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버이날 횡단보도를 건너던 모자를 친 대학교수가 항소심에서 유족과 합의해 금고형 집행유예로 감형됐다. /셔터스톡
가족의 정을 나누는 어버이날, 함께 횡단보도를 건너던 모자를 향해 돌진한 차량이 돌이킬 수 없는 비극을 불렀다. 이 사고로 80대 어머니를 잃은 40대 아들과 유족들이 항소심에 이르러 가해 운전자를 용서하면서, 실형을 선고받았던 대학교수가 집행유예로 감형됐다.
사건은 지난 2024년 5월 8일 오후 6시 21분경 서울 노원구의 한 편도 4차로 도로에서 발생했다.
대학교수로 재직 중인 A씨는 자신의 쏘나타 승용차를 몰고 가던 중 전방 차량 신호등이 적색임에도 이를 위반한 채 그대로 직진했다.
때마침 보행자 녹색 신호에 맞춰 횡단보도를 건너고 있던 83세 여성 B씨와 43세 남성 C씨가 A씨의 차량에 치였다. 이들은 모자지간이었다.
이 사고로 어머니 B씨는 같은 날 오후 6시 38분경 인근 병원에서 심폐정지로 끝내 숨을 거뒀고, 아들 C씨 역시 허리를 다치는 상해를 입었다.
1심 재판부 "어버이날 황망한 사망…엄벌 탄원" 실형 선고
1심을 맡은 서울북부지법 허명산 판사는 A씨의 교통사고처리특례법위반(치사·치상) 혐의를 유죄로 인정해 금고 1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했다. 금고형이란 교도소에 수감되지만 강제 노동은 하지 않는 형벌로, 주로 고의가 아닌 과실범에게 선고된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신호를 위반하여 운전 미숙으로 횡단보도를 건너고 있던 피해자들을 갑자기 충격함으로써, 모자인 피해자들이 황망하게 사망하거나 상해를 입게 된 점"을 지적했다.
이어 "이로 인하여 현장에 있던 피해자와 가족들이 엄청난 정신적 고통을 겪게 되었고, 유족들로부터 용서받지 못해 엄벌을 탄원하고 있다"며 실형 선고 이유를 밝혔다.
다만 피고인이 도망 우려가 없고 피해 유족과 합의할 기회를 추가로 부여하기 위해 법정구속은 하지 않았다.
2심 "유족과 합의, 22년 성실한 공직생활"…집행유예로 감형
이후 "형이 너무 무겁다"는 A씨와 "형이 너무 가볍다"는 검사 모두 항소했고, 사건은 서울북부지법 제1-3형사부(재판장 윤웅기)로 넘어갔다.
항소심 과정에서 상황이 바뀌었다. 1심에서 엄벌을 탄원했던 아들 C씨와 유족들이 피고인 A씨와 합의에 이른 것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지난 1월 27일, 1심 판결을 파기하고 금고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120시간의 사회봉사 명령도 더해졌다.
항소심 재판부는 "어버이날 오후 평화롭게 도심 백화점 부근 횡단보도를 건너고 있던 피해자 모자를 충격해 황망하게 사망하거나 상해를 입게 한 점은 불리한 정상"이라고 재차 판시했다.
하지만 "당심에 이르러 피고인이 피해자 B 및 피해 유족들과 합의한 점, 자신의 잘못을 반성하는 점, 차량이 종합보험에 가입된 점"을 결정적 감형 사유로 들었다.
아울러 "피고인이 초범이며, 약 22년간 두 대학교의 교수로 근무하면서 두 차례 표창을 받는 등 성실히 공직생활을 해온 점 등을 참작하면 1심의 형은 무거워서 부당하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참고] 서울북부지방법원 제1-3형사부 2025노500 판결문 (2026. 1. 27. 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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