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5차 석유 최고가격 또 동결…“국제유가보다 민생 부담이 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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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5차 석유 최고가격 또 동결…“국제유가보다 민생 부담이 우선”

뉴스로드 2026-05-08 06:30:0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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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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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로드] 정부가 국제 석유제품 가격이 하락세로 돌아섰음에도 불구하고 5차 석유 최고가격을 또다시 동결했다. 3월 제도 도입 이후 다섯 차례 연속 동결로, 최근 소비자물가가 2%대 중반까지 치솟은 상황에서 기름값 인상이 서민 생활과 전체 물가에 미칠 충격을 막겠다는 판단이다.

문신학 산업통상자원부 1차관은 7일 정부세종청사 브리핑에서 “8일 0시부터 2주간 적용될 5차 최고가격을 동결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리터(L)당 휘발유 1천934원, 경유 1천923원, 등유 1천530원의 가격이 2·3·4차에 이어 그대로 유지된다.

석유 최고가격제는 정유사가 주유소에 공급하는 가격에 상한을 두는 제도로, 2주 단위로 가격을 지정한다. 기본 산식은 기준가격(정유사의 주간 세전 공급가격)에 싱가포르 국제 석유제품 가격(MOPS)의 2주간 변동률을 곱한 뒤, 교통세·개별소비세 등 각종 세금을 더하는 방식이다.

최근 MOPS가 하락세로 돌아선 만큼 산식대로라면 가격 인상 요인이 일부 상쇄될 수 있지만, 정부는 그동안 반영하지 않고 미뤄둔 인상 요인이 상당하다는 점을 동결 사유로 제시했다. 3월 13일 제도 도입 이후 국제유가 급등 국면에서도 정부가 MOPS 인상분을 덜 반영해온 탓에, 누적 인상 억제분은 휘발유 약 200원, 경유 약 400원, 등유 약 600원에 달한다.

정부로서는 이 누적분을 해소하려면 최고가격을 올려야 하지만, 이미 높은 물가와 민생 부담을 고려하면 인상을 단행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4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6%로 1년 9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특히 석유류 제품 가격은 전년 동월 대비 22%나 급등했다.

문 차관은 “4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6%로 커졌고, 특히 석유류 제품이 22%나 급등했다”며 “전반적인 물가 상승으로 국민 부담이 커진 상황에서 정부는 최고가격제 취지에 맞게 민생 안정을 최우선으로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최고가격제는 국제유가 충격에서 민생을 지키는 방파제 역할을 하고 있다”며 “(석유 최고가격을 산정하는) 산식보다는 지금까지의 누적 인상 요인이 얼마 정도 되느냐를 기준으로 결정해오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특히 경유 가격이 화물차 운전자, 택배기사, 농어업인 등 서민 생계와 직결된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 때문에 상대적으로 서민 의존도가 낮은 휘발유 가격만이라도 올릴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일각의 지적에 대해, 문 차관은 “내부적으로 치열한 논의가 있었다. 휘발유가 물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워낙 높다”며 물가 관리 차원의 일괄 동결 결정이었음을 시사했다. 휘발유 가격 인상이 대중교통·물류비·서비스 요금 등으로 빠르게 전가돼 전체 물가를 자극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동시에 정부는 석유 최고가격제로 인한 정유업계의 손실은 전액 보전하겠다는 원칙을 재확인했다. 누적 인상 억제분만큼 정유사가 실제 부담한 손실을 정부 재정으로 메워주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이달 중 법률·회계·석유 분야 전문가가 참여하는 정산위원회를 구성해, 정유사별 손실 규모와 최종 보전액을 산정할 계획이다.

문 차관은 “향후 호르무즈 해협 통항의 자유와 가격 변동성의 안정화 여부를 종합적으로 판단해 기민하고 유연하게 최고가격제를 운용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중동 정세와 해상 수송 상황에 따라 국제유가가 다시 급등하거나 급락할 수 있는 만큼, 최고가격제 유지 여부와 보전 방식도 시장 상황에 맞춰 조정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석유 최고가격제가 당분간 유지되면서 소비자 입장에선 급격한 기름값 인상은 피하게 됐지만, 누적된 인상 요인이 언제, 어떤 방식으로 해소될지에 대한 불확실성은 남는다. 정부는 물가와 민생 안정을 이유로 동결 기조를 이어가고 있지만, 재정 부담과 시장 왜곡 논란이 커질 경우 제도 손질을 둘러싼 논쟁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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