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일러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영화를 보고 싶은 동기부여가 될 만큼만 읽다가, 직접 확인해보고 싶다면 그만 읽고 바로 영화를 감상하는 것이 좋다. 물론 이동진 평론가처럼 스포를 확인해도 영화를 보는 재미가 반감되지 않는 타입이라면 그냥 읽어도 상관없다.
[평범한미디어 윤동욱 기자] 필자는 공포 콘텐츠를 꽤 즐기는 편이다. <심야괴담회> 애청자이며 공포 유튜브도 즐겨보는 편이다. 그런 면에서 이번에 나온 한국 공포영화 <살목지>의 약진은 분명 눈여겨볼만한 지점이다. 사실 <살목지>가 나온다고 했을 때 걱정 반, 우려 반이었다. 이 살목지는 충남 예산에 위치한 저수지이다. 그런데 필자가 즐겨보는 <심야괴담회>에서 이 장소와 관련된 에피소드를 다룬 적이 있었는데 그게 역대급 에피소드로 지금도 회자되고 있다. 이후로도 소위 말하는 ‘심령 스팟’으로 많이 언급되었다. 그래서 이 영화가 나온다고 했을 때 기대가 되기도 했지만 과연 흥행을 할 수 있을까도 고민이었다.
왜냐하면 그동안 한국 공포 영화는 조금 부진했던 것 같다. 그래도 오컬트 영화인 <파묘>가 흥행했지만 그 외에는 완성도 면에서 지적을 좀 받았던 것 같다. 특히 인터넷에서 떠도는 괴담이나 유명 심령 스팟을 소재로 한 공포영화가 그랬던 것 같다. <옥수역 귀신>, <늘봄가든> 등등이 흥행이나 평론면에서 아쉬움을 조금 남겼다. 그래서 이번 영화도 그 전철을 밟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있었다.
하지만 그 영화를 보며 그 우려는 불식되었다. 물론 어느 정도 공포영화 특유의 클리셰적 진행은 있었지만 그래도 뛰어난 연출과 배우들의 열연으로 꽤 심장이 뛰었다. 공포영화의 본질에 충실한 느낌이었다. 오랜만에 좋은 한국 공포 영화가 나온 것 같다.
영화 <살목지>의 포스터 중 하나. <사진=쇼박스>
영화의 선전에 힘입어 실제 살목지에는 새벽에 사람들이 많이 찾아오는 기현상이 벌어졌다. 정말 재미있는 것이 공포를 느끼러 가는 것인데 사람이 이렇게 몰리면 공포가 반감될 수밖에 없다. 사람들은 이 현상을 보고 “있던 귀신도 도망가겠다”.“귀신들 시끄러워서 못 살 듯”이라는 재미있는 말들을 했다. 이렇게 사람이 몰리자 지자체는 안전사고 문제와 근처 주민들의 생활권 보장을 위해 야간 입장을 통제하기에 이르렀다. 사실 낮에 햇살 맑은 날 오면 그냥 저수지 같기도 하다.
본격적으로 영화 이야기를 해보자 주인공 수인(김혜윤 배우)는 로드뷰 서비스 회사에 다니는 사람이다. 현실로 치자면 네이버 로드뷰나 다음 로드뷰 회사에 다니면서 로드뷰를 찍고 편집하는 일을 하는 사람이다. 그런데 살목지 로드뷰에 정체불명의 물체가 찍힌다. 뭔가 귀신같기도 하고 사람같기도 한. 여하튼 그 ‘귀신소동’ 때문에 로드뷰 회사는 곤혹을 치렀고 이내 그 살목지로 가서 로드뷰를 다시 찍기로 결정한다. 이 ‘귀신소동’을 보며 가수 이승환의 뮤직비디오 귀신 소동도 생각났다. 아마 아는 사람들은 알 것이다. 나중에는 귀신이 결국 아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잡설을 이만하고 계속 줄거리를 진행하자면 이때 수인이 자원해서 그 살목지로 가게 된다. 그리고 다른 직원들이 동행하면서 파티가 결성된다.
영화에 나온 살목지의 모습 실제 촬영은 전남 담양군 담양호에서 진행했다고 알려져 있다. <사진=쇼박스>
그렇게 그들은 살목지에 도착했는데 차를 후진하다가 그만 어떤 돌탑을 건드려 무너뜨리고 말았는데 웬 정체불명의 할머니가 나타나 돌탑을 다시 쌓고 소원을 빌면 이루어진다는 식으로 이야기를 하며 사라졌다. 일행들은 왠지 찜찜한 마음에 돌을 다시 올리고 나름의 소원을 빌었다. 이후 일을 진행하는데 갑자기 뜬금없이 다른 인물이 나타난다. 그 사람은 바로 수인 일행이 오기 이전에 살목지에서 로드뷰 작업을 진행하던 우교식 PD(김준한 배우)였다. 살목지에 내려간 뒤로 연락이 안 되어 거의 실종 상태였던 사람이 갑자기 나타난 것이었다. 이에 수인은 반가움을 드러내고 왜 그동안 연락이 안 되었는지 이것저것 묻자 친절하던 우 선배는 갑자기 “뭐가 그렇게 궁금한건데?”라며 정색했다. 이에 수인은 특유의 “싸함”을 느끼게 된다. 사실 눈치 빠른 사람들은 여기서 눈치 챘겠지만 우 선배는 사람이 아니다. 사실 너무 이상하지 않은가 연락이 안 되던 사람이 어떻게 알고 수인 일행을 찾아왔을까?
그 와중에 같이 온 직원 중에 한명인 세정(장다아 배우)는 공포 매니아다. 부업으로 자신만의 호러 채널도 인터넷 방송을 하고 있다. 영화를 보며 저 캐릭터는 왠지 나중에 큰 곤혹을 치를 것 같았는데 정말 그렇게 되었다.
그렇게 작업을 진행하던 중 로드뷰 카메라 감독이 먼저 변을 당했다. 같이 온 로드뷰 촬영업체 직원이자 감독의 동생은 이로 인해 크게 화가 나 귀신을 도발한다. 동생 경준(오동민 배우)는 해군 특수부대 SSU를 나온 것을 자부심으로 살아가는 어느 정도 허세가 있는 캐릭터다. 이런 사람들은 보통 귀신을 잘 믿지도 않고 가오를 중시하기 때문에 겁먹은 티를 잘 안 낸다. 그래서 귀신을 도발하다가 결국 물에 끌려가 사망한다. 사실 SSU를 나올 정도면 수영과 잠수에는 이골이 난 사람임에도 물귀신들 때문에 이리 된 것이다. 특수부대를 나온 정신력과 강인한 육체 따위도 귀신에게 안 되는 것이다. 참 씁쓸하다.
살목지를 살펴보고 있는 수인과 일행들. <사진=쇼박스>
이 장면 전에 ‘물수제비’씬이 정말 기억에 남는다. 작업 장비가 다 물에 젖어 버려 쓸 수 없자 본사에서는 장비를 다시 가져다 준다고 하면서 대기하라고 명한다. 그래서 이들은 어쩔 수 없이 이 저수지에서 시간을 죽이게 되었는데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 경준과 막내 직원인 성빈(윤재찬 배우)는 물수제비 놀이를 한다. 그런데 아까 던진 물수제비가 갑자기 역방향으로 다시 똑, 똑, 똑 거리며 사람들을 향해 달려온다. 이 부분은 상당히 놀랐다. 잘 짜여진 점프 스퀘어였다. 그 정체는 새였지만 아무래도 수상했다.
영화는 이처럼 큰 줄기의 클리셰를 따른다. 어떤 장소에 온 일행이 초자연적인 현상(귀신이 되었던 살인마가 되었든)에 의해 한 명씩 리타이어 되는 식이다. 많은 공포영화에서 이야기를 전개하는 방식이기도 하다.
그렇게 한 명씩 자꾸 죽게 되자 남은 일행은 패닉에 빠졌다. 차를 몰고 이 장소를 빠져나가보려 하지만 어디 호락호락하게 되겠는가? 계속 같은 자리만 빙빙 돌게 된다. 네비게이션? 당연히 귀신이 고장내버렸다. 같은 장소를 빙빙 도는 것은 전형적인 귀신 홀림 증상이다.
여기서 이런 의문이 들 수도 있을 것이다. “그냥 해가 뜰 때까지 기다리면 안 되나?” 그런데 영화 설정 상 시계도 움직이지 않았다. 단순히 고장 나서 그런 것 일수도 있는데 시간도 멈춰버린 것 같다. 그리고 내가 그런 상황이라면 1분이 천년 같을 것 같다. 이들은 여기 꼼짝없이 갇힌 것이다.
그러다가 결국 차는 물이 있는 곳으로 가는데 이때 마침 같은 회사의 직원이자 수인의 전 남자친구인 기태(이종원 배우)가 극적으로 나타나 이들에게 차를 멈추라고 지시한다. 기태는 새로운 장비를 가지고 살목지에 온 것이다.
이때 갑자기 수인은 돌탑이 문제라고 주장하며 돌탑을 부셔야 한다고 강하게 주장한다. 그러자 수인과 기태는 나가서 고무보트를 준비하는데 이 상황에 세정과 성빈은 ‘수인이 너무 이상하다’고 주장하며 수인과 기태를 버리고 자기들끼리만 탈출하는 추태를 보인다. 그러다가 우연히 옆길로 빠지게 되었고 그곳에는 근처를 순찰하고 있던 경찰들이 있었다. 이들을 보며 그들은 안도한다. 보는 관객들도 안도했다.
이제 그 경찰들에게 신고하고 이들에게 도움을 받아 다른 직원들도 구출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관객들과 세정 일행은 또다시 뒤통수를 맞고 말았다. 세정은 경찰이 묻는 질문에 답하다가 문득 쎄함을 느꼈는데 이내 경찰들의 눈이 빨갛게 변해 있었다. 그렇다 이들은 경찰로 위장한 귀신이었던 것이다.
이처럼 귀신들은 자꾸 페이크를 준다. 이 귀신들은 다시 세정과 성빈으로 변신해서 수인과 기태를 곤혹에 빠트린다.
이후에도 수인과 기태는 일련의 사건들의 원흉이라고 생각되는 돌탑을 부수기 위해 고무보트를 타고 간다. 보트에서 수인과 기태는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는데 순간 기태가 조용했고 수인은 이내 또 쎄함을 느낀다. 그때 저 멀리서 기태가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그렇다 보트의 앞에서 노를 젖고 있던 사람은 기태가 아니었다. 그렇게 물 공포증이 있던 수인은 물에 빠지게 되고 기태가 가서 수인을 구해준다. 수인은 이후 돌탑을 부수는데 그 안에도 귀신이 있었고 귀신은 수인을 돌탑으로 잡아 끈다.
그 이후에 일은 나름 잘 마무리된 듯 보였다. 기태는 다시 회사로 복귀했고 수인은 병가를 내고 요양 중 이었다. 근데 수인이 갑자기 회사에 왔다. 기태는 괜찮냐고 물어보는데 수인은 괜찮다고 했다. 그러다가 문득 수인이 보이지 않았고 탕비실에 가보니 수도꼭지가 틀어진 채 검은물이 넘치고 있었다. 그러다가 다시 정신을 차려보니 기태는 다시 살목지에 홀로 덩그러니 있었고 수인이 물 속에서 나오고 있었다. 이에 대해 여러 가지 해석이 있는데 필자가 나름의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수인도 귀신에게 먹힌 것 같았다. 또한 기태도 결국 살목지를 빠져나오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결국 살목지는 모두를 죽음으로 이끌었다.
영화에 대해 여러 가지 해석이 많은데 어떤 사람들은 수인을 일행들을 죽음으로 몰고 간 원흉으로 많이 지목했다. 이름 자체도 水(물 수)자에 引(끌을 인)이다. 나름 일리있는 해석 같기도 하다. 그러니까 수인이 애초에 귀신이었을 수도 있고 귀신의 홀림으로 조종당했을 수도 있다. 아무래도 귀신까지는 아닌 것 같고 그냥 홀렸을 수도 있겠단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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