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썰 / 안중열 기자] 세계 원유 수송의 심장부인 호르무즈 해협에서 미군과 이란군 사이에 대규모 무력 충돌이 발생하며 중동 정세가 다시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다. ‘해방 프로젝트’ 일시 중단으로 조성됐던 미·이 간의 평화 기류가 단 하루 만에 깨졌으나,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이를 ‘자위권 차원의 조치’로 규정하며 휴전 파기 가능성을 일축했다. 실제 교전 상황과 백악관의 공식 발표가 엇갈리는 가운데, 국제 사회는 이번 사태가 전면전으로 번질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불붙은 호르무즈 해협…미 구축함 3척 향해 이란군 파상공세
현지 시각 7일, 평온을 되찾는 듯했던 호르무즈 해협은 순식간에 교전 현장으로 변했다. 미 중부사령부(CENTCOM)가 공식 발표한 바에 따르면, 미 해군 유도미사일 구축함인 USS 트럭스턴호, 라파엘 페랄타호, 메이슨호 등 3척이 해협을 통과하던 중 이란군의 집중 공격을 받았다.
이란군은 다수의 드론과 미사일을 동원한 기습과 함께 소형 고속정까지 출격시키며 미 함대를 압박했다. 중부사령부는 성명에서 “7일 미 해군 구축함이 오만만으로 향하던 중, 이란의 이유 없는 공격을 저지하기 위해 자위권 차원의 반격을 가했다”고 밝혔다. 특히 미군은 위협의 근원지인 이란 내 지휘통제소와 정보 기지 등 주요 군사 시설을 타격했음을 확인하며, “확전을 원하지 않지만 미군 보호를 위한 철저한 대비 태세를 유지 중”이라고 강조했다.
◇외신 “평화 협상 동력 상실 우려”…트럼프의 이례적 낙관론
이번 사태에 대해 주요 외신들은 비판적인 분석을 내놓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미국이 프로젝트를 멈추며 내민 화해의 손길이 하루 만에 무색해졌다”며 외교적 해결이 어려워진 점을 지적했다. 로이터(Reuters) 통신 역시 “이번 교전이 이란 강경파의 의도된 도발인지, 아니면 우발적 충돌인지가 향후 정세의 분수령이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그럼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상황을 낙관하고 있다. 그는 교전 직후 브리핑에서 “이란과의 휴전 상태는 여전히 유지되고 있다”며 사태 축소에 나섰다. 이를 두고 CNN 등은 과거 전임 정부의 유화 정책을 비난해온 그가, 정작 본인의 임기 중 발생한 명백한 교전은 “휴전 중”이라고 포장하고 있다며 태도 변화를 꼬집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백악관이 지정학적 리스크가 경제와 대선에 미칠 악영향을 최소화하려는 전략”이라고 분석했다.
◇금융 시장 흔드는 리스크…국제 유가 및 물류 비상
경제 전문가들은 이번 충돌이 글로벌 공급망에 미칠 파장을 경고한다.
블룸버그(Bloomberg)는 “전 세계 해상 원유 수송량의 20%가 통과하는 길목에서의 충돌은 국제 유가를 끌어올리는 촉매제”라며 에너지 시장의 불안정성을 강조했다.
실제로 교전 소식이 전해진 직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등 국제 유가는 일시적으로 급등하며 시장의 공포를 반영했다.
◇확전이냐 관리냐, 기로에 선 백악관
현재 미 중부사령부는 “미군 자산의 피해는 없다”며 선을 긋고 있으나 현장의 긴장은 최고조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양측 모두 전면전은 피하려 하지만, 좁은 해역에서의 오판은 언제든 통제 불능의 상황을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위태로운 휴전이 이어질지, 아니면 더 큰 충돌의 서막이 될지는 향후 48시간 내 이란의 추가 반응과 미국의 대응 수위 선택에 달려 있다. 국방부 관계자는 “모든 시나리오에 대비하고 있으며, 대통령의 결단에 따라 즉각적인 행동에 나설 준비가 되어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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