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부천] 김희준 기자= 어린이날 치러진 두 개의 ‘연고지 더비’에서 가장 화제가 된 사건은 단연 FC서울과 FC안양 경기에 나왔던 2007년생 김강의 팬 도발이었다. 김강은 서울 선수들과 충돌한 뒤 부심의 제지를 뿌리치고 서울 팬들에게 양 엄지를 내리는 도발을 해 다이렉트 퇴장을 당했다. 다만 해당 장면 직후 김강이 서울 팬들에게 사과하기도 했고, 양 팀 모두 경기 중에 일어날 만한 부적절한 행위였다는 데 동의하며 논란이 빠르게 식었다.
도의적으로 더 문제가 됐던 사건은 부천FC1995와 제주SK 경기에서 나왔다. 후반 시작 전 제주의 김동준 골키퍼가 부천 응원석에 있는 부천 팬들에게 인사를 했다. 원정팀 골키퍼가 후반 시작 전 홈팀 응원석에 인사하는 건 일종의 관례다. 그런데 부천 팬들은 김동준에게 박수가 아닌 야유를 보냈다. 김동준이 왜 야유를 하냐며 자제해달라는 행동을 취하자 부천 팬들은 욕설과 야유로 답했다. 이후 부천 팬들은 후반 내내 김동준이 공을 잡을 때마다 야유를 퍼부었고, 심지어 김동준이 경기장에서 부상 치료를 받을 때조차도 비난을 쏟아냈다.
관련해 김동준은 경기 후 “오늘은 어린이날이다. 어린이들이 뭘 보고 배우겠는가”라며 “응원을 주도하는 분들이 엄청 욕을 했다. 오늘 부천은 경기에서도 지고 응원 매너에서도 졌다고 생각한다”라고 부천 팬들을 강하게 비판했다. 경기 후 소셜미디어(SNS)에도 자신에 대한 비판 댓글에 ‘나를 존중하지 않는 분들께 어떻게 존중을 하겠는가’라며 분노를 감추지 않았다.
부천 팬들의 야유는 부천 구단의 역사에서 기인했다. 2006년 당시 부천SK의 모기업인 SK가 제주도로 연고지를 옮기자 부천 서포터즈 헤르메스가 주축이 돼 2007년 창단된 구단이 바로 부천이다. 부천 팬들에게 그들을 버리고 떠난 SK와 그들의 팀 제주는 용서할 수 없는 팀이다. 부천 팬들이 제주와 관련한 모든 이에게 야유를 퍼붓는 건 일견 당연한 결과로도 보인다.
그럼에도 부천 팬들이 김동준에게 야유와 욕설을 한 건 비판받아 마땅하다. 부천 팬들은 축구계 불문율을 어겼다. 축구에는 규정에 명시되지 않은 불문율들이 있다. 이를테면 한 팀이 선수의 부상 치료를 위해 공을 터치라인 밖으로 보냈다면, 다른 한 팀은 스로인으로 공 소유권을 상대팀에 되돌려주는 것이 있다. 해당 상황에서 스로인으로 공격을 전개해도 규정상 문제는 없지만, 도의적으로는 비판받을 수밖에 없다.
원정팀 골키퍼가 후반에 홈팀 팬들에게 인사하고, 홈팀 팬들은 박수로 화답하는 것 또한 축구계 관례다. 다른 연고지 더비였던 서울과 안양 경기에서는 이 모습이 정확히 연출됐다. 안양 김정훈 골키퍼가 후반 시작 전 서울 응원석에 허리 굽혀 인사하자 서울 팬들은 김정훈에게 박수를 보냈다. 안양 원정팬들도 경기 후 서울 선수들이 다가와 인사하자 박수를 건네는 품격을 보여줬다.
부천 팬들이 제주 선수인 김동준에게 야유를 보낸 것 자체를 잘못이라 보기는 어렵지만, 축구계 불문율을 어겼다는 측면에서 비판받아 마땅하다. 게다가 그 이후 욕설이 나오고, 부상 상황에서도 야유가 이어졌다면 그건 잘못된 행동이라고 말할 수 있다.
부천 팬들은 K리그1에 올라온 이후로도 3월 마무리 운동을 하는 울산 선수들에게 비방과 함께 이물질을 던졌고, 4월 제주 원정에서는 스티커와 테이프 등으로 제주월드컵경기장의 기물을 훼손했다. 이번 논란은 단순히 김동준에게 야유를 보낸 것만으로 촉발된 것이 아니다. 부천 팬들은 바뀌어야 한다. 자정 작용 없이 계속 같은 행동을 이어간다면, 그야말로 자신들이 사랑하는 부천 구단을 욕보이는 일이다.
사진= 풋볼리스트,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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