어 있던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들은 다시 고개를 들고 있고, 국민의힘은 여전히 윤석열 내란 세력과 단절하지 못하고 있다”며 “정 전 실장 철회 하나로 면죄부를 받을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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