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 전 위원은 공정위 심판관리관을 지낸 뒤 김앤장에서 근무하다 비상임위원으로 위촉된 인물이다. 이처럼 사건을 대리하는 대형 로펌이 공정위 전관 인력을 흡수하고, 이들이 다시 공직을 맡는 구조가 이어지자 공정위 직원들의 업무 접촉이 언제든 ‘이해충돌’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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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김남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공정위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공정위 직원의 외부인 접촉 보고 건수는 1418건으로, 이 중 로펌 중에서는 김앤장(363건)이 가장 많았고 이어 태평양(205건), 광장(152건), 세종(130건), 율촌(129건) 순으로 나타났다. 김앤장은 지난해에도 470건으로 공정위와 접촉이 가장 많았다.
공정위의 외부인 접촉은 사건 처리 과정에서 이해충돌이나 ‘로비’ 논란과도 직결되는 만큼 규모와 대상에 관심이 쏠린다. 규제에 대한 신뢰의 지표로도 읽힌다.
업계에서는 주요 로펌이 공정위의 대형 사건 수임을 집중적으로 맡으면서 외부인 접촉 역시 특정 로펌에 쏠리는 구조가 고착화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지난해 국세청 부가가치세 신고 기준 매출액에서도 김앤장은 약 1조6000억원으로 업계 1위를 기록했고 태평양(4402억원), 세종(4363억원), 광장(4309억원), 율촌(4080억원) 등이 뒤를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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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 퇴직자의 재취업 역시 로펌에 집중됐다. 최근 3년(2023년 4분기~2026년 1분기)간 공정위 퇴직자의 로펌 재취업은 27건으로 전체 재취업 건수(42건)의 64.3%를 차지했다. 업체별로는 김앤장이 5건으로 가장 많았고, 세종과 화우가 각각 3건으로 뒤를 이었다. 현재 김앤장 내 공정거래그룹 소속 인물 중 공정위 출신 전문위원과 변호사는 23명에 달한다. 업계에서는 적지 않은 규모라는 평가가 나온다.
기업 중에서는 공정위와 접촉이 가장 많은 그룹은 한진그룹(48건)으로 집계됐다. 이어 삼성(41건), 롯데그룹(35건), 쿠팡(34건) 순이다. 전년도에는 삼성그룹·쿠팡·SK그룹이 각각 34건으로 공동 1위였다.
한진의 접촉 건수 증가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기업결합 심사 영향으로 풀이된다. 대형 인수합병(M&A)의 경우 경쟁제한성 심사와 시정조치 협의, 자료 제출 및 보완 작업이 반복되면서 공정위와 기업·대리인 간 접촉이 늘어나는 구조라는 게 공정위 설명이다.
다만 이 같은 구조 속에서 특정 로펌과 공정위 간 관계가 지나치게 밀착될 경우 단순한 업무 접촉을 넘어 이해충돌 논란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특히 공정위 출신 인사가 대형 로펌으로 이동한 뒤 다시 사건 심의에 관여하는 구조가 반복될 경우 공정위 법집행의 공정성과 신뢰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감사원이 이해충돌 혐의로 겨냥한 오 전 위원은 2020년부터 2년여간 공정위 심판관리관으로 근무한 뒤 김앤장에서 약 1년간 일했고, 2024년 6월 공정위 비상임위원으로 위촉됐다. 공정위는 당시 오 전 위원이 법관 경력과 심판관리관 경험을 갖춘 전문가라고 설명했다. 이해충돌방지법상 공직자로 임용되기 전 2년 이내 재직했던 법인과 관련한 직무를 수행할 경우 신고 및 회피 의무가 있지만, 공정위도 오 전 위원도 이를 제대로 확인하지 못한 셈이다.
공정위는 해당 사안에 대해 ‘행정상 착오’라는 입장이다. 사건 초기 과징금 감경 심사가 서면 방식으로 진행되면서 제척·회피 여부를 충분히 걸러내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다만 공정위 전원회의가 사실상 공정거래 사건의 ‘1심’ 역할을 하고, 비상임위원 역시 심의·의결에 직접 참여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제척 사유를 보다 엄격하게 확인했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주진열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비상임위원 제도를 유지하는 한 이해충돌 논란은 반복될 수밖에 없다”며 “비상임위원은 본업이 있는 전문가를 위촉하는 구조인 만큼, 로펌 소속 위원이 현직 수임 사건과 관련된 심의에 관여하지 않도록 사전 제척·회피 장치를 보다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남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공정위 직원들의 외부인 접촉 등 특정 로펌 쏠림과 전관 취업에 따른 로비의혹 등 의혹은 아직까지 해소되지 않고 있다”며 “공정위의 법집행 신뢰도 제고를 위해 이해충돌 방지를 위한 관련 제도를 한층 정교하게 설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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