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상 올가 토카르추크 두 번째 단편집 출간
(서울=연합뉴스) 김기훈 기자 = 2018년 노벨문학상을 받은 폴란드 작가 올가 토카르추크의 두 번째 단편소설집 '여러 개의 북을 두드리며'가 번역 출간됐다.
이 책은 '다성악적 서사'와 '별자리 소설'이라는 토카르추크 고유의 문학적 형식이 본격 시작되는 대표작으로 꼽힌다.
토카르추크 역시 이 작품집을 두고 "내게는 서술자를 훈련시키기 위한 일종의 체육관 같은 책이었다"고 말한 바 있다.
서술자에 대한 탐구는 토카르추크 문학의 고갱이를 이루는 핵심 주제다. 이야기를 기록하는 방식에 따라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 또한 달라지며, 서술 방식의 변화를 통해 인식의 새 지평을 열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작가는 다양한 메타픽션을 실험한다.
이를테면 작품집의 첫 문을 여는 '눈을 뜨시오, 당신은 이미 죽었습니다'에서는 추리 소설의 독자가 자신이 읽고 있는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 서사에 개입하며 현실과 허구의 경계를 탐구한다.
'체 게바라'는 1981년 12월 비상계엄 선포 직전의 폴란드를 배경으로 한 작품이다. 하지만 토카르추크는 역사의 충실한 재현에 머물지 않고 현실과 환상을 넘나든다.
마지막 수록작이자 표제작인 '여러 개의 북을 두드리며'에서 이런 형식적 실험은 절정에 달한다.
"세상에 고정된 지점 같은 건 없고, 정해진 방향도 중심도 없어. 오직 끊임없는 흐름, 그리고 무언가가 생겨났다가 한순간에 사라지는 움직임만 있을 뿐."(548쪽)
이 이야기에는 중심 인물도, 중심 서사도 없다. 자아 역시 고정된 실체가 아니라 장소와 상황, 타인의 시선에 따라 달라진다.
작품의 서술자는 '하나의 나'라는 고정관념을 내려놓고, "마술사가 모자에서 토끼를 꺼내듯" 내부에 잠재해 있던 여러 인물을 불러낸다. 이를 통해 자아란 "끊임없이 흔들리며 매 순간 다른 자신을 연주하듯 살아가는 존재"란 사실을 일깨운다.
"코르넬리아는 우리에게 자주 이야기했다. 세상 도처에 유사성이 존재한다고. 그저 관점의 차이일 뿐, 모든 존재는 서로 닮아 있다고. 유사성은 사물들을 연결하여 정교한 그물처럼 엮고, 부드러운 질서 속에서 유지될 수 있도록 세계의 뒤엉킨 머리카락을 매만진다."(534쪽)
이 책은 '별자리 소설'이란 토카르추크 문학 세계의 출발점으로도 평가된다. 작품마다 반복되는 이미지와 주제를 이어가며 자신만의 별자리를 그려내도록, 토카르추크는 독자에게 능동적 독서를 요구한다.
그런 만큼 그의 작품은 쉽게 읽히지는 않는다. 줄거리나 주제 역시 한마디로 요약하기 어렵다. 철학적 문장과 파격적 서사로 이뤄진 난해하면서도 매혹적인 작품이다.
번역을 맡은 최성은은 '옮긴이의 말'에서 "'여러 개의 북을 두드리며'는 제목 그대로, 마치 여러 개의 북을 동시에 연주하듯 다양한 템포의 이야기들과 서로 다른 음색의 서사들을 펼쳐 보이며 독자의 감각을 뒤흔든다"며 "고정된 자아를 잠시 내려놓고 세계의 박동에 자신을 내맡기는 태도, 바로 이것이 이 작품이 제안하는 미학"이라고 설명했다.
은행나무. 최성은 옮김. 568쪽.
kih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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