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이 17년 만에 1500원 선을 돌파하면서 소비자들의 생활비 부담이 빠르게 커지고 있다. 해외 직구와 유학비, 달러 기반 구독 서비스 등 외화 결제 항목이 늘어난 가운데,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해외 지출 구조 자체를 줄이려는 ‘방어형 소비’ 흐름도 확산되는 분위기다.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4월 평균 원·달러 환율은 1487.39원을 기록했다. 월말 환율 역시 1476.1원 수준을 유지했다. 시장에서는 중동 정세 불안과 호르무즈 해협 리스크 등이 이어지면서 고환율 흐름이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환율 상승은 단순 환전 비용 증가에 그치지 않는다. 해외 결제와 수입 원자재 가격, 물류비까지 연쇄적으로 영향을 받으면서 소비자 체감 물가를 밀어 올리는 구조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환율이 1%포인트 오를 경우 소비자물가가 0.04%포인트 상승하는 효과가 있다고 분석했다. 수입물가 상승이 시차를 두고 외식비와 장바구니 물가 전반으로 번지는 흐름이다.
실제 해외 서비스와 연결된 소비 항목 부담은 이미 일상으로 확산됐다. 미국 유학 자금 송금, 해외 직구 영양제 구매, 생성형 AI 구독 서비스 이용, OTT 월정액 결제 등 달러 기반 소비 비중이 커진 가구일수록 부담 체감도도 높아지고 있다.
50대 직장인 박모 씨는 최근 가계부를 정리하다 몇 달 사이 지출 규모가 늘어난 사실을 확인했다. 소비 패턴 자체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지만, 유튜브 프리미엄과 해외 직구, 자녀 유학비 등 외화 결제 항목의 원화 환산 금액이 상승한 영향이었다.
고환율 장기화 가능성이 커지면서 소비자들은 단순 절약을 넘어 ‘환율 방어형 소비 전략’을 찾기 시작했다. 해외 직구와 송금, 구독 서비스 분야에서는 비용 절감 구조를 앞세운 플랫폼 이용도 늘고 있다.
대표 사례로 글로벌 오픈마켓 이베이가 꼽힌다. 미국·영국·독일·호주 등 국가별 셀러가 동일 상품을 다르게 판매하는 구조여서 국가별 가격 차이를 비교해 상대적으로 저렴한 상품을 찾을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특히 리퍼비쉬(Refurbished) 제품 수요도 확대되는 분위기다. 제조사 인증 또는 전문 셀러 검수를 거친 리퍼 제품을 최대 50% 할인 가격에 구매할 수 있어 고환율 상황에서 대체 소비재로 주목받고 있다.
해외송금 분야에서는 센트비 같은 핀테크 플랫폼이 이용자를 늘리고 있다. 센트비는 다수 이용자의 송금 수요를 모아 처리하는 ‘풀링(Pooling)’ 구조와 상계 처리 방식인 ‘네팅(Netting)’ 기술 등을 통해 기존 은행 대비 최대 90% 낮은 수수료를 내세우고 있다.
은행 송금 대비 환율과 수수료 구조를 사전에 투명하게 확인할 수 있다는 점도 유학생 가족이나 해외 근로자 사이에서 경쟁력으로 꼽힌다.
달러 기반 구독 서비스 부담을 줄이려는 움직임도 나타난다. 생성형 AI 서비스인 ChatGPT와 Claude, OTT 서비스 구독료가 환율 상승에 따라 체감 부담이 커지면서 공동구독 플랫폼 이용이 늘고 있다.
국내 공동구독 플랫폼 피클플러스는 여러 사용자가 하나의 구독 계정을 나눠 사용하는 방식으로 비용 부담을 줄인다. 자동 정산 기능과 보안 인증 체계를 결합해 구독 고정비를 낮추는 구조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환율 변동성이 쉽게 해소되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미국 금리 정책과 글로벌 지정학 리스크, 원자재 가격 변동 등이 복합적으로 얽혀 있기 때문이다.
다만 고환율 장기화가 소비 양극화를 더욱 키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외화 지출 비중이 높은 중산층과 유학생 가구, 해외 플랫폼 의존도가 높은 디지털 소비층일수록 부담이 더 빠르게 증가할 수 있어서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환율 상승이 일부 수입품 가격 문제로 여겨졌다면 최근에는 AI 구독 서비스와 OTT, 해외 SaaS까지 생활 전반으로 확산됐다”며 “환율 자체를 통제할 수 없는 만큼 소비자들은 지출 구조를 바꾸는 방식으로 대응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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