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억 '실탄'으로 14억 챙겨…증권사 간부·양정원 남편·전 축구선수 가담
'리니언시 1호' 사건…검찰 "주가조작 패가망신, 투자 원금까지 추징"
(서울=연합뉴스) 유한주 기자 = 유명 주가조작 전문가와 증권사 간부, 방송인 양정원씨 남편과 전직 축구선수 등으로 구성된 시세조종 사범들이 검찰에 적발돼 재판에 넘겨졌다.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부(신동환 부장검사)는 8일 브리핑을 열고 자본시장법 위반 등의 혐의로 3명을 구속기소하고 공범 6명을 불구속·약식 기소했다고 밝혔다. 소재가 파악되지 않은 1명은 지명수배했다.
이들은 2024년 12월부터 이듬해 4월까지 차명 계좌로 코스닥 상장사 주식을 289억원 이상 사고팔아 주가를 상승시켜 14억원 이상의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를 받는다.
양씨 남편의 경우 양씨에 대한 경찰 수사를 무마하려 한 혐의도 있다.
이 사건은 대검찰청이 접수한 '자진 신고자 형벌 감면'(리니언시) 1호 사건이다.
신 부장검사는 "주가 조작을 한 번이라도 하면 패가망신한다는 정부 기조에 따라 실체 규명에 신속히 착수해 압수수색 2개월 10여일 만에 실체를 밝혔다"고 말했다.
이번 사건은 스스로 2009년 개봉작 '작전'의 주인공이라고 주장하는 유명 기업사냥꾼 A씨와 그의 '선수'로 활동한 당시 현직 증권사 부장 B씨가 한 코스닥 상장사에 대한 시세조종을 기획하며 시작됐다.
이 작전에 필요한 자금 30억원과 차명계좌, 대포폰을 제공할 '파트너'로 재력가인 양씨의 배우자 C씨와 그를 따르는 '선수'들이 붙었다.
수익을 반씩 나누는 조건으로 C씨 측이 현금 30억원과 차명계좌 4개를 B씨의 증권사 사무실로 여행용 가방에 담아 전달하며 2025년 1월부터 범행이 시작됐다.
통정매매, 가장매매 등 평소의 400배에 이르는 거래량에 주당 1천926원이었던 주식은 2월 중순 무려 4천105원까지 올랐다.
증권사 부장이던 B씨가 전문지식을 발휘해 '5일 이동평균선'을 오가는 식의 주가 관리를 하며 금융감독원 등의 눈초리를 피했고, C씨는 허위 호재를 퍼뜨리는 이른바 '펄 붙이기' 작업까지 했다.
목표했던 주당 7천원까지 오르는 데 시간이 걸리자, A씨 측 선수 중 한 명이 주식을 대거 팔고 해외로 잠적하는 '배신'을 하기도 했다.
이에 주가가 하한가를 기록하자 이들은 다시 프로축구 K-리그 출신의 주가조작 선수를 '용병'으로 영입해 범행을 이어간 것으로 조사됐다.
신 부장검사는 부당이득액이 14억원에 그친 데 대해 "주가가 애초 목표인 8천원∼1만2천500원까지 오르기 전 공범 한 명이 크게 배신을 했기 때문"이라며 "서로 믿지 못해 뒤통수를 치다가 결국 실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부당이득액은 물론 시세조종에 쓰인 원금 30억원까지 전부 몰수·추징할 예정"이라며 "근본적인 범행 동기를 박탈하고 주가 조작을 하면 남는 건 형벌밖에 없다는 원칙을 실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사건은 범행 관계자가 자수한 리니언시 1호 사건으로, 자수자가 누구인지는 밝히지 않았다.
신 부장검사는 "수사 단계 협조에서 나아가 최종 유죄 확정시까지 진실을 밝히는 데 얼마나 기여했는지에 따라 형이 면제되거나 감경될 수 있다"고 전했다.
hanju@yna.co.kr
Copyright ⓒ 연합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