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기덕 기자] 최근 호르무즈 해협에서 한국 선박의 폭발 사고가 발생하면서 해운업계의 긴장감이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특히 전쟁 장기화에 따른 유류비 압박, 물동량 감소, 보험료 인상 등 여파로 과거 ‘전쟁=수혜’라는 공식이 무색하게 해운사들의 수익성에도 빨간불이 켜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선박 연료로 쓰이는 싱가포르항 기준 초저유황유(VLSFO) 가격은 미국·이란 충돌 이전인 2월 중순 톤(t)당 400달러 후반 수준에서 중동 긴장이 고조된 3월엔 t당 900~1000달러 수준까지 치솟았다. 최근 이후 상승세가 주춤해졌지만 5월 들어서도 여전히 t당 840달러 안팎에서 거래되고 있다.
해운사들은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국내 선박들의 연료는 중동산 원유를 정제해 주로 생산되는데 호르무즈 봉쇄에 따른 에너지 수급 문제로 연료비 부담이 급격히 커졌기 때문이다. 실제로 전 세계 원유 수송량의 20~25%가 통과할 정도로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에너지 공급의 핵심 요충지로 꼽힌다. 한국은 원유의 70.7%, 액화천연가스(LNG)의 20.4%를 중동에서 수입한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선박은 운항 원가에서 벙커C유와 같은 유가가 차지하는 비중이 20~30% 정도 되는데 이 가격이 2배 정도가 뛴 상황”이라며 “과거에도 유가가 오른 적은 많았는데 3개월 가까이 이렇게 장기가 지속되다 보니 부담이 너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통상 전쟁이나 지정학적 충돌은 해운사들에겐 호재로 작용하기도 했다. 즉 항로 우회와 운항 차질에 따른 공급 부족→ 운임 상승 및 우회 항로 증가→ 톤마일(화물 중량*운송거리) 수요 증가→ 수익 증가로 이어진 경우가 많았다. 실제로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에도 에너지 운송 수요와 운임 상승이 맞물리며 해운업계 실적이 개선된 바 있다.
그러나 이번 중동 사태는 과거와는 다르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운임 상승에도 운항 자체가 차질을 받는 구조가 나타나고 있어서다. 실제로 글로벌 선사들은 사고 가능성에 대비해 항로를 축소하거나 대기, 운항 중단을 검토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또한 전쟁 장기화로 물동량 감소 등 전반적인 수요 감소 가능성이 제기되며 갈수록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선박 운항에 따른 전쟁 보험료 부담이 갈수록 커지는 점도 부담이다. 통상 선박가치의 약 0.1% 수준이던 보험료는 최근 0.3~0.5% 수준까지 올랐으며, 일부 계약에서는 10배 이상 상승한 것으로 알려졌다. 초대형 원유운반선(VLCC) 기준으로는 1회 항해당 수십만 달러의 추가 비용이 발생하는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호르무즈 해협 장기 봉쇄는 해운업계의 수익 구조의 변화를 시험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며 “단순한 운임 상승으로 수익이 증가하는 측면을 고려할 것이 아니라 유가 급등 장기화 속 선박 운항 축소와 전반적인 수요가 줄어들 수 있다는 점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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