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개입 시작되자 그제야 쇄신?"…농협 뒤늦은 자구책에 싸늘한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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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개입 시작되자 그제야 쇄신?"…농협 뒤늦은 자구책에 싸늘한 시선

르데스크 2026-05-07 18:06:3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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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협중앙회가 최근 '낙하산·회전문 인사 차단'을 내세운 자체 개혁안을 발표했지만 농업계와 정치권 안팎에서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라는 반응이 적지 않다. 그동안 중앙회장의 반복된 비위와 특혜성 대출, 방만한 조직 운영 논란이 끊이지 않았음에도 실질적인 변화 없이 버텨오다 정부와 국회가 농협법 개정을 통한 강제 개혁에 나서자 뒤늦게 자율 개혁 카드를 꺼내 들었다는 지적이다.

 

특히 농협이 외부 개입을 '관치'라고 비판하면서도 정작 내부 견제 기능은 제대로 작동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이번 개혁안 역시 시간 끌기용 대응에 불과한 것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된다.

 

농협중앙회는 7일 임원 선임 과정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강화하기 위한 '임원후보자 추천기구 운영 개선안'을 마련하고 시행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핵심은 외부 견제 기능을 강화하고 중앙회의 계열사 인사 개입을 차단하는 것이다. 외부위원 추천 기관을 기존 5곳에서 8곳으로 확대하고 복수 추천 방식을 도입하는 한편, 공개모집·심층면접·평판조회 등을 통해 검증 절차를 강화하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또 경제지주 자회사 임원후보추천위원회 구성 과정에서 중앙회 소속 인사의 참여를 배제하고 사외이사 비중을 과반 이상으로 확대하겠다는 계획도 내놨다. 농업경제와 축산경제 분야별로 추천위원회를 분리 운영해 전문성을 높이겠다는 방안도 포함됐다. 농협 측은 이번 개편안을 올해 상반기 임기 만료 예정인 사외이사 선임부터 적용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표면적으로만 보면 인사 구조의 독립성과 투명성을 강화하려는 행보로 해석된다. 그러나 농업계 안팎에서는 이번 조치가 정부와 정치권의 농협 개혁 압박이 본격화된 이후에야 나왔다는 점에서 진정성에 대한 의구심이 제기된다.

 

실제로 정부와 여당은 최근 농협중앙회장 직선제 도입과 외부 감사기구 신설 등을 골자로 하는 농협법 개정안을 추진 중이다. 지난 3월 발표된 범정부 합동감사에서는 중앙회 핵심 간부들의 비리와 특혜성 계약, 방만한 예산 집행 등이 무더기로 드러났고 정부는 이 가운데 14건을 수사 의뢰했다.

 

▲ 농협이 뒤늦게 자체 개혁안을 내놓자 강제 개혁을 피하기 위한 방어적 성격이 강하다는 평가가 나온다.사진은 서울 서대문구에 위치한 농협중앙회 외부 전경. ⓒ르데스크

 

이러한 상황에서 농협이 뒤늦게 자체 개혁안을 내놓자 강제 개혁을 피하기 위한 방어적 성격이 강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동안 반복적으로 제기됐던 중앙회장의 권한 집중과 폐쇄적 인사 구조 문제를 사실상 방치해오다가 정부 개입 가능성이 커지자 서둘러 자율 개혁을 강조하고 있다는 것이다.

 

농협을 둘러싼 개혁 요구는 꾸준히 제기돼 왔다. 농협중앙회장 선거를 둘러싼 줄 세우기 논란과 계열사 낙하산 인사, 내부 견제 기능 부재 문제는 수년째 반복적으로 제기됐다. 그러나 그때마다 농협은 협동조합의 자율성 보장을 이유로 외부 개입을 경계하며 구조 개혁에는 소극적인 태도를 보여 왔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여론 역시 개혁 필요성에 무게를 싣고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한국갤럽에 의뢰해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농협 개혁에 찬성한다는 응답은 조합원 94.5%, 일반 국민 95.1%에 달했다. 특히 임직원 비위와 조직 운영 문제 해결을 위해 개혁이 필요하다는 응답 비중이 높게 나타났다.

 

그럼에도 농협 내부와 일부 조합장들 사이에서는 정부 주도의 개혁안에 대한 반발도 이어지고 있다. 조합원 직선제가 도입될 경우 선거 과열과 정치화가 심화될 수 있고, 외부 감사기구 신설은 협동조합의 자율성을 훼손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농협은 최근 농민 결의대회까지 열며 농협법 개정 반대 목소리를 공개적으로 내고 있다.

 

하지만 이를 바라보는 시선은 냉담하다. 농협이 스스로 자율성을 주장하기 위해서는 그에 걸맞은 수준의 자정 능력과 책임성을 먼저 보여줬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반복된 비리와 전횡 논란 속에서도 구조적 개선 없이 내부 논리만 앞세워 온 결과 결국 정부 주도의 강제 개혁 논의까지 이어졌다는 비판이 나온다.

 

농업계 관계자는 "지금 농협이 가장 경계하는 것은 정부 개입 자체보다도 기존 권한 구조가 흔들리는 상황일 가능성이 크다"며 "자체 개혁의 진정성을 인정받으려면 선언적 조치가 아니라 중앙회 권한 축소와 외부 감시 체계 강화 같은 실질적인 변화가 뒤따라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현재 농협 구조상 중앙회장에 집중된 제왕적 지배구조를 해소하는 게 관건이라고 입을 모은다. 김태후 한국농촌경제연구원(KREI) 연구위원은 "기존 농협의 조합감사위원회와 각종 내부 위원회는 중앙회장의 영향력에서 자유롭지 못했다"며 "독립적 감시 체계를 위한 외부 전문가 참여와 임직원 범죄 고발 의무화 등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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