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퓨전한복은 되고 한복 원피스는 안된다?…'궁 무료입장' 기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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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크] 퓨전한복은 되고 한복 원피스는 안된다?…'궁 무료입장' 기준은

연합뉴스 2026-05-08 06:30:01 신고

3줄요약

지난해 200만명 혜택…저고리와 치마·바지 착용이 기본

"속옷 위에 외투 입은 격"…일반옷에 곤룡포·철릭·도포 걸치면 안돼

'국적불명' 대여점 한복 확산에 정부도 고심…"궁궐 품격에 어울려야"

서울 경복궁을 찾은 한복 차림 관람객들 서울 경복궁을 찾은 한복 차림 관람객들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권혜진 기자 = "한복 옷감에 옷깃이랑 고름도 다 있는데 무료입장 거절됐어요.", "여자 바지한복은 안된다면서 붙잡네요.", "생활한복은 무료입장이 안 되지 않나요?"

한복을 입으면 4대 궁과 종묘, 조선 왕릉에 무료로 입장할 수 있는 제도가 운영되면서 그 기준을 두고 온라인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질문들이다.

이에 무료 관람이 적용되는 한복 기준을 살펴봤다.

당국은 일단 궁의 품격에 걸맞은지와 더불어 일반적인 기준에서 한복의 정체성에 부합하는지가 주요 기준이라고 설명한다.

"줄을 서시오"…경복궁에 들어가기 위해 줄 선 관광객들 "줄을 서시오"…경복궁에 들어가기 위해 줄 선 관광객들

[연합뉴스 자료사진]

◇ 2013년부터 한복 착용 시 무료 관람 혜택…"지난해 200만명 돌파"

국가유산청은 한복의 대중화·생활화·세계화·활성화를 위해 2013년부터 한복을 입고 4대 궁과 종묘, 조선왕릉 방문할 때 무료 관람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4대 궁은 경복궁, 창덕궁, 창경궁, 덕수궁이다. 조선왕릉에는 서울 헌릉·인릉·선릉·정릉·태릉·강릉·의릉, 고양 서오릉·서삼릉, 김포 장릉, 화성 융릉·건릉, 여주 영릉, 영월 장릉 등 40기가 포함된다.

이들은 모두 국가유산청 궁능유적본부 관할 시설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국가유산청에 따르면 2013년 제도 도입 직후 한복 착용으로 무료 입장 혜택을 누린 인원은 연간 30만∼40만명 수준에서 지난해에는 200만명을 넘어설 정도로 호응을 얻고 있다.

국가유산청 관계자는 "궁·능을 찾는 이들 자체가 늘고 있기도 하지만 그런 점을 고려해도 많이 활성화됐다"며 "한복을 더 많이 접하면서 젊은층은 이제 (한복 착용을) 일종의 재미와 놀이로 받아들인다"고 분석했다.

한복착용자 무료관람 가이드라인 한복착용자 무료관람 가이드라인

[국가유산청 궁능유적본부 홈페이지 갈무리. 재판매 및 DB 금지]

◇ 철릭·곤룡포·저승사자 복장은 안된다?…"상·하의 착용이 기본"

무료입장의 대상이 되는 한복의 기준은 뭘까.

온라인상에선 한복을 입고 방문했으나 무료 입장을 거부당했다며 기준에 의문을 제기하는 글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주로 생활한복이나 젊은층 사이에서 인기 있는 철릭 원피스 등 한복을 모티브로 한 현대 브랜드 의류를 입고 간 경우다. 철릭은 저고리와 치마를 이어 붙인 남성용 한복 겉옷으로, 철릭 원피스는 이를 여성용 원피스처럼 해석한 옷이다.

국가유산청 궁능유적본부 홈페이지의 한복무료관람 가이드 라인을 보면 전통한복과 생활한복이 모두 인정된다.

해당 가이드라인은 이와 함께 '상의(저고리)와 하의(치마, 바지)를 기본으로 한다'는 원칙을 안내하고 있다.

이는 과도하게 개량된 원피스형 한복은 안된다는 뜻이다. 예를 들어 드라마 '21세기 대군부인' 속 여주인공이 입는 철릭 원피스는 무료 입장 대상이 아니다.

청바지에 저고리만 착용하거나 한복 하의에 티셔츠를 입은 경우도 안된다.

궁능유적본부는 홈페이지의 '자주 묻는 질문'(FAQ) 항목에서 원피스형 한복에 대해 "여미는 깃의 저고리와 치마를 착용한 경우 한복으로 인정한다"고 안내했다.

[국가유산청 궁능유적본부 홈페이지 갈무리. 재판매 및 DB 금지]

[국가유산청 궁능유적본부 홈페이지 갈무리. 재판매 및 DB 금지]

저고리는 여미는 깃 형태를 유지해야 한다. 고름은 없어도 되며 매듭 방식도 관계없다.

치마는 여밈이 없는 형태와 여밈이 있는 형태 모두 가능하다. 치마가 허리에서 시작하는 허리치마도 저고리가 허리까지 내려온다면 인정된다.

바지는 사폭바지(마루폭, 큰사폭, 작은사폭, 허리 등 네 쪽의 헝겊을 이어 붙여 만든 한국 전통 남성 바지) 형태에 준하면 된다. 형태를 기준으로 보기 때문에 허리춤 마감이 지퍼 형태이고 발목 부분에 대님이 없어도 된다.

기본적으로 상의와 하의가 나뉜 '투피스' 형태면 거의 다 된다고 국가유산청 관계자는 설명했다.

여름철 어르신이 많이 착용하는 모시옷도 큰 틀에서 가이드라인에 준한다면 한복으로 본다.

임진왜란 당시 조선시대 무관들의 정장. 임진왜란 당시 조선시대 무관들의 정장.

[연합뉴스 자료사진]

그러나 드라마 등에서 남자 주인공이 많이 입는 곤룡포나 철릭, 도포 등은 그것만 입고 있으면 한복 착용으로 인정받지 못한다.

국가유산청의 또 다른 관계자는 "이런 옷은 외투에 해당해 속옷 위에 외투만 입은 격이 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저고리가 조끼 형태로 여밈이 없다거나 지나치게 짧아 가슴선이 드러난다면 무료 입장이 거부될 수 있다.

간혹 고려나 삼국시대 한복에 대한 질문도 나온다.

시대에 따른 명확한 가이드라인은 없다. 다만 일반적으로 4대 궁이 조선 시대의 공간인 만큼 통상 조선 시대의 한복을 가리키는 것으로 해석된다.

궁능유적본부 관계자는 "가이드라인의 공통 항목 중 하나가 '궁궐의 품격에 어울리는 한복 착용'이라는 점을 유념해 달라"고 강조했다.

작년 7월 무더위 속에 한 관광객이 저고리를 벗은 채 경복궁을 구경하고 있다. 작년 7월 무더위 속에 한 관광객이 저고리를 벗은 채 경복궁을 구경하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 남자가 치마 입어도 한복 인정…대여점 '국적불명' 한복에 고심

남성이 여성 한복을, 여성이 남성 한복을 입는다면 어떨까.

6년 전까지만 해도 이런 경우 무료입장이 제한됐다.

그러나 이같은 방식이 인권 침해 소지가 있다는 문제가 제기되고 국가인권위원회가 개선을 권고하면서 2019년 7월부터 다른 성별의 한복을 착용했다면 무료입장이 가능해졌다.

다만 온라인에선 다른 성별의 한복을 입고 갔다가 무료입장 혜택을 받지 못했다거나 비슷한 옷차림을 한 다른 사람은 무료 입장이 허용됐는데 자신은 거절당했다는 등 '고무줄 기준'이 적용된다는 푸념 글도 찾아볼 수 있다.

이같은 지적에 대해 국가유산청과 궁능유적본부 관계자 공통으로 다른 성별의 한복 착용은 가능하다고 밝혔다.

한복대여점에 걸린 수놓인 금박 한복치마 한복대여점에 걸린 수놓인 금박 한복치마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 고궁 주변의 한복 대여점에서 외국인들이 많이 빌리는 '퓨전 한복'은 허용하면서 내국인의 개량한복에는 너무 엄격한 기준이 적용되는 것 아니냐는 불만도 있다.

한복 대여점의 국적 불명 한복에 대한 지적은 수년째 나오고 있다.

정부도 이런 지적을 인식하고 있다.

국가유산청 관계자는 "한복 대여업체들이 좀 더 쉽게 관리할 수 있는 재질을 선호하고, 화려한 디자인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의 수요가 맞물리면서 나타난 현상"이라며 "부정적으로 보는 분들만큼 긍정적으로 보는 분들도 있어 지켜보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궁능유적본부 관계자도 "국적불명 한복이 너무 만연해 고민이 많다"면서 "이런 지적이 있는 것을 잘 알지만, 자칫 소상공인에 대한 과도한 규제로 이어지면 안 되는 만큼 조심스러운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궁능유적본부측은 무료 입장 기준과 관련한 일부 이용자들의 불만을 알고 있다면서 "무료 입장하기 위해 한복을 입는 것이 아니라. 한복의 가치를 널리 알리기 위해 무료입장 혜택을 준다고 생각해달라"고 당부했다.

이어 "애초 이 제도가 한복을 권장하고 제대로 입도록 유도하려는 취지였던 만큼 전통적인 방식을 가급적 따라달라"고 부탁했다.

lucid@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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