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 교황이 마르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과의 만남에서 평화를 상징하는 특별한 선물을 전달했다. 교황 문장이 새겨진 올리브나무 재질의 펜이었다. "올리브는 평화를 의미하는 나무"라는 교황의 설명이 이 선물에 담긴 메시지를 분명히 했다.
양측의 대화는 약 45분간 진행됐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토미 피곳 국무부 수석대변인은 이날 면담에서 중동 정세와 서반구 관련 현안이 주요 의제로 다뤄졌다고 밝혔다. 특히 '서반구 관심 사안'은 쿠바를 겨냥한 미국의 강경 조치나 가톨릭교회의 인도적 지원 활동을 지칭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교황청이 공개한 영상에서 교황은 "장관님(Mr Secretary)"이라 호칭하며 루비오 장관을 반갑게 맞이했다. 루비오 장관은 크리스털 소재 미식축구공을 답례품으로 증정했는데, 다양한 스포츠에 관심이 많은 교황의 취향을 고려한 선택이었다.
피곳 수석대변인은 "미국과 바티칸의 견고한 유대, 그리고 평화와 인간 존엄성 수호라는 공동 목표가 이번 회담을 통해 부각됐다"고 평가했다. 바티칸 측 역시 성명을 발표해 "양국 간 우호적 관계 발전에 대한 의지를 상호 확인했다"고 전했다. 전쟁과 정치적 갈등, 인도주의 위기에 처한 국가들에 대한 관심을 표명하며 끊임없는 평화 노력의 중요성도 함께 논의됐다.
면담 후 루비오 장관은 자신의 소셜미디어를 통해 "평화 증진과 인간 존엄성 옹호에 대한 공동의 헌신을 강조하는 자리였다"고 소감을 밝혔다. AFP통신에 전한 미 국무부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당일 대화 분위기는 "우호적이고 생산적"이었다.
루비오 장관은 교황청 외교의 핵심 부서인 국무원의 피에트로 파롤린 원장과도 별도 회담을 가졌다. 파롤린 추기경은 교황 다음가는 서열 2위 인사로, 이 자리에서 중동의 지속 가능한 평화 달성 방안이 집중 논의됐다.
이번 방문에서 루비오 장관에게는 국가 수반급 의전이 적용됐다. 통상 원수에게만 개방되는 '종의 아치문'을 그의 차량이 통과했고, 교황청 경호를 담당하는 스위스 근위대가 직접 영접에 나섰다. 루비오 장관의 교황 알현은 지난해 5월 JD 밴스 부통령과 동행한 이래 두 번째다.
이번 바티칸 방문의 배경에는 최근 격화된 트럼프 대통령과 교황 간 마찰이 자리한다. 현지 이탈리아 언론들은 이를 양측 관계 복원을 위한 '해빙' 시도로 분석했다. 레오 14세 교황이 성경 구절을 빌려 전쟁을 연속적으로 강하게 규탄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자국 비판으로 간주했다. 그는 교황을 향해 "범죄에 무력하고 외교에선 무능하다"는 독설을 퍼부었다.
지난 4일에는 이란 전쟁 중단을 호소하는 교황의 메시지를 '이란 핵무장 용인'으로 왜곡 해석하면서 루비오 장관의 화해 행보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됐다.
루비오 장관의 이탈리아 일정은 7일부터 8일까지 계속된다. 8일에는 조르자 멜로니 총리와의 정상급 회담이 예정되어 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교황 편에 선 멜로니 총리마저 공개 비난하면서 한때 가장 친미 성향으로 분류되던 이탈리아와의 관계도 냉각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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