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병청, 고공 포집기·AI 자동감시장비 등으로 질병 매개 모기 감시
'한해 환자 500∼600명' 말라리아 2030년 퇴치 목표…질병청장 "재퇴치에 전력"
(파주=연합뉴스) 성서호 기자 = 7일 민간인 출입 통제선을 넘어 찾아간 경기도 파주시 장단면에는 땅에서 10m 높이에 삼각기둥 모양의 커다란 망이 설치돼 있었다.
이 망은 여기저기서 날아드는 모기를 잡기 위한 고공 포집기로, 질병관리청이 이곳과 제주 2개 지점에서 운영 중이다.
모기에는 3·8선이 없기에 북한 주민을 괴롭히던 모기들이 이곳에서 잡힐 수도 있다.
바람에 의지해 사실상 우연히 잡아내기 때문에 이 포집기에 걸리는 모기들이 많지는 않다.
그런데도 인접 국가의 기류 등을 통한 매개체 유입에 대비하는 유일한 장비라는 점에서 효용성은 충분하다는 게 질병청의 설명이다.
지난해 여러 부처에서 이곳을 포함해 총 17대 포집기를 운영한 결과, 말라리아를 일으키는 삼일열 원충은 다행히 발견되지 않았다.
질병청은 이 모기 포집기를 충남 보령, 전남 신안·장흥 등 6곳에서 확대 운영할 계획이다.
질병청은 다소 원시적인 포집기와는 달리 인공지능(AI)을 탑재한 자동감시장비(AI-DMS)로도 모기를 감시한다.
이 장비는 질병청이 개발한, 세계 최초로 외부 현장에서 운영되는 실시간 모기 감시 장비다.
이산화탄소를 배출해 모기를 투입구 쪽으로 유인하고, 그렇게 빨아들인 모기들을 촬영하면 AI가 그 즉시 모기의 종을 판별한다.
기존 수동 감시 체계에서는 모기 계수와 종 분류에 7∼14일이 걸렸다면 이 장비는 모든 작업을 24시간 안에 해낸다.
얼룩날개모기, 빨간집모기, 작은빨간집모기, 흰줄숲모기, 금빛숲모기 등 모기 총 1만1천923개체의 '외모'를 학습한 이 장비는 분류 정확도가 95.5%에 이른다. 이 모기들은 웨스트나일열, 일본뇌염, 말라리아 등을 옮기는 것들이다.
어쩌다 모기들이 한 데 엉켜 찍혔다고 해도 이 장비는 각각의 모기를 구별해낸다.
이희일 질병청 매개체분석과장은 "일정 기준에 도달하면 일본뇌염 등의 경보를 발령하는데, 지금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려 발령했다면 이 장비를 통해서는 어젯밤 결과로 오늘 바로 발령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질병청은 현재 7대인 이 장비를 각 시도에 한 대씩 설치할 계획이다.
질병청은 이런 장비 등을 활용해 2030년까지 말라리아를 다시 퇴치한다는 방침이다.
말라리아는 원충에 감염된 모기에 물려 걸리는 질환으로, 우리나라에서 주로 발생하는 말라리아는 삼일열말라리아다.
말라리아에 걸리면 발열, 오한, 발한 등 대체로 감기와 비슷한 증상이 나타나고, 증상이 48시간 주기로 반복된다.
국내에서 말라리아 환자 수는 1970년 1만6천명가량으로 정점을 찍었다가 이후 줄어들어 1979년 한국은 말라리아 퇴치 국가가 됐다.
그러나 1993년 말라리아가 다시 출현했고, 현재는 매년 500∼600명 수준으로 환자가 나오고 있다.
작년 기준 국내 말라리아 환자는 모기가 위험지역에서 활발히 활동하는 5∼10월에 약 95%가 집중됐다.
지역별 환자는 경기도가 321명(59%)으로 가장 많았고, 이어 인천 103명(18.9%), 서울 62명(11.4%), 강원 26명(4.8%) 등 순이었다.
임승관 질병청장은 "말라리아를 퇴치하기 위한 전략을 세우고, 온 힘을 다하고 있다"며 "자동화 감시 장비를 통해 실시간에 가깝게 지역 맞춤형 정보와 표준화된 정보를 얻을 수 있는데, 선제적으로 감시망을 구축해 지방 정부, 군과 함께 말라리아 재퇴치를 위해 전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so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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