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썰 / 김봉연 기자] 9년 만의 개헌 기회를 놓고 여야가 헌정사상 유례없는 정면충돌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 표결 재시도를 강행하겠다는 방침을 굳히자, 국민의힘은 헌정사상 최초의 '개헌안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 카드를 꺼내 들며 배수진을 쳤다.
◇민주 “내란 정당임을 자인했다”…계엄 통제권 거부 직격
한병도 민주당 원내대표는 8일 서울 조재희 송파구청장 후보 선거사무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헌법기관으로서 마땅히 수행해야 할 책임과 사명을 헌신짝처럼 내팽개친 국민의힘을 국민과 민주주의의 이름으로 강력히 규탄한다”고 일갈했다.
한 원내대표는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강화된 ‘국회의 계엄 통제권’이 개헌안의 핵심임을 강조하며, “불법 계엄에 대한 통제권 강화를 정면으로 거부함으로써 국민의힘은 윤석열의 12·3 내란을 옹호하는 내란 정당임을 자인했다”고 날을 세웠다.
이어 “국민의 추상같은 심판에 직면할 것”이라며 표결 참여를 강하게 압박했다.
◇국힘 "일사부재의 위반·위헌"…헌정사상 첫 개헌 필리버스터 예고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표결 재시도를 일사부재의 원칙을 어긴 위헌적 폭거로 규정하며 맞불을 놨다.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같은날 원내대책회의에서 “한 번 부결된 안건을 동일 회기 내에 다시 상정하는 것은 국회법의 대원칙에 어긋난다”며 “2009년 헌법재판소 결정에 따르면 의결 정족수 미달 시 이미 국회의 의사는 부결로 확정된 것”이라고 맞섰다.
한발 더 나아가 헌정사상 최초의 ‘본회의 개헌안 필리버스터’를 예고했다. 최수진 원내수석대변인은 “검토 결과 개헌안에 대해 필리버스터를 하지 말라는 법은 없었다”며 합법적 의사진행 방해를 공식화했다.
박성훈 수석대변인 역시 논평을 통해 “이재명 대통령의 범죄를 세탁하려던 특검이 역풍에 직면하자 이를 덮기 위해 개헌이라는 거대한 정치적 물타기 판을 짠 것”이라며 민주당의 의도를 정조준했다.
과거 1969년 3선 개헌 당시에도 저지를 위한 필리버스터가 있었으나 법제사법위원회 단계에 그쳤다. 이날 본회의에서 필리버스터가 실행된다면 우리 헌정사에 기록될 초유의 사건이 된다.
현재 개헌안 의결을 위해서는 재적 의원 3분의 2 이상인 191명의 찬성이 필요하다. 그러나 야당이 ‘졸속 개헌’이라며 본회의를 거부하거나 무제한 토론으로 맞설 경우, 의결 정족수 충족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여야의 대치가 극한으로 치닫는 가운데, 대한민국 헌법의 운명이 걸린 본회의장은 그 어느 때보다 뜨거운 긴장감에 휩싸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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