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안토니우 코스타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은 이날 이탈리아 피렌체 유럽대학연구소(EUI) 행사에서 “EU가 푸틴 대통령과 협상할 가능성이 있다”며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으로부터 추진해도 좋다는 지지도 확보했다”고 밝혔다.
코스타 의장은 “27개 회원국 정상들과 적절한 시점이 왔을 때 러시아와 무엇을 논의할지, 어떻게 효과적으로 조율할지 협의하고 있다”며 “지난달 키프로스에서 열린 EU 정상회의에서 젤렌스키 대통령이 협상에 긍정적으로 기여할 준비를 갖춰달라고 요청했다”고 전했다.
EU의 오랜 원칙은 우크라이나의 참여 없이는 우크라이나 관련 논의나 결정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4년 넘게 이어진 전쟁을 끝내기 위한 미국·러시아·우크라이나 3자 협상이 진전을 보이지 못하면서 EU가 위험할 정도로 소외되고 있다는 인식이 확산하고 있다고 FT는 설명했다.
코스타 의장은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주도하는 협상 과정을 방해하지 않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또 “현재로선 러시아가 진지한 협상에 응할 의사가 있다는 신호를 누구도 보지 못하고 있다”며 크렘린궁이 EU 측 인사와 마주 앉을 의향을 보이지 않고 있다는 점도 인정했다.
젤렌스키 대통령 측도 코스타 의장과의 논의 사실을 확인했다. 우크라이나 고위 관계자는 “유럽 차원의 추가 조율이 필요하다”며 러시아에 더 큰 압박을 가하기 위해 “유럽 전체를 대표해 러시아와 대화할 지도자”를 두는 방안이 거론된다고 말했다.
벨기에의 바르트 더 베버르 총리 등 일부 EU 정상도 크렘린궁과의 대화 채널 개설을 거론해 왔다. 다만 27개 회원국 사이에서 누구를 대변자로 세울지, 언제 시도할지, 어떤 메시지를 던질지에 대한 합의는 아직 이뤄지지 않은 상태다.
미국 주도의 협상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 전쟁을 시작한 이후 사실상 중단됐다. 마지막 3자회담은 이란 전쟁 발발 직전인 지난 2월 18일이었다. 다만 완전히 중단된 건 아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외교 프로세스 재가동을 위해 루스템 우메로프 우크라이나 국가안보국방회의 서기가 스티브 위트코프 미 특사 등과 회동하기 위해 미국에 도착했다”고 전날 밝혔다.
휴전 국면도 어수선하다. 러시아 국방부는 지난 4일 푸틴 대통령의 결정이라며 9일 전승절 군사 퍼레이드를 위해 8~9일 양일간 휴전을 시행한다고 발표하고, 우크라이나에도 동참을 요구했다. 만약 우크라이나가 이를 어기고 모스크바 전승절 행사를 방해하면 키이우 중심부에 대규모 미사일 보복 공격을 가하겠다는 위협까지 곁들였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곧바로 반격에 나섰다. 그는 “러시아로부터 공식 통보를 받은 바 없다”며 “인간의 생명은 어떤 기념일 축하보다 훨씬 가치 있다”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러시아가 제시한 일정보다 이틀 앞선 5일 자정부터 6일까지 우크라이나의 일방적 휴전을 선언했다.
이에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전역 도시들을 공습하며 경고성 대응에 나섰고, 이로 인해 27명이 숨지고 120명 이상이 다쳤다.
푸틴 대통령은 협상의 전제 조건으로 우크라이나가 통제 중인 돈바스 일부 지역에서 우크라이나군이 철수할 것을 요구해 왔다. 그와 가까운 인사들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협상 개시 전에 무력으로 돈바스 잔여 지역을 점령하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이와 관련, 유리 우샤코프 푸틴 외교보좌관은 인테르팍스 통신을 통해 “우크라이나가 진지한 한 걸음만 내딛으면 전투 행위가 멈추고 장기적 해결을 위한 논의가 시작될 수 있다”고 말했다.
Copyright ⓒ 이데일리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