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스에서 추월은 반드시 트랙 위에서만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F1에서는 피트 전략을 통해 순서를 뒤집는 장면을 자주 볼 수 있는데 그 중심에는 ‘언더컷(undercut)’과 ‘오버컷(overcut)’이라는 두 가지 상반된 전략이 존재한다. 두 방식 모두 타이어와 랩타임을 활용해 포지션 변화를 만들어낸다는 공통점을 갖지만 접근 방식과 성립 조건은 뚜렷하게 갈린다.
언더컷은 앞서 달리는 경쟁자보다 먼저 피트스톱을 실시해 새 타이어의 성능을 극대화하고 그 차이에서 발생하는 랩타임 우위를 통해 역전을 노리는 전략이다. 새 타이어를 장착한 직후 1~2랩은 그립이 가장 높은 구간으로 이때 만들어내는 빠른 랩타임이 승부를 가른다. 반면 트랙에 남아 있는 머신은 마모된 타이어로 상대적으로 느린 페이스를 유지하게 되고 이 차이가 쌓이면서 피트 사이클 이후 순서가 뒤바뀌는 구조다.
실제 레이스에서는 이 장면이 비교적 명확하게 드러난다. 예를 들면 안드레아 키미 안토넬리(메르세데스)가 랜도 노리스(맥라렌)를 추격하는 상황에서 메르세데스가 먼저 안토넬리를 피트로 불러들이는 경우가 그렇다. 안토넬리는 새 타이어로 클린 랩을 기록하며 빠른 페이스를 쌓고, 노리스가 뒤늦게 피트스톱을 마친 뒤 복귀할 때 두 머신의 위치가 역전되는 그림이 완성된다. 트랙 위 추월 없이도 순서가 바뀌는 전형적인 언더컷의 성공 사례다.
반대로 오버컷은 정반대의 접근이다. 경쟁자가 먼저 피트스톱을 실시한 상황에서 트랙에 남아 있는 머신이 더 긴 스틴트를 가져가며 깨끗한 트랙과 안정적인 타이어 상태를 활용해 랩타임을 끌어올리는 전략이다. 특히 타이어 성능 저하가 크지 않거나 신품 타이어의 워밍업이 어려운 조건에서는 오히려 기존 타이어로 더 빠른 랩타임을 기록하는 ‘역전 구간’이 발생한다.
이 역시 구체적인 상황으로 보면 이해가 쉽다. 노리스가 먼저 피트스톱을 실시해 언더컷을 시도한 상황에서 안토넬리가 트랙에 남아 스틴트를 연장하는 경우를 가정해보자. 이때 안토넬리는 트래픽이 없는 클린 랩을 활용해 연속적으로 빠른 랩타임을 기록하고, 이후 피트스톱을 마친 뒤 트랙에 복귀했을 때 오히려 노리스 앞에서 코스를 이어가는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다. 이것이 오버컷이 성공하는 전형적인 흐름이다.
물론 두 전략 모두 조건에 크게 의존한다. 언더컷은 피트아웃 이후 트래픽에 걸리면 효과가 급감하고, 오버컷은 타이어 성능이 급격히 떨어지는 순간 그대로 역전의 기회를 내줄 수 있다. 서킷 특성, 노면 온도, 타이어 컴파운드, 그리고 팀의 판단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이유다.
결국 언더컷과 오버컷은 단순히 피트 타이밍의 차이를 넘어 레이스 흐름을 설계하는 전략적 선택이다. 추월이 어려운 현대 F1에서 이 두 카드는 사실상 ‘보이지 않는 승부’의 핵심 요소이며 어느 타이밍에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결과는 극적으로 엇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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