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에 따르면 마르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이 바티칸을 찾아 프란치스코 교황을 만났다. 이번 방문은 중동 분쟁을 둘러싸고 격화됐던 트럼프 대통령과 교황 간 충돌을 수습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국빈에 준하는 파격적 의전이 루비오 장관에게 제공됐다. 통상 국가 정상에게만 허용되는 '종의 아치문'을 그의 차량이 통과했으며, 교황청 유일의 무장 조직인 스위스 근위대가 영접에 나섰다. 공개된 영상 속에서 교황은 "장관님"이라는 호칭을 사용하며 따뜻하게 맞이하는 모습을 보였다.
교황과의 대화는 45분간 진행됐고, 이어서 피에트로 파롤린 국무원장 추기경 등 교황청 고위 관계자들과의 면담이 이어졌다. 총 체류 시간은 2시간 30분에 달했다. 스포츠를 좋아하는 교황을 위해 크리스털 소재의 미식축구공이 선물로 전달되기도 했다.
"교황청에게 미국은 현재도, 미래에도 반드시 필요한 대화 파트너"라고 파롤린 추기경은 방문 하루 전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 전쟁 종식을 호소한 교황의 발언을 왜곡해 "이란의 핵 보유를 용인한다는 뜻"이라며 비판했던 상황에서도 대화 의지를 밝힌 것이다.
회동 종료 후 양측 모두 성공적이었다는 입장을 내놨으나 강조점은 달랐다. 교황청 측은 평화를 향한 "끊임없는 노력의 필요성"을 언급한 반면, 미 국무부는 양국 간 "견고한 유대"를 재확인했다는 점을 부각시켰다.
11월 중간선거가 다가오면서 지지율 하락에 조바심을 느낀 백악관이 서둘러 관계 정상화를 추진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2024년 대선에서 트럼프 진영에 결집했던 보수 성향 가톨릭 신자들이 이탈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왔기 때문이다.
미국 내 젊은 층 사이에서 가톨릭의 영향력은 오히려 확대되는 추세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최근 뉴욕 맨해튼 주요 성당들이 일요일마다 Z세대 청년들로 가득 찬다고 전했다. 종교적 기능을 넘어 심리적 안정과 공동체적 연대를 제공하는 공간으로 성당이 재조명받고 있다는 해석이다.
바티칸은 국제사회에서 인정받는 주권 국가이나 일반 국가들과 처지가 다르다. 트럼프 행정부의 주요 압박 수단인 관세 정책에서 영향을 받지 않으며, 미국의 경제 원조에 의존하지도 않는다. 직접적 군사 위협이나 정치적 압력 역시 무력하다.
바티칸 전문가인 로마 아피아연구소의 프란체스코 시시는 폴리티코와의 인터뷰에서 "그 누구도 바티칸을 압박하거나 좌지우지할 수 없다"며 "이성적 접근만이 바티칸과의 관계에서 유효하다"고 강조했다. 이번 면담이 통상적 외교 협상이 아닌 미국 측의 일방적 설득 시도였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배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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