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보건기구(WHO)가 크루즈선 발 한타바이러스 감염 사태에서 확진자가 5명으로 증가했다고 공식 확인했다.
스위스 현지에서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WHO 사무총장은 현재까지 총 8건이 접수됐으며, 이 중 3명이 숨졌다고 밝혔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전날 3건이던 확진 사례가 의심 환자 2명의 양성 판정으로 5건으로 늘어났고, 나머지 3건은 여전히 검사 결과를 기다리는 중이다. 사망자는 지난달 11일, 26일, 이달 2일 각각 발생했다.
이번에 검출된 바이러스는 중남미 토착 변종인 '안데스 바이러스'로 확인됐다. 거브러여수스 총장은 최대 6주에 달하는 잠복기 특성상 신규 환자가 추가로 나타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타바이러스 가운데 유일하게 인간 대 인간 감염이 가능한 변종이라는 점에서 방역 당국의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첫 희생자인 네덜란드 국적 부부와 관련해 총장은 이들이 지난달 1일 크루즈 승선 전 아르헨티나, 칠레, 우루과이를 경유하는 조류 탐사 여행에 참여했다고 설명했다. 해당 투어 경로에는 안데스 변종을 매개하는 것으로 알려진 설치류 서식지가 다수 포함돼 있었다. WHO는 아르헨티나 보건 당국과 공조해 부부의 이동 경로를 역추적 중이며, 아르헨티나가 5개국 연구기관에 진단 키트 2천500개를 지원하도록 조율을 완료했다.
선박 운항사 오션와이드 익스페디션스 측은 지난달 24일 영국령 세인트헬레나 기항 당시 29명이 배에서 내렸다고 밝혔다. 이때 첫 사망자의 배우자인 네덜란드 여성도 남편의 시신과 함께 하선해 항공편으로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로 이동했으나 결국 목숨을 잃었다. 이미 수십 명의 승객이 여행을 마치고 각국으로 돌아간 상황이고, 두 번째 사망자와 같은 비행기를 이용한 탑승객 및 승무원도 존재해 감염 확대 우려가 증폭되고 있다.
그럼에도 거브러여수스 총장은 상황의 심각성을 인정하면서도 공중보건상 위험도는 낮게 평가한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그는 국제보건규칙(IHR) 체계가 바로 이런 상황에 대비해 설계됐다고 강조하며, 환자 치료와 잔류 승객 안전 확보, 바이러스 추가 전파 차단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다고 덧붙였다. 압디 라흐만 마하무드 WHO 긴급경보대응 국장 역시 각국이 방역 조치를 충실히 이행하고 국제 공조가 유지된다면 제한적 발생 수준에서 사태가 마무리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마리아 밴 커코브 WHO 유행병관리국장은 코로나19와 같은 범유행(팬데믹) 가능성을 일축했다. 그는 6년 전 코로나 사태와 현 상황은 본질적으로 다르며, 대다수 한타바이러스는 사람 간 전파가 불가능하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현재 WHO는 남아공, 스위스, 세네갈에서 수행 중인 전체 게놈 시퀀싱 결과를 대기하고 있다. 바이러스성 출혈열 전문가 아나이스 라강은 이 분석을 통해 기존 발병 사례 대비 유전적 변이 여부를 규명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세인트헬레나에서 하선한 승객들의 출신국 12개국에는 이미 관련 사실이 통보됐다. 해당 국가는 영국, 캐나다, 덴마크, 독일, 네덜란드, 뉴질랜드, 세인트키츠네비스, 싱가포르, 스웨덴, 스위스, 튀르키예, 미국이다.
세 번째 사망자 발생 후 카보베르데 해역에 머물던 해당 크루즈선은 여러 항구에서 입항을 거부당한 끝에 전날 스페인 카나리아제도를 향해 닻을 올렸다. 거브러여수스 총장은 선장과 정기 소통을 이어가고 있다며, 운항 재개 소식에 선내 분위기가 한결 나아졌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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