옹이진 손마디에 녹두꽃 절로 피고
밭이랑 오르내리는
곡조 따라 노을 진다.
오선지 이랑마다 총총히 맺힌 음표
뻐꾸기 울어쌓는 산밭머리 달이 뜨면
오솔길 상모 돌리듯
빙빙 돌아 세월 간다.
철따라 파도치는 사랑바다 알록달록
피어린 알곡으로 알알이 여문 음계
온 산을 머리 이고 오는
내 어머니 아리랑아!
<시작 노트>
산이 많은 우리나라-, 산동네에 살면서 농사를 짓기 위해 산을 개간하고, 화전을 일구어 산밭을 만들고 물이 흐르는 골짜기에는 삿갓 하나를 벗어놓으면 한 뙈기의 논이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삿갓배미라고 부르던 작은 논을 경작하던 우리의 부모님들을 생각합니다. 산비탈에 일군 밭은 마치 5선지를 그려놓은 듯 선명히 보입니다. 우리의 어머니, 어머니의 어머니들은 발을 잘못 디디면 뒹굴 것 만 같은 비탈 밭에 녹두나 콩, 조와 옥수수, 보리나 밀을 심어 손톱이 다 닳도록 가꾸며 살았습니다. 고단한 농사를 이웃 사람들과 품앗이 하면서 어려움을 잊으려고 육자배기 노래를 부르며 농사를 지었습니다. 해가 지고 달이 떠야 농사일을 마치고 오솔길을 돌아 집으로 왔지요. 그렇게 어렵고 가난하지만 아름다운 세월을 살 수 있는 것은 오직 가족사랑 때문이었습니다. 설날이 되면 색동옷을 입혀줄 생각을 하면 노래가 저절로 나왔습니다.
산을 이고, 달을 업고, 별을 바라보며 아리랑을 부르시다 떠나신 어머니는 산밭 옆에 묻혀서도 오솔길로 오는 자식들을 반겨 주십니다. 5월이 가정의 달이라 하지만 우리의 어버이들은 보릿고개를 넘어야 했습니다.
박헌오/한국시조협회 5대 이사장, 초대 대전문학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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