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정치 | 플레이 로그②] “준비된 플레이어만 살아남는다”…출마 가로막는 결심의 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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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정치 | 플레이 로그②] “준비된 플레이어만 살아남는다”…출마 가로막는 결심의 벽

투데이신문 2026-05-07 14:28:44 신고

3줄요약

한국 정치는 청년들에게 ‘만렙’ 플레이어들의 전쟁터에 홀로 던져진 ‘뉴비(Newbie)’와도 같다. 수십 년에 걸쳐 다져온 견고한 조직과 막대한 자금, 촘촘한 인맥이라는 ‘전설급 아이템’을 풀 장착한 기성 정치인들 사이에서 청년들은 기본 장비조차 없이 맨몸으로 뛰어드는 신생 캐릭터다.

그럼에도 이 게임에 접속하는 청년들이 있다. 새로운 정치 플랫폼과 시민 네트워크를 장비 삼아 자신만의 진입로를 개척하는 이들에게, 오는 6·3 지방선거는 첫 실전 서버다.

출마 결심은 첫 튜토리얼, 후보 준비는 전략 설계 구간, 공천은 통과 못 하면 즉시 탈락하는 관문 스테이지, 선거는 자원과 조직이 동시에 요구되는 최종 레이드(Raid)다. 각 단계마다 넘어야 할 미션이 있고, 게임 오버를 부르는 실패 조건이 존재한다.

〈투데이신문〉은 초당적 비영리 정치 스타트업 ‘뉴웨이즈(NEWWAYS)’와 함께 설문조사와 심층 인터뷰를 토대로 청년 정치라는 난이도 최상 게임의 플레이 기록을 따라가 봤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해 인공지능(AI)으로 제작한 이미지 [출처=ChatGPT]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해 인공지능(AI)으로 제작한 이미지 [출처=ChatGPT] 

미션 1:  정치인이 되겠다고 ‘결심’하라

한국 정치에서 청년의 ‘등판’은 그 자체로 뉴스다. 그러나 정작 그들이 경기장에 들어서기 위해 어떤 ‘입장료’를 지불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우리 사회는 오랫동안 침묵해 왔다. 청년 정치의 첫 번째 관문은 공천도, 본선도 아니다. 바로 ‘내가 정치를 하겠다’는 결심 그 자체다.

취재 현장에서 만난 출마 포기 청년들에게 이 결심은 단순한 포부가 아니었다. 지금까지 쌓아온 삶의 궤적을 이탈해 실패 가능성이 높은 게임에 뛰어드는 선택에 가까웠다.

때문에 청년 정치의 첫 관문은 ‘출마’가 아니라 ‘결심’이다. 그러나 이 단계에서부터 이미 상당수가 멈춰선다. 정치 참여 의지가 없는 것이 아니라, 그 의지를 현실로 옮기는 순간 마주하는 장벽이 지나치게 높기 때문이다.

〈청년 정치 | 플레이 로그〉는 이번 편부터 청년 정치의 가장 첫 관문인 ‘결심의 문턱’을 본격적으로 따라간다. 실제 출마를 고민했거나 준비했던 청년들을 취재해 왜 이들이 정치 참여 의지를 품고도 결국 출마를 포기하게 되는지 그 과정에서 마주한 현실의 벽을 들여다봤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해 인공지능(AI)으로 제작한 이미지 [출처=ChatGPT]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해 인공지능(AI)으로 제작한 이미지 [출처=ChatGPT] 

퀘스트1 가능성과 현실의 간극을 넘어서라

청년 정치의 높은 문턱은 숫자로도 확인된다. 정치 스타트업 뉴웨이즈가 지난해 7월 부트캠프 참여자(알럼나이) 9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44%(22명)가 출마를 고민하거나 계획하고 있었지만 실제 출마를 확정한 비율은 20%(10명)에 그쳤다. ‘하고 싶다’는 가능성과 ‘하겠다’는 현실 사이에 거대한 간극이 존재한다는 방증이다.

출마를 포기한 보좌진 출신 김정희(가명·30대) 씨는 “정치를 하고 싶다는 마음은 있었지만 출마를 고민하는 순간 완전히 다른 문제가 됐다”며 “단순한 선택이 아니라 삶 전체를 걸어야 하는 결정이었다”고 회상했다.

청년이 정치를 하겠다는 것은 단순한 의지의 문제가 아니다. 출마를 결심하는 순간부터 생계와 커리어, 인간관계, 미래 계획까지 삶 전체를 다시 설계해야 하는 현실이 청년들의 발목을 붙잡고 있었다. 이렇듯 높은 진입 장벽이 잠재적 후보자들을 결심 단계에서부터 걸러내는 ‘체’ 역할을 하고 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해 인공지능(AI)으로 제작한 이미지 [출처=ChatGPT]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해 인공지능(AI)으로 제작한 이미지 [출처=ChatGPT] 

퀘스트2 자금·경력 격차를 버텨라

가장 큰 장벽은 단연 ‘생계’였다. 설문 응답자의 가장 많은 57%(13명)가 생계 병행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기성 정치인들에게 정치가 커리어의 연장선이라면 청년들에게는 당장의 월급을 포기해야 하는 ‘경제적 결단’에 가깝다.

후보로 확정돼 선거를 준비하게 되면 선거 기탁금과 사무실 임차료, 홍보물 제작비 등 수천만 원에 달하는 비용이 필요하다. 사회초년생의 퇴직금을 통째로 쏟아붓고도 부족해 빚으로 남을 가능성도 적지 않다.

선거 비용 보전 제도나 각 정당의 청년 지원 정책 역시 조직력과 자본이 부족한 청년 후보들에게는 사실상 ‘사후 보상’에 가깝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장 투입할 종잣돈이 없는 이들에게는 그림의 떡이라는 의미다.

또 다른 출마 포기자 대학원생 김민주(가명·29) 씨는 “기초의원 선거만 해도 수천만원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듣고 현실을 체감했다”며 “사회초년생에게는 사실상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이라고 말했다.

경력 문제 역시 청년들에게는 또 다른 장벽이다. 사회 경험이 비교적 짧은 청년들은 젊음을 내세우기에는 전문성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기 쉽고, 반대로 경력을 쌓기에는 정치에 뛰어들 시간이 부족하다. 결국 시작 전부터 자신의 경쟁력을 끊임없이 증명해야 하는 압박에 놓인다.

출마를 고민하다 끝내 다음 선거를 기약한 대학생 김민철(가명·23)씨는 “포스터 하나 붙이는 것조차 부담인데 주변 후보들은 석·박사 학위나 시민단체 활동 경력을 갖춘 경우가 많았다”며 “유권자들에게 내 경쟁력을 증명할 자신이 서지 않았다”고 토로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해 인공지능(AI)으로 제작한 이미지 [출처=ChatGPT]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해 인공지능(AI)으로 제작한 이미지 [출처=ChatGPT] 

퀘스트3 모든 것을 걸거나, 물러서라

더 큰 문제는 청년 정치에 사실상 ‘플랜 B’가 없다는 점이다. 선거를 위해 모든 것을 쏟아부었지만 낙선하면 곧바로 경력 단절로 이어진다. 다음 선거를 준비하는 것 자체도 청년들에게는 무모한 도전처럼 느껴진다.

기성 정치인들은 낙선 이후에도 돌아갈 기반이 남아 있는 경우가 많지만 청년들에게 실패는 곧 생계 불안과 사회적 고립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국회 보좌진 출신 유정훈(가명·30대 중반) 씨는 “정치는 사실상 ‘4년 계약직’”이라며 “다른 직업은 시험이나 채용을 통과하면 경력을 이어갈 수 있지만 정치인은 당선되지 못하는 순간 직업 자체가 사라진다”고 지적했다. 

결국 청년에게 정치 도전은 단순한 ‘도전’이 아니라 사실상의 ‘올인’에 가깝다. 안정적인 직장과 커리어를 잠시 미루는 수준이 아니라 삶의 방향 자체를 바꾸는 선택이 되기 때문이다.

실패했을 때 감당해야 하는 비용 역시 단순한 금전적 손실에 그치지 않는다. 경력 공백과 사회적 낙인, 인간관계 단절, 미래에 대한 불안까지 모두 개인이 홀로 떠안아야 한다.

특히 청년 세대는 아직 충분한 자산과 사회적 안전망을 갖추지 못한 경우가 많다. 결국 정치에 도전할 수 있는 사람 자체가 경제적·사회적으로 일정 수준 이상의 여유를 가진 일부로 제한될 수밖에 없는 구조가 형성된다. 청년 정치의 문제는 개인의 열정 부족이 아니라 누가 실패를 감당할 수 있느냐의 문제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해 인공지능(AI)으로 제작한 이미지 [출처=ChatGP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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퀘스트4 편견의 포위망을 뚫어라

청년들은 주변의 차가운 시선과 사회적 낙인 역시 감당해야 한다. 청년의 정치 참여는 종종 ‘성공을 위한 지름길’이나 ‘무모한 객기’ 정도로 치부된다.

김민철씨는 “정치를 하겠다고 말하는 순간 ‘학교 공부나 하지 무슨 기초의원이냐’는 핀잔부터 정치색을 멋대로 단정 짓는 시선까지 따라왔다”며 “내 모든 것이 발가벗겨지는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김민주씨 역시 “청년이라는 타이틀을 빼면 전문성이 무엇이냐는 질문을 끊임없이 받아야 했다”며 “기성 정치인들에게는 요구되지 않는 기준이 청년들에게 더 엄격하게 적용되는 현실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청년 정치 도전자들은 선거 경쟁만 치르는 것이 아니라 정치 참여 행위에 대한 사회적 인식과도 동시에 싸워야 하는 상황에 놓여 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해 인공지능(AI)으로 제작한 이미지 [출처=ChatGP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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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테이지 통과를 위한 ‘권장 스탯’

결심의 문턱을 낮추지 않고서는 ‘젊은 정치’도 존재하기 어렵다. 결국 한국 정치에서 청년의 결심은 경제적 파산과 경력 단절, 사회적 편견이라는 거대한 리스크를 동시에 감수하겠다는 ‘독한 다짐’을 전제로 한다.

청년들은 문제의 원인을 개인 역량 부족이 아닌 정치 구조 자체에서 찾고 있었다. 김정희씨는 “청년이 자기 힘만으로 정치를 하겠다는 건 분명한 한계가 있다”며 “기존 시스템을 바꿔 청년들에게 길을 터줘야 한다”고 말했다.

실패 리스크를 완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이어졌다. 김민철씨는 “지금은 실패가 곧 재기 불능으로 이어지는 구조”라며 “이런 상황에서 청년들에게 도전하라고 말하는 건 너무 가혹하다”고 지적했다.

정당의 변화 필요성도 제기됐다. 유정훈씨는 “정당 입장에서 청년을 장기적으로 키울 유인이 부족하다”며 “구조 자체가 기존 정치인과의 경쟁 구도로 설계돼 있어 청년 진입을 막고 있다. 이를 개선할 제도적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출마를 결심하기까지 정치 지망생에게는 어떤 준비가 필요할까. 요구되는 능력치는 단순한 열정만이 아니다. 이미 이 단계부터 일정 수준 이상의 ‘준비된 플레이어’를 전제로 한다.

뉴웨이즈 조사 결과 정치인을 준비하는 청년들은 정당 가입과 출마 지역 설정, 유권자 분석, 정치적 메시지 정리, 선거 비용 마련, 지지 기반 구축 등 사전 준비가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게임으로 치면 캐릭터를 생성하기도 전에 기본 장비 스스로 갖춰야 하는 구조인 셈이다.

또한 문제를 구조적으로 바라보는 분석력과 자신의 목표를 설계하는 기획력도 요구된다. 여기에 조직 운영 경험과 특정 분야의 전문성, 사회 이슈에 대한 지속적인 활동 경험 역시 중요한 요소로 꼽힌다.

나아가 자신의 생각을 외부로 확산시킬 수 있는 영향력 또한 중요한 자산이다. 강연과 기고, 콘텐츠 생산, 네트워크 구축 등 정치 입문 이전 단계에서부터 이미 일정 수준 이상의 공적 활동 경험이 요구되는 셈이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해 인공지능(AI)으로 제작한 이미지 [출처=ChatGPT]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해 인공지능(AI)으로 제작한 이미지 [출처=ChatGPT] 

이 같은 현실 속에서 청년 정치의 지속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개인의 ‘도전 정신’에만 기대는 방식이 아니라 정당 차원의 체계적인 육성·지원 구조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정치싱크탱크 VALID 디지털전환팀의 김민재 연구자는 “청년들이 정치에 많이 도전해야 한다는 말은 반복되지만, 정작 그러한 도전을 정당들이 충분히 뒷받침하지는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김 연구자는 “생물학적 나이에서 비롯되는 한계를 완전히 해결할 수는 없겠지만, 정치가 사회의 다양한 요구를 담아내기 위해서는 다양한 세대가 실제 정치 과정에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며 “청년들이 정당 안에서 육성 시스템에 따라 체계적으로 교육받고 다양한 경험을 쌓아 내각과 의회, 정당 내에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정치적 도전이 실패했을 경우에도 정당의 테두리 안에서 경험과 자원을 축적하며 다시 도전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12·3 내란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청년들의 역할이 컸던 만큼, 이들의 정치적 에너지가 일회성 참여로 끝나지 않고 장기적인 제도 정치 참여로 이어질 수 있도록 청년 정치의 지속 가능성을 제도적으로 뒷받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치가 ‘그들만의 리그’를 넘어 전 세대의 목소리를 담아내기 위해서는 청년들이 게임에 접속조차 하기 어려운 지금의 가혹한 ‘로그인’ 과정부터 바뀌어야 한다. 결국 청년 정치의 지속 가능성은 더 많은 청년들이 중도 포기하지 않고 정치라는 게임에 참여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데 달려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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