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 재보선] 한동훈이 달라졌다…'강남 8학군' 벗고 밑바닥 민심 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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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 재보선] 한동훈이 달라졌다…'강남 8학군' 벗고 밑바닥 민심 속으로

폴리뉴스 2026-05-07 21:41:08 신고

[사진=한동훈 전 대표 SNS]
[사진=한동훈 전 대표 SNS]

부산 북갑이 이번 재보궐 선거에서 단순한 지역 선거의 의미를 넘어선 곳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그 같은 배경 중 하나로 보수 재건과 재편을 외치는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의 도전이 꼽힌다. 보수 진영의 차기 대권주자로 분류되면서도 부산에 아무 연고도 없는 입장에서 어깨 힘을 빼고 맨몸으로 바닥 민심을 훑는 선거 전략이 얼마나 먹혀들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엘리트 검사 이미지 지우고 서민친화형 행보 주력

국민의힘에서 제명된 뒤 야인으로 지내던 한 전 대표는 지난달 부산 북구 만덕동으로 이사하며 재보선 출마를 공식화했다. '부산 시민을 위해 살겠다'고 천명한 그는 지역 곳곳을 부지런히 누비며 시민들을 만나는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거리와 시장에서 시민·상인들과 마주쳤을 때 서슴없이 90도로 숙여 인사를 하고 무릎을 꿇어 눈높이를 맞추는 모습은 그간 보여줬던 이미지와는 사뭇 다르다는 평가가 나온다. 강남 8학군 출신의 엘리트 검사 대신 서민적이고 친근한 이미지를 강조하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이는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의 성공 비결과도 맥락을 같이한다. 전 전 장관은 부산 북갑에서 3차례 낙선하면서도 꽁꽁 얼어붙은 지역 민심을 치열한 스킨십으로 조금씩 녹인 끝에 기어이 당선됐다. 그리고 이후 내리 3선을 지냈다. 과거 이언주 의원이 "부산에서 국회의원에 당선되는 방법은 두 가지라고 느꼈다. 김무성처럼 하든가, 전재수처럼 하든가"라고 했던 말은 유명하다. 지역 정가에서 지역밀착형 행보가 무엇보다도 우선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빈틈없는 밑바닥 민심 훑기를 통해 선거에서 성공을 거둔 사례는 더 있다. 2010년 서울 은평을 보궐선거 당시 이재오 한나라당 후보는 유세차와 수행원 없이 홀몸으로 선거운동을 고집했다. 단일화에 성공한 범진보 진영의 공세가 엄청났지만 이 후보는 58.33%를 얻어 39.90%에 그친 장상 민주당 후보를 1만5000표 이상의 차이로 따돌렸다.

20대 총선 서울 종로에서는 선거를 20여일 앞두고 정세균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28.5%로 오세훈 새누리당 후보(48.5%)에 더블스코어 가까이 뒤처진 여론조사 결과가 발표됐다. 하지만 정 후보는 종로 골목 곳곳을 돌아다니면서 밑바닥 정서를 폭넓게 파고드는 '저인망' 유세를 꾸준히 지속했다. 그리고 선거 당일 52.6% 대 39.7%로 대역전에 성공하면서 6선 고지에 올랐다.

[사진=한동훈 전 대표 SNS]
[사진=한동훈 전 대표 SNS]

'선거용 코스프레' 의혹 극복과 진정성 어필이 관건

다만 한 전 대표가 이들과 같은 방식으로 선거를 치른다고 해서 똑같이 성공할 것으로 보기는 쉽지 않다. 선거 경험이 풍부한 베테랑들과 달리 한 전 대표는 본인 선거는 처음인 '초보'에 가깝기 때문에서다. 

그래서 '선거용 코스프레'라는 시각을 불식시키고 진정성을 얼마나 인정받느냐가 중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부산 지역 정가의 한 관계자는 "부산 북갑은 낙동강 벨트 중에서도 지역 밀착도가 가장 높은 곳 중 하나"라며 "엘리트 출신의 시장 방문이 신선함을 넘어 지역민과의 정서적 동기화로 이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북구의 현안인 교육이나 재개발 문제에도 확실한 비전을 제시하지 않으면 어려울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한동훈 현상'이 강력하지만 한정된 지지층을 넘어 중도층까지 파고드는 확장성을 가지려면 지역 밀착형 행보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김근식 경남대 교수는 지난달 28일 동아일보 정치 라이브 '법정모독'에 출연해 "한 전 대표가 바닥에서 정말 겸손하게 잘하는데 일종의 호객행위 같다"며 "전국에서 몰리는 아줌마들 조직 갖고는 안 된다"고 진단했다.

국민의힘에서 제명된 한동훈 전 대표가 1월 29일 국회 소통관에서 제명 결정과 관련해 기자회견하기에 앞서 인사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국민의힘에서 제명된 한동훈 전 대표가 1월 29일 국회 소통관에서 제명 결정과 관련해 기자회견하기에 앞서 인사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피해와 핍박의 서사, 지역 밀착행보와 시너지 여부는

과거 한 전 대표는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아 당의 위기 구원투수로 등판했으나 총선 이후 당권 다툼의 흐름 속에서 축출되듯 제명되는 과정을 겪었다. 화려한 조명을 받던 집권 여당의 2인자에서 순식간에 기득권 세력에게 버림받은 '정치적 미운 오리 새끼'가 된 셈이다. 

제명 이후에도 한 전 대표가 보수 재건과 재편을 외치며 선거판에 뛰어들면서 국민의힘 주류의 견제는 더욱 극심해졌다. 이와 관련해 김능구 폴리뉴스 대표는 "선거 이후의 당권과 대권 때문에라도 한 전 대표가 '개선장군'으로 국회에 들어오는 걸 전혀 원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러한 '핍박의 서사'가 앞선 서민 밀착형 행보와 결합할 때 강력한 감성적 시너지를 낼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과거 엘리트 검사 시절이었다면 시장에서 무릎을 굽히는 모습이 표를 얻기 위한 연출로 받아들여졌을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당에서 쫓겨나 홀로 부산 골목을 누비는 지금의 모습은 지지자들에게 권력에 맞서 바닥부터 다시 시작하는 고독한 투사 이미지를 각인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전통적으로 부산 민심은 가시밭길을 걷는 정치인에 대해 묘한 동질감과 부채 의식을 보여 왔다. 주류 세력으로부터 소외당하면서도 굴하지 않고 시장통에서 시민들의 손을 잡는 모습을 통해 이 같은 정서적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 물론 과거 대권주자들의 사례와 비교하면 한 전 대표의 경험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나 장동혁 대표 등 거대 집권세력보다는 진영 내부의 핍박에 불과하다는 반론도 존재한다. 

무엇보다도 이 같은 서사와 별도로 과거 YS 같은 거물 정치인들이 보여준 면모를 한 전 대표도 증명해야 부산 표심에 어필할 수 있을 것이란 시각도 있다. 박원석 전 의원은 지난 6일 동아일보 유튜브 '정치를 부탁해'에서 "희생자 서사는 이미 충분히 쌓였지만 한동훈만의 비전이 보이지 않고 있다"며 "그걸 만들어 내야 '레벨이 다르구나' 하고 부산에서 밀어줄 것"이라고 지적했다.

[폴리뉴스 이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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