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절제미 갖춘 기함의 품격, 제네시스 'G90 블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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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기] 절제미 갖춘 기함의 품격, 제네시스 'G90 블랙'

한스경제 2026-05-07 15:00:0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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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네시스 'G90 블랙'의 외관./곽호준 기자

| 서울=한스경제 곽호준 기자 | 블랙으로 빚어낸 절제미가 존재감을 더욱 또렷하게 드러낸다. 제네시스 'G90 블랙'은 화려함보다 깊은 색조와 세련된 디테일로 플래그십 세단의 품격을 한층 끌어올렸다.

G90의 근간은 지난 1999년에 등장한 현대차 에쿠스다. 각지고 우람한 차체에 8기통 4.5ℓ 가솔린 엔진을 탑재해 국산 최고급 세단이라는 타이틀로 데뷔했다. 최고급 첨단 장비와 내장재, 국산차 최초 차체 자세 제어장치, 허리를 길게 늘린 리무진 버전 등 기함 다운 가치를 앞세웠다. 이후 2세대 에쿠스, 본격적인 제네시스 브랜드로 편입한 3세대 EQ900, 현행 모델인 4세대 G90을 선보이며 브랜드 플래그십 세단의 계보를 이어왔다.

제네시스 'G90 블랙'의 외관./곽호준 기자
제네시스 'G90 블랙'의 외관./곽호준 기자

이렇듯 G90은 제네시스의 가치를 대표하는 모델이다. 단순한 대형 세단이라는 포지션을 넘어 브랜드의 방향성과 기술력을 집약한 결과물이다. 그런데 4세대 출시 시점인 2022년부터 현재까지 큰 변화 없이 연식 변경만으로 이어오고 있다. 그만큼 이 차의 완성도가 높다는 의미다. 이번에 소개할 G90 블랙도 그중 하나다. 안팎을 온통 블랙 컬러로 멋을 내 플래그십만의 중후함은 물론 남다른 존재감을 뽐낸다.

▲ 화려함 덜고 '블랙'만의 감성 더해…고급감·안락함 극대화

외관은 블랙 컬러라는 미묘한 차이에서 완성된다. 기존 크롬 장식은 모두 덜어내고 G90의 시그니처 디자인 요소인 크레스트 그릴부터 엠블럼, 21인치 전용 휠의 볼트 등 작은 부품까지 세심하게 블랙으로 마감한 점이 인상적이다. 파츠마다 어두운 무채색 톤으로 특유의 마감 방식을 적용하면서 조화로움과 입체감을 동시에 살렸다. 결과적으로 제네시스는 큰 디자인 변화와 화려함을 더하기보다 블랙 컬러로 담백하면서도 깔끔한 절제미를 극대화한 것이다.

제네시스 'G90 블랙'의 전면./곽호준 기자
제네시스 'G90 블랙'의 측면./곽호준 기자

실내 역시 같은 맥락을 따른다. 전반적으로 화려한 장식보다 블랙으로 색감을 통일해 시선을 분산시키는 요소를 최소화한 구성이다. 덕분에 가죽, 우드, 금속 등 각기 다른 소재 본연의 질감과 마감 완성도가 더욱 선명하게 보인다. 스티어링 휠과 변속 다이얼 같은 사소한 버튼류까지 모두 동일한 톤으로 마감돼 플래그십에 걸맞은 정숙한 분위기를 조성했다. 여기서 고급감을 높이기 위해 어두운 원목 가니시, 세미 아닐린 가죽 시트, 곳곳에 정교한 퀼팅이 더해진 점도 눈에 띈다.

내부 공간은 길고 매우 넓다. 뒷좌석에 앉아 쭉 다리를 뻗으면 기다란 리무진에 타고 있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다. 기본 모델이라도 휠베이스는 3180㎜에 달한다. 2열은 운동장같이 넓은 레그룸이 시야를 가득 메운다. 게다가 문 닫기 위해 손을 쭉 뻗을 필요도 없다. 센터 콘솔에 마련된 '문 닫힘' 버튼만 누르면 '빠밤'하는 고급감 넘치는 음악과 함께 자동으로 닫히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블랙으로 마감한 시트는 부드러운 촉감과 안락한 쿠션감을 자랑한다. 

제네시스 'G90 블랙'의 1열 실내./곽호준 기자
제네시스 'G90 블랙'의 2열 VIP 시트./곽호준 기자
제네시스 'G90 블랙'의 2열 센터 콘솔 디스플레이./곽호준 기자

편의·안전 장비도 플래그십 모델답다. 탑승한 순간부터 여러모로 대접받는 기분이 절로 나는 풍성한 옵션을 자랑한다. 실제로 이 차에는 여태껏 현대차그룹이 선보인 웬만한 최첨단 기술이 몽땅 담겼다. 최고 수준의 정밀함을 자랑하는 운전자보조시스템(ADAS), 증강현실 내비게이션, 고급스러운 인포테인먼트, 다채로운 엔터테인먼트까지 그 어느 하나 부족한 것이 없다. 

핵심 기능은 온전히 2열에 집중됐다. 시승차는 롱 휠베이스 버전(LWB)에서 맛볼 수 있는 '4인승 퍼스트 클래스 VIP 시트'가 탑재됐다. 강도를 4단계로 나눈 마사지 기능, 무려 3개나 배치된 터치스크린, 전동식 커튼 등 호화롭기 그지없다. 소위 회장님 전용석인 우측 뒷좌석은 'REST' 버튼을 누르면 안마의자의 무중력 자세로 누워 발 마사지까지 받을 수 있다. 무드 램프와 오디오, 실내 향기 등 승객의 감정 상태에 맞춰 제어하는 '무드 큐레이터' 기능까지 곁들이면 웬만한 초호화 리무진 부럽지 않다.

▲ 415마력 MHEV의 여유로운 질감…'성능'보다 정제된 주행 감각에 초점

G90 블랙엔 총 두 가지 파워트레인이 들어간다. 기본은 V6 3.5ℓ 가솔린 터보 380마력 사양과 이 차에 탑재된 V6 3.5ℓ 가솔린 트윈터보에 48V 일렉트릭 슈퍼차저를 얹은 마일드 하이브리드 시스템(MHEV)이다. 해당 파워트레인은 4세대가 처음 출시됐을 당시 최상위 라인업인 LWB에만 탑재됐을 정도로 특별했던 시스템이다. 여기에 8단 자동변속기가 맞물려 최고출력 415마력, 최대토크 56kg·m를 발휘한다. 상시로 네 바퀴(풀타임 사륜구동 시스템)를 굴리며 2.2톤(t)에 육박하는 큰 차체를 가뿐히 밀어낸다.

제네시스 'G90 블랙'의 V6 3.5ℓ 가솔린 트윈터보 48V 일렉트릭 슈퍼차저 엔진./곽호준 기자
제네시스 'G90 블랙'의 V6 3.5ℓ 가솔린 트윈터보 48V 일렉트릭 슈퍼차저 엔진./곽호준 기자

이 파워트레인이 특별한 이유가 있다. 일반적으로 대용량 터보 엔진은 터빈에 압력을 채우는 시간이 오래 걸린다. 이른바 '터보랙(Turbo Lag)'이라 불리는 현상으로 통상 저회전 영역에서 응답성이 한 템포 느린 느낌이 든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제네시스는 전동식 슈퍼차저를 더했다. 이는 배기가스가 아닌 전기를 이용한 과급기를 의미한다. 트렁크 하단에 위치한 리튬 배터리에서 생성한 전기를 공급받아 부스트압을 2단계에 걸쳐 빠르게 생성해 터보랙을 최소화한다. 

그 결과 엔진 응답성도 경쾌하다. 발진 가속과 추월, 고속주행 등 모든 상황에서 가속 성능이 만족스럽다. 물론 역동적인 움직임을 기대해서는 안 된다. 스포츠 모드를 선택해도 예리한 몸놀림보단 차분하고 담담하게 나아간다. 제원 수치는 꽤 높아도 편안하면서 우아하게 달리며 외모에서 느껴지는 '절제'가 주행 감각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제네시스 'G90 블랙'의 외관./곽호준 기자
제네시스 'G90 블랙'의 외관./곽호준 기자

고속주행 안정감도 수준급이다. 초고속 영역에서도 노면을 안정적으로 붙들고 이전 세대에서 느껴졌던 좌우로 굽이치는 '롤' 현상도 눈에 띄게 줄였다. 하체의 셋업이 한층 진보됐다는 증거다. 더욱이 속도를 올릴수록 스티어링 휠과 서스펜션의 답력을 키워 노면 피드백을 선명하게 전달한다. 게다가 시속 110km를 넘기면 운전자 시트 사이드 볼스터와 안전벨트를 한 차례 더 옥좨 심리적 안정감까지 준다.

승차감은 한 문장으로 정리된다. 과속방지턱 지우개. 웬만한 크기의 요철은 존재를 지워버리고 마치 평지처럼 지나간다. 비포장도로에서도 고급 스포츠유틸리티차(SUV)처럼 거친 노면을 포근하게 감싸는 능력은 감탄이 절로 나온다. 무엇보다 노면 컨디션과 무관하게 구름 위를 달리는 듯한 주행 느낌 덕분에 장시간 운전해도 피로를 느끼기 어렵다.

제네시스 'G90 블랙'의 외관./곽호준 기자
제네시스 'G90 블랙'의 외관./곽호준 기자
제네시스 'G90 블랙'의 '멀티 챔버 에어 서스펜션'의 전고를 높인 상태./곽호준 기자
제네시스 'G90 블랙'의 '멀티 챔버 에어 서스펜션'의 전고를 높인 상태./곽호준 기자

비결은 3개의 공기주머니를 품은 '멀티 챔버 에어 서스펜션' 조합에 있다. 단순히 노면에서 전달되는 자잘한 충격과 진동을 걸러내는 것만이 아닌 상황에 따라 차고를 알아서 오르내리고 최적의 강도를 확보한다. 가령 지하 주차장처럼 급경사나 내리막에선 범퍼가 바닥에 닿지 않게 전륜을 최대한 높이고 감쇠력을 단단하게 바꾼다. 고속에서는 차고를 낮춰 안정감을 높이고 험로에선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훌쩍 높인다.

사실 길이 5.2m가 넘는 차를 모는 건 숙련된 운전자들도 꽤 부담스럽다. 이를 위해 제네시스는 '능동형 후륜 조향 기술'도 도입했다. 이는 중저속에서 뒷바퀴를 앞바퀴와 반대 방향으로 최대 4°까지 비틀고 고속에서는 동일 방향으로 2°까지 조향한다. 그래서 차체가 길고 크지만 다루는 건 그리 어렵지 않다. 마치 차체가 뱀처럼 유연한 움직임을 보이며 회전반경이 중형차 수준으로 작아져 좁은 주차장이나 유턴할 때 상당히 편리하다.

▲ 트렁크 활용도 개선은 필수, 비교적 높은 가격은 부담

트렁크의 활용도는 옥에 티다. 브랜드 최상위 대형 플래그십 세단임에도 불구하고 기본 적재 용량이 410ℓ에 불과하다. 이는 3세대 대비 74ℓ 줄어든 수치다. 현행 G80의 적재 용량이 430ℓ라는 점을 고려하면 분명 개선이 필요하다. 게다가 시승차처럼 MHEV 모델은 9.8kWh의 리튬이온배터리를 트렁크 내부의 플로어(바닥) 하단에 위치해 있다. 그래서 추가로 적재물을 보관할 여유 공간도 부족하다. 사장님들은 트렁크 공간에 꽤 민감하다. 올해 하반기 출시 예정인 부분변경 모델에서는 개선되기를 기대해 본다.

제네시스 'G90 블랙'의 리튬 이온 배터리는 트렁크 내부의 플로어 하단에 위치해 있다./곽호준 기자
제네시스 'G90 블랙'의 리튬 이온 배터리는 트렁크 내부의 플로어 하단에 위치해 있다./곽호준 기자
제네시스 'G90 블랙'의 외관./곽호준 기자
제네시스 'G90 블랙'의 외관./곽호준 기자

또 특별함이 부여된 만큼 구매 문턱은 꽤 높다. G90 블랙 가솔린 3.5터보 MHEV의 가격은 1억2960만원부터 시작한다. 시승차인 풀옵션 사양은 개별 소비세 3.5% 기준 1억3977만원이다. 시작가 기준 동일 파워트레인을 탑재한 일반 G90 모델과 비교하면 최대 2000만원 이상 차이난다. 다만 검은색을 더한 감성 요소를 넘어 소재와 마감, 주행 질감까지 플래그십의 완성도를 한층 끌어올렸다는 점에서 일정 부분 수긍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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