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원내 6당이 공동 발의한 헌법 개정안이 7일 국회 본회의에 상정됐지만 국민의힘이 당론으로 불참을 결정하면서 투표가 성립되지 못해 결국 무산됐다.
국회는 이날 오후 본회의를 개최해 부마 민주항쟁 및 5·18 민주화운동 정신의 헌법 전문 수록과 계엄 선포 요건 강화 등을 담은 헌법 개정안을 상정하고 투표에 돌입했다. 그러나 국민의힘 의원들이 단체로 참석하지 않았고, 우원식 국회의장은 한참을 기다리다 4시 경 투표 불성립을 선언했다.
헌법 개정안은 재적의원 286명 중 2/3 이상의 찬성이 필요해 의결 정족수는 191명이지만 이날 본회의장에는 178명이 전부였다. 국민의힘에서는 원내수석부대표인 유상범 의원 홀로 본회의장에 입장해 의사진행발언을 통해 보이콧 성명을 발표하고 곧바로 퇴장했다. 당초 개헌안에 공개 찬성 의사를 밝혔던 한지아 의원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우 의장은 투표 불성립 선언 직후 "안타깝고 유감스럽고 국민 여러분께 대단히 송구하다"며 "이대로 헌법의 안정장치를 만들지 못한 채로 12·3과 같은 일이 생긴다면 우린 모두는 역사의 죄인"이라고 침통함을 나타냈다.
이어 "윤석열 같은 사람이 다시 나타나면 오늘 결과가 얼마나 통탄한 일인지 생각만 해도 두렵다"며 "투표 불참으로 개헌을 무산시킨 여러분은 비상계엄에 동조하고 방조한 것"이라고 말해 불참한 국민의힘을 겨냥했다. 아울러 다음 날인 8일 본회의 소집을 예고하며 "어떻게 해야 국민 속에서 함께하는 길인지 무엇이 헌법기관으로서 책임을 다하는 일인지 다시 깊이 생각해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청와대에서도 유감의 뜻을 나타냈다. 강유정 청와대 대변인은 춘추관 브리핑에서 "개헌은 국민과의 약속"이라며 "국회의원들의 투표 거부로 불성립된 것에 대해 안타까움과 유감을 전한다"고 밝혔다.
개헌안을 발의했던 원내 6당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박지혜 민주당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여야 6당이 뜻을 모으고 국민적 공감대까지 형성된 시대적 과업이 국민의힘의 몽니에 가로막힌 것"이라고 지적했고, 임명희 조국혁신당 대변인도 "자신들의 코앞의 정치적 이익만을 생각하는 옹졸한 집단에겐 국민 심판만이 있을 뿐"이라며 국민의힘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260여개 단체로 구성된 5·18정신헌법전문수록국민추진위원회는 성명을 통해 "국민적 요구를 외면한 책임 회피이자 낡은 헌정 체계를 새롭게 정비할 기회를 스스로 거부한 것"이라며 국민의힘을 강하게 질타했다. 동시에 민주당에 대해서도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된 최소한의 개헌안마저 관철하지 못한 것은 무능의 결과"라고 비판했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이날 의원 전원의 명의로 발표한 입장문을 통해 ▲일방적 졸속 개헌이 아닌 제대로 된 개헌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수호하는 통합적 역사 인식 하 헌법 전문 정리 ▲밀실 개헌이 아닌 주권자가 중심이 되는 국민 참여 개헌 ▲견제와 균형에 기반한 여야 합의 ▲정략적 도구가 아닌 선거 없는 시기에 차분하게 추진 등 5대 원칙을 주장했다.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도 "선거 날짜에 맞춘 국민투표를 위해 헌법 개정안을 표결해야 한다는 것은 졸속 개헌"이라며 "대한민국 헌법을 굉장히 우습게 만들 수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집권 여당에서는 다수의 힘으로 개헌안도 졸속으로 밀어붙이고 공소취소 특검도 밀어붙이려 하고 있다"며 "이러한 자세는 대한민국 헌법이 지향하는 가치와 철학과 비전에 맞지 않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우 의장의 본회의 소집에 따라 8일 같은 시간에 개헌안이 다시 상정될 예정이지만 국민의힘에서 입장 변화가 없는 만큼 본회의 문턱을 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정희용 국민의힘 사무총장은 이날 투표 불성립 후 기자들과 만나 "개헌안 자체를 받아들일 수 없는데 (내일) 기조가 달라질 게 있겠나"라며 부정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폴리뉴스 이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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