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노동조합의 총파업 예고를 둘러싼 갈등이 단순 임금 협상 차원을 넘어 기업가치와 시장 신뢰 문제로 확산되고 있다. 반도체 호황 국면에서 불거진 성과급 갈등이 실제 투자 판단 변수로 작용하기 시작하면서 시장과 주주들의 우려도 커지는 분위기다.
7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주주행동 실천본부'는 이날 서울 용산구 이태원로 인근에서 노조 파업 반대 집회를 열고 노조 행태를 강하게 비판했다.
이들은 현장에 "국가경제 볼모잡는 망국 파업", "국민 여론을 직시하라" 등의 문구가 적힌 현수막을 내걸고 총파업 철회를 촉구했다.
주주행동 실천본부는 삼성전자 노조가 오는 21일 총파업을 강행할 경우 최대 100명 이상의 주주가 참여하는 맞불 집회를 열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대한민국 주주운동본부 역시 '삼성전자 파업 위기 대국민 호소문'을 통해 "파업으로 회사 손실이 발생할 경우 노조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를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주주단체는 경영진에 대해서도 강경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노조 요구를 수용하는 과정에서 과도한 성과급 지급이 이뤄질 경우 이를 주주 권익 침해로 판단하고 주주대표소송까지 검토하겠다는 것이다.
이들은 "삼성전자의 성과는 국가 산업 지원과 협력사 생태계 기여가 함께 만든 결과"라며 무리한 성과급 확대에 반대 입장을 나타냈다.
이처럼 성과 공유 확대를 요구하는 노조와 기업가치 훼손 가능성을 우려하는 주주 간 이해관계가 정면 충돌하는 구조가 형성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경영진 입장에서도 부담은 커지고 있다.
노조 요구를 수용할 경우 대규모 비용 증가와 주주 반발 가능성을 감수해야 하고, 반대로 협상 결렬 시에는 생산 차질과 고객 이탈 우려까지 떠안아야 하는 상황이다.
갈등이 시장과 정치권까지 번지자 이사회도 직접 진화에 나섰다.
신제윤 삼성전자 이사회 의장은 전날 사내 게시판을 통해 "최악의 상황이 현실화되면 노사 모두가 설 자리를 잃게 될 것"이라며 우려를 나타냈다.
신 의장은 "사업 경쟁력 약화와 고객 신뢰 훼손은 결국 주주와 투자자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며 "국가 경제에도 심각한 영향을 줄 수 있는 만큼 진정성 있는 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반도체 사업 특성을 언급하며 "반도체 산업은 타이밍과 고객 신뢰가 핵심"이라며 "개발·생산 차질과 납기 지연이 발생할 경우 고객이 경쟁사로 이동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이사회 의장이 노사 문제에 대해 공개적으로 입장을 밝힌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통상 노사 협상은 경영진과 노조 간 문제로 인식되지만, 이번 사안은 시장 신뢰와 기업 경쟁력 전반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판단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증권가 역시 이번 갈등을 실질적인 비용 변수로 보기 시작했다.
씨티증권은 최근 삼성전자 목표주가를 하향 조정하며 노조 파업 가능성과 성과급 충당금 부담을 주요 리스크로 지목했다.
메모리 반도체 업황 개선에도 불구하고 노사 갈등이 수익성과 생산 안정성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이번 갈등은 고대역폭메모리를 중심으로 인공지능 반도체 수요가 급증하는 시점과 맞물리면서 시장 우려를 더욱 키우고 있다.
삼성전자가 인공지능 반도체 시장 확대의 핵심 수혜 기업으로 평가받고 있는 상황에서 내부 갈등 장기화가 성장 동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시각도 나온다.
업계에서는 이번 사안을 단순한 파업 이슈를 넘어 '이익 배분 구조'를 둘러싼 충돌로 해석하는 분위기다.
반도체 호황 속에서 기업 성과를 어디까지 공유할 것인지, 또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 부담과 기업가치 훼손 가능성을 누가 감당할 것인지를 둘러싼 논쟁이 시장과 주주 영역까지 확산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폴리뉴스 김지혜 기자]
Copyright ⓒ 폴리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