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컬처 권수빈 기자] 올해 46번째를 맞이하는 '전통공예명품전'은 과거에 멈춰 있기 쉬운 전통 기술이 어떻게 현대 사회의 일상 속 기물로 자연스럽게 녹아들 수 있는지 보여준다. 올해 주제인 '전승의 오늘'에 맞춰 시대적 요구를 충실히 반영해 선조들의 낡은 기법을 고수하면서도 오늘날의 미감과 실용성을 절묘하게 배합한 작품들을 집중적으로 조명한다.
전시는 오는 14일부터 22일까지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국가무형유산전수교육관 별관 전시장 '올'에서 시작된다. 국가무형유산기능협회와 공동으로 주관하는 행사는 수십 년간 국가무형유산 보유자 및 협회 소속 장인들의 작품을 꾸준히 소개해 온 국내 최고 권위의 공예 전시 중 하나다. 반세기 가까운 굵직한 발자취를 남기며 산업화 속에서 명맥이 끊길 위기에 처한 전통 수공예의 생태계를 보존하고, 현업 장인들의 창작 의욕을 고취하는 역할을 맡았다. 개막을 하루 앞둔 13일 오후 2시에는 전시의 시작을 알리고 우수 창작자를 격려하는 시상식이 열린다. 전시장에는 총 128점에 달하는 수공예품이 관람객을 맞이한다.
2018년부터는 공예 분야 발전에 헌신한 인물 3인을 선정해 국가유산청장상을 수여했다. 올해 최고 영예인 천공상에는 나전장 보유자 이형만 장인의 '기러기 무늬 찻상'이 선정됐다. 기본 골격에 생칠과 삼베를 덧대어 뼈대의 내구성을 극대화한 뒤 자개를 일일이 자르고 다듬는 고도화된 줄음질과 끊음질 방식으로 안식의 상징인 기러기를 상판 중앙에 세밀하게 새겨 넣은 수작이다.
명공상은 탕건장 전승교육사인 김경희 장인의 '사방관'에게 돌아갔다. 과거 유학자들이 실내에서 주로 착용하던 네모반듯한 관모를 재현한 작품으로, 말총 소재 고유의 탄력과 반투명한 질감을 고스란히 살려 조선 선비 특유의 절제된 기품을 구현했다.
사경 분야의 김경미 작가는 '감지 금니 법화경 약찬게(절첩본)'를 출품해 명장상을 거머쥐었다. 쪽빛으로 짙게 염색한 종이 위에 옻칠과 옥 연마 처리를 거친 뒤 금가루 안료를 사용해 불교의 가르침을 담은 1,008자의 글귀와 형상을 정갈하게 써 내려간 압도적인 정교함이 돋보인다.
관람객들은 수백 번의 붓질과 연마 과정을 견뎌내고 탄생한 출품작들의 표면에서 시대를 초월하는 묵직한 장인정신을 엿볼 수 있다. 나아가 흙과 나무, 말총, 자개 등 자연의 투박한 소재가 숙련된 인간의 손길을 거쳐 어떻게 고유한 생명력을 지닌 예술품이자 실용기로 재탄생하는지 체감하게 된다. 과거의 탁월한 미학을 바탕으로 미래의 쓰임새를 창출해 내는 한국 전통공예의 자생력을 확인하는 자리가 될 전망이다.
뉴스컬처 권수빈 ppbn0101@nc.p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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