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김효인 기자】 복지급여와 생활비가 들어오는 통장까지 불법사금융의 표적이 되고 있다. 저신용·저소득층, 자립준비청년, 노인 등 제도권 금융에서 밀려난 취약계층이 불법대출과 불법추심에 노출되면서 불법사금융 문제가 금융 범죄를 넘어 복지 현장의 과제로 번지고 있다.
정부가 복지 현장과 금융감독망을 연결해 피해자 발굴에 나선 것도 이 때문이다. 기존에는 피해자가 직접 신고해야 지원이 시작되는 구조였다면, 앞으로는 복지 위기가구 상담과 취약계층 지원 과정에서 피해를 먼저 포착해 대응하는 방식으로 체계가 확대된다.
7일 보건복지부와 금융감독원은 정부서울청사에서 ‘취약계층 대상 금융범죄 대응 강화 등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협약에는 불법사금융 대응 강화, 금융교육 확대, 의료기관 부당청구 근절, 노후소득보장 협력 등이 담겼다.
두 기관이 손을 잡은 배경에는 취약계층 피해가 단일 기관 대응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복지부는 위기가구, 자립준비청년, 노인·아동 등 정책 대상과 직접 맞닿아 있고, 금감원은 불법사금융 신고·상담과 피해구제 체계를 운영한다. 복지 현장에서 위험 신호를 포착하면 금융당국의 구제 절차로 즉시 연결하는 구조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핵심은 불법사금융 대응을 단속 중심에서 ‘발굴-연계형 대응’으로 전환하는 데 있다. 복지 상담 과정에서 피해가 확인될 경우 금감원의 ‘불법사금융 원스톱 종합·전담 지원 시스템’으로 바로 연계된다. 한 번의 신고로 전담자가 배정돼 불법추심 차단, 수사의뢰, 채무자대리인 선임 등 절차를 통합 지원하는 방식이다.
생활비 통장까지 따라붙는 불법사금융
그동안 불법사금융은 피해가 외부로 드러나기 어려운 범죄로 꼽혀왔다. 채무 사실을 주변에 알리지 못한 채 고립되거나, 신고 방법을 모르거나 보복성 추심을 우려해 도움 요청을 미루는 사례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취약계층의 경우 피해가 곧바로 생계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 복지급여나 자립수당, 생활비는 주거비와 식비, 의료비를 감당하는 최소한의 안전망이지만, 급전 수요가 발생하면 불법대출 광고와 고금리 대부, 불법추심에 노출될 가능성이 커진다.
문제는 피해가 단순한 채무 부담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불법사금융은 개인정보 악용, 반복적 연락, 주변인 압박 등으로 피해자를 고립시키는 경우가 많다. 이 과정에서 생활비 통장까지 추심 대상이 되면서 다시 더 위험한 대출로 밀려나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번 협약에서 복지 위기가구와 극단 선택 고위험군 상담 과정에 불법사금융 피해 확인 절차를 연계하기로 한 것도 이 같은 구조를 고려한 조치다. 피해자가 스스로 신고하기 전이라도 복지 현장에서 위험 신호를 포착하면 금융당국 지원으로 이어지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자립준비청년과 노인, 취약 아동에 대한 금융교육도 강화된다. 자립준비청년에게는 재무상담을 제공하고 자립수당 의무교육에 금융 내용을 보강한다. 노인과 아동 대상 교육·홍보도 확대해 불법대출, 대리입금, 소액결제 현금화 등 변형된 금융범죄 대응력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복지부와 금감원은 의료기관 부당청구 방지와 보험사기 근절을 위한 협업체계도 구축한다. 구체적인 방안은 실무협의체를 통해 마련할 예정이다. 국민연금과 노후 준비서비스 등 노후소득보장 강화에도 협력하기로 했다.
정은경 복지부 장관은 “두 기관은 취약계층 보호부터 의료기관 부당청구 방지까지 업무 연계성이 높다”며 “협약을 통해 보다 신속하고 효과적인 지원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찬진 금감원장은 “복지부와의 협업으로 범죄 취약계층에 대한 안전망을 강화하겠다”며 “피해 확인 시 구제와 복지 서비스를 즉시 연결하는 원스톱 시스템을 가동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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