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승인 '연장선상' 주문은 당일 발표서 누락
이란 전쟁 2개월만에 3년치 생산량 사용
(서울=연합뉴스) 임화섭 기자 = 미국 국무부가 지난 1일(현지시간) 긴급 승인한 중동 우방국들 상대 무기 판매 총액이 당일에 발표했던 액수의 3배에 해당하는 258억 달러(37조7천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뒤늦게 밝혀졌다고 블룸버그통신이 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는 국무부가 이 중 171억 달러(약 24조8천억 원)어치를 '기존 판매 계약의 연장'으로 간주하고 발표 내용에서 제외했기 때문이라고 블룸버그통신과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설명했다.
블룸버그와 NYT는 이란과의 전쟁으로 미국의 미사일 재고가 급감하는 가운데 이번 추가 판매가 이뤄졌다고 지적했다.
미국 국무부는 1일 바레인, 이스라엘, 쿠웨이트, 카타르, 아랍에미리트(UAE)에 대한 258억 달러 규모 무기 판매를 긴급 승인하고 이를 연방의회에 공식 통보했다.
승인 당일에 국무부는 긴급 무기 수출 액수를 86억 달러(12조5천억 원)로 발표했으며 대상국도 이스라엘, 쿠웨이트, 카타르, UAE만 포함했고 바레인은 발표에서 제외했다.
당일 발표에서 누락됐던 171억 달러어치의 수출 대상국은 쿠웨이트(93억 달러), UAE(62억5천만 달러), 바레인(16억2천500만 달러)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를 신규 판매가 아니라 이미 승인된 패트리엇 요격미사일 계약의 연장선에 있는 것으로 간주해, 당일 발표에서는 제외하고 연방의회에 대한 공식 통보에만 포함했다.
앞서 미국 국무부는 바레인에 대해서는 2019년에, 쿠웨이트와 UAE에 대해서는 2024년에 패트리엇 미사일 수출 승인 조치를 내렸다.
국무부는 NYT에 보낸 입장문에서 "이 국가들은 미국제 방어 시스템들을 성공적으로 배치해 자국민과 영토, 해외 거주 미국인과 미군 기지를 방어해 왔다"며 "이번 긴급 조치는 우리가 파트너들과 함께한다는 분명한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라고 밝혔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미국의 페르시아만 우방국들은 패트리엇 시스템용 요격 미사일 중 'GEM-T'(Patriot Guidance Enhanced Missile-T)와 'PAC-3 MSE'(Patriot Advanced Capability-3 Missile Segment Enhancement) 등 2개 기종을 주문했다.
국가별 최대 구매 가능 물량은 PAC-3 MSE의 경우 UAE 600발, 쿠웨이트 500발, 카타르 300발, 바레인 50발 등이다.
GEM-T는 쿠웨이트 500발, 카타르 200발, UAE와 바레인이 150발씩이다.
다만 미국 방위산업체들의 패트리엇 미사일 생산 능력을 감안할 때 이번 긴급 승인 물량이 실제로 인도되려면 여러 해가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패트리엇 방공 시스템은 RTX 코퍼레이션(옛 레이시온 테크놀로지즈 코퍼레이션)이 생산한다.
패트리엇용 요격 미사일의 연간 생산 목표 물량은 록히드마틴이 만드는 PAC-3 MSE가 650발, RTX가 만드는 GEM-T는 300발에 불과하다.
미 국방부 내부 추산에 따르면 미군과 페르시아만 우방국들이 지난 2개월간 사용한 패트리엇 요격 미사일은 각각 1천300여발, 600여발로, 3년치 생산량에 해당한다.
트럼프 행정부는 패트리엇 미사일 연간 생산량을 현재의 2배인 2천발 수준으로 늘리도록 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으나, 실현되려면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전망이다.
국방부 내에서는 이번 무기 판매로 인해 미군의 전반적인 전쟁 대비 태세가 약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으며, 특히 중국에 대응하기 위해 아시아와 유럽 사령부에 배치됐던 군수품들이 중동으로 전용되고 있는 점에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NYT는 전했다.
정치권의 비판도 거세다.
연방하원 외교위원회 민주당 간사인 그레고리 믹스(뉴욕) 의원은 NYT에 보낸 입장문에서 트럼프 행정부가 무기 판매 과정에서 의회를 반복적으로 소외시키고 있다며 이는 "현 행정부가 이 '선택된 전쟁(war of choice)'을 관리하는 데 실패했음을 보여줄 뿐"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전쟁 전 필요한 숙제를 하지 않았고, 이제 의회를 불필요하게 건너뛰며 걸프 파트너들에게 물자를 보급하느라 급급한 모습은 행정부 스스로 준비가 부족했음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덧붙였다.
트럼프 행정부가 긴급 권한을 발동해 의회의 승인 절차를 생략하고 중동 무기 판매를 단행한 것은 이번이 3번째다.
올해 1월에도 이스라엘에 아파치 공격 헬기와 전투 차량 등을 판매하며 의회 승인 절차를 우회한 바 있다.
limhwasop@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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