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한스경제 문성환 교수 | 운동장은 늘 시끄럽다. 아이들의 함성, 지도자의 지시, 부모의 응원이 뒤섞인 그 공간은 언제나 뜨겁다. 하지만 그 뜨거움 속에서 우리는 중요한 질문 하나를 놓치고 있다. “이 아이들은 정말 ‘성장’하고 있는가?”
지금까지 유소년 축구는 철저히 경기 중심이었다. 얼마나 이겼는가? 몇 골을 넣었는가? 어떤 전술을 쓰는가? 모든 기준은 ‘결과’에 맞춰져 있었다. 하지만 현장에서 느끼는 현실은 다르다. 기술은 향상했지만, 관계는 서툴고, 경쟁에는 익숙하지만, 존중에는 낯선 아이들이 늘고 있다.
그래서 이번 평창 U12 스토브리그에서는 조금 다른 시도를 했다. 경기 사이에 멈춰 세우고, 아이들에게 ‘학교폭력’과 ‘성’에 대해 이야기했다. 어쩌면 누군가는 이렇게 말할 수 있다. “축구 대회에서 왜 그런 걸 하느냐”고. 하지만 나는 되묻고 싶다. “그래서 우리는 언제 가르칠 것인가?” 운동장에서 배우는 것은 축구만이 아니다. 그곳은 사회의 축소판이고, 관계의 시작점이다.
팀 내에서 언어, 상대를 대하는 태도, 승패를 받아들이는 방식까지 모든 것이 아이의 ‘인생 태도’로 이어진다. 이제 유소년 스포츠는 방향을 바꿔야 한다. 경기를 잘 만드는 것이 아니라 사람을 잘 키워내는 구조로 말이다. 단순한 경기 운영이 아니라 교육이 결합한 경험의 장으로 일깨워줘야 한다.
이번 시도는 완벽하지 않았다. 낯설어하는 시선도 있었고, 어색한 순간도 있었다. 하지만 분명한 건 하나다. 아이들의 눈빛이 달라졌다는 것이고, 누군가는 처음으로 존중이라는 단어를 이해했고, 누군가는 자신이 했던 행동을 돌아봤다.
이 변화는 스코어보드에 남지 않는다. 하지만 훨씬 오래 남는다. 이제 유소년 축구는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계속해서 결과 중심의 경쟁 구조를 반복할 것인가? 아니면 아이들의 삶까지 책임지는 방향으로 나아갈 것인가를 말이다.
나는 후자를 선택해야 한다고 믿는다. 왜냐하면 우리가 키워야 하는 것은 잘하는 선수가 아니라 제대로 성장한 사람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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