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정치 | 플레이어 리포트①] “청년 공천, ‘최저임금식 할당’…최소가 최대가 되는 구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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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정치 | 플레이어 리포트①] “청년 공천, ‘최저임금식 할당’…최소가 최대가 되는 구조”

투데이신문 2026-05-08 09:00:00 신고

3줄요약

<청년 정치 | 플레이어 리포트> 는 정치라는 무대에 뛰어든 청년들의 실제 경험을 기록하는 인터뷰 시리즈다. 기성 정치의 견고한 구조 속에서 ‘불가능한 게임’에 도전한 이들의 선택과 궤적을 따라간다.

출마를 결심한 이유부터 현장에서 마주한 구조적 장벽, 그리고 포기와 지속 사이의 선택까지를 당사자의 시선으로 담는다. 다만 취재원의 요청에 따라 실명 대신 가명을 사용했다.

이 연재는 한국 정치의 진입 구조와 작동 방식을 청년의 경험을 통해 해부하는 데 목적이 있다. 청년 정치가 ‘가능한가’가 아니라, ‘어떻게 가능해질 수 있는가’를 묻고자 한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제작한 이미지. [출처=ChatGPT]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제작한 이미지. [출처=ChatGPT] 

【투데이신문 강지혜 기자】“정치판은 공정한 경쟁이 아니라, 청년층이 배제된 게임 같았습니다.”

국회 보좌진으로 현장을 누비다 야심 차게 출마를 준비하던 한 30대 청년 활동가 김정희(가명)씨는 공천 신청을 철회하고 정치권을 떠났다. 당선 가능성이 점쳐지던 ‘꽃길’을 마다하고 그가 스스로 포기를 선언한 이유는 무엇일까. 

그는 노인들의 야유회로 전락한 지역 정치의 민낯과 청년 정치인을 소모품으로 소비하는 정당의 설계 오류를 목격하며, 정치가 영혼을 갉아먹는 과정을 뼈아프게 지켜봤다. 기성세대의 처절한 생존 본능과 청년의 사명감이 충돌하는 현장에서 그것은 도망이 아닌 ‘나다움’을 지키기 위한 최선의 결단이었다.

화려한 수사 뒤에 가려진 청년 정치의 서글픈 자화상, 그곳에서 ‘나를 지키기로 한’ 한 청년의 고백을 투데이신문이 들어봤다.

Q.  국회 보좌진으로 현장을 누비다 직접 출마를 결심했는데 그 계기는.

그동안 여러 의원을 모셨다. 처음에는 ‘이분과 정말 같이 일하고 싶다’는 마음으로 정치를 시작했지만, 매번 그 끝은 괴로웠다. ‘이게 내 문제인가? 내가 결벽증처럼 완벽한 정치를 바라는 걸까?’라는 생각까지 들었다. 어떤 정치인을 봐도 내 마음을 온전히 맡길 수 없고 만족이 안 된다면 차라리 내가 직접 해서 증명해보자는 마음이 생겼다. 그 괴로움이 저를 출마라는 구체적인 선택지로 이끌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제작한 이미지. [출처=ChatGPT]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제작한 이미지. [출처=ChatGPT] 

Q. 정치판을 ‘게임’으로 비유하자면, 플레이어로서 체감한 초반 난이도는 어땠나.

첫 번째 관문부터 설계가 잘못됐다는 걸 느꼈다. 게임으로 치면 퀘스트를 깨야 다음 단계로 가는데, 입구부터 막혀 있는 기분이었다. 예를 들어 정당의 큰 행사인 야유회에 가면 트로트가 나오고 에어로빅 강사가 춤을 춘다. 타깃은 오로지 노인층이다.

그런데 정당에서는 청년 플레이어들에게 ‘너희도 실력을 증명해 봐, 사람들을 동원해 와’라고 요구한다. 우리 또래 친구들은 상품으로 걸린 라면 한 봉지를 받으려고 몸싸움을 벌이는 그런 종류의 행사에 오지 않는다. 타깃 자체가 노인인데, 청년들에게 그들과 똑같은 방식으로 머릿수를 채워오라는 건 공정한 경쟁이 아니라 애당초 성립될 수 없는 넌센스였다.

Q. 실제 출마를 준비하며 느낀 자금과 네트워크의 장벽은 어느 정도였나.

선거는 결국 사람과 돈의 문제라는 걸 체감했다. 기본적으로 선거를 치르려면 사무실 운영, 홍보물 제작, 인력 운용 등 적지 않은 비용이 들어간다. 청년 개인이 감당하기에는 부담이 큰 수준이다.

더 큰 문제는 네트워크다. 기성 정치인은 오랜 시간 쌓아온 지역 기반과 조직, 후원 구조가 이미 갖춰져 있다. 반면 청년은 그 출발선 자체가 다르다. 사람을 모으는 것부터가 쉽지 않고, 신뢰를 형성하는 데도 훨씬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결국 같은 선거를 치르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전혀 다른 조건에서 경쟁을 시작하는 셈이다. 이런 구조에서는 개인의 의지나 능력만으로 격차를 극복하기 어렵다고 느꼈다.

Q. 기성 정치인들과 부딪히며 느낀 가장 큰 벽은 무엇이었나.

그분들의 ‘절박함’이다. 청년은 정치 외에도 선택지가 있지만, 일부 기성 정치인들에게 정치는 생존 그 자체다. 그래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모습을 보게 된다. 멱살을 잡거나 무릎 꿇고 비는 그 처절한 생존 본능을 청년이 이기기는 어렵다. 그런 그들에게 정치는 세상을 바꾸는 수단이 아니라 ‘내가 여기 있어야만 한다’는 자아를 증명하는 도구처럼 보다.

Q. 공천 서류까지 제출했다가 스스로 이름을 뺀 결정적 이유는 무엇인가.

당선 이후의 삶을 상상해봤기 때문이다. 운 좋게 당선된 청년 정치인들을 보며, 그 이후에는 다른 선택을 하기 어려워진다는 점이 크게 다가왔다. 적성에 맞지 않아도 사회적 지위와 안정성 때문에 계속 머물게 되는 구조다. 그게 일종의 ‘퇴로 없는 상태’라고 느껴졌다. 권력에 익숙해지면서 제가 정말 하고 싶은 일들을 놓칠 수 있다는 두려움이 컸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제작한 이미지. [출처=ChatGPT]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제작한 이미지. [출처=ChatGPT] 

Q. ‘청년 정치인’이라는 타이틀이 주는 부담도 컸을 것 같다.

청년 정치인의 입지는 마치 ‘최저임금’과 같다. 할당제라는 이름으로 ‘최소 한 명 배정’을 규칙으로 정해두면 그게 곧 청년이 가질 수 있는 ‘최대치’가 돼버린다. 한 명이 채워지면 더 유능한 청년이 있어도 ‘청년은 이미 한 명 있으니 됐다’며 문을 닫아버린다.

더 서글픈 건 실수를 대하는 대중과 당의 태도다. 청년 정치인이 실수를 하면 유독 ‘청년이라 미숙하다’는 낙인을 찍는다. 휠체어를 탄 손님이 요구가 많을 때, 그 사람이 그냥 요구가 많은 사람일 뿐인데도 ‘장애인이라 피곤하다’며 집단 전체를 비난하는 차별적 기제와 똑같다. 젊다는 이유로 더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고 한 명의 실수를 청년 세대 전체의 미숙함으로 일반화하는 환경 속에서 건강하게 살아남기는 불가능에 가까웠다.

Q. 그렇다면 청년 정치가 가능해지기 위해 무엇이 필요하다고 보나.

방법은 딱 하나라고 본다. ‘배려’를 강력하게 주장하는 것밖에는 없다. 지금처럼 선거 때마다 공천권을 쥔 윗분들의 결정에 모든 게 ‘달려 있는’ 구조여서는 안 된다. 과거 여성계가 아주 강력하게 주장해서 여성 할당제라는 결과를 얻어낸 것처럼, 우리도 무엇이든 실질적인 것을 얻어내야 한다.

비례대표 순번에서 여성이 항상 먼저 배치되는 것처럼 청년 쿼터도 아예 정례화해 단단히 굳혀야 한다. 어떤 상황에서도 변할 수 없는, 진짜 비가역적인 룰로써 청년을 반드시 넣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그거 말고 청년이 오로지 자기 힘만 가지고 이 판에서 정치를 하겠다? 그건 그냥 어딘가에서 굉장한 초인이 나타나 모든 문제를 해결해 주길 바라는 어리석은 희망일 뿐이다. 시스템이 강제로 길을 터주지 않는 한 개인의 역량만으로는 이 고인물 게임의 설계를 바꿀 수 없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제작한 이미지. [출처=ChatGPT] <br>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제작한 이미지. [출처=ChatGPT] 

Q. 청년 정치인으로서 특히 관심을 두고 고민했던 정책이 있다면.

지금 겪고 있는 현실과도 맞닿아 있는 고민인데, ‘퇴사 지원금’이라는 제도를 깊이 구상해 봤다. 많은 청년이 오로지 생계 때문에 원하지 않는 일을 하며 하루하루를 견뎌낸다. 이는 개인의 불행일 뿐만 아니라 잠재력 있는 인재가 엉뚱한 곳에서 소모된다는 점에서 국가적·사회적으로도 거대한 손실이다. 

청년들이 생계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잘못된 선택을 강요받지 않고 언제든 자신에게 맞는 길을 다시 찾을 수 있도록 돕는 ‘안전망’이 필요하다. 그것이 제가 생각한 퇴사 지원금의 본질이다. 하지만 정치권은 여전히 취업률 같은 단기적 지표에만 집착하고 있다. ‘개인의 존엄과 가치’가 현재의 경직된 제도 사이에서 큰 괴리를 겪고 있음을 절감한다.

Q. 정치를 포기한 지금, 후회는 없나.

‘결혼’이 목표인 사람은 결혼식장까지만 상상하지만, 저는 그 이후의 삶을 상상했다. 정치가 강력한 변화의 수단이라는 점은 인정하지만, 제 방식과 맞지 않는 부분이 분명했다. 그 안에 남기 위해 제 가치까지 희생하고 싶지는 않았다. 앞으로는 정치가 아닌 다른 방식으로 제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들을 실천해 나갈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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