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센터' 만들면 해결? 도시-농촌 의료 격차의 진짜 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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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터' 만들면 해결? 도시-농촌 의료 격차의 진짜 원인

프레시안 2026-05-07 11:47:39 신고

3줄요약

최근 많은 보건의료 학회의 단골 주제는 통합돌봄이다. 그 중심축의 하나는 재택의료다. 지난 2월 보건복지부는 장기요양 재택의료센터 90곳을 추가 지정해 마침내 전국 229개 모든 시·군·구에서 422개 의료기관이 재택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게 되었다고 발표했다. 특히 의료취약지의 경우 기존의 의원급뿐 아니라 병원의 참여까지 허용하여, 해당 지역의 어르신도 재택의료 서비스를 받게 되었다고 홍보했다.

그러나 모든 지역에 센터가 '있다'는 것이, 모두가 비슷한 접근성과 서비스 질을 보장받는다는 뜻일까? 우리보다 앞서 비슷한 길을 걸어간 일본의 사례는 전국 229개 시·군·구 재택의료센터 운영에 앞서 좋은 시사점을 준다.(☞논문 바로가기: 일본의 재택 의료 서비스 자원의 지역적 격차: 2014년부터 2020년까지의 전국 데이터를 활용한 후향적 관찰 연구)

일본 정부는 2006년부터 가정의료지원진료소·병원(Home Care Support Clinics and Hospitals, 이하 HCSC) 제도를 도입했고, 2012년에는 강화형 HCSC를 별도로 뒀다. 모든 HCSC는 24시간 가정방문 진료체계를 갖춰야 하며, 강화형은 특히 응급방문과 임종 돌봄 영역에서 더 높은 수준의 서비스를 제공하도록 설계됐고, 그에 상응해 더 높은 수가가 책정돼 있다. 한국의 장기요양 재택의료센터(의사 월 1회 방문진료, 간호사 월 2회 방문간호)와 일본의 HCSC는 같은 모델이 아니지만, 두 나라 모두 고령화 속에서 재택의료 공급체계를 제도화하고, 살던 곳에서의 임종까지도 재택의료 범위에 포함시키려 한다는 점에서 비교해 볼 만하다.

그렇다면 이런 제도는 일본 전역에 고르게 자리 잡았을까? 연구진은 후생노동성이 공개한 데이터를 활용해 2014·2017·2020년 세 시점의 일본 2차 의료권(한국의 진료권역과 유사한 단위) 325곳을 분석했다. 각 지역의 65세 이상 노인 인구 대비 ① 재택의료를 제공하는 모든 의료기관, ② 모든 HCSC, ③ 강화형 HCSC의 수를 산출하고, 로렌츠 곡선과 지니계수로 지역 간 불평등을 측정한 뒤, 추가 분석으로 도시·중소도시·농촌(인구감소지역)으로 나누어 시간적 변화를 추적했다.

연구 결과 세 시점에서 재택의료를 제공하는 의료기관 전체의 지니계수는 0.21, 0.21, 0.22로 상대적으로 평등한 분포를 보였다. 그러나 HCSC의 지니계수는 0.33, 0.32, 0.31로 더 불평등했고, 강화형 HCSC는 0.39, 0.37, 0.38로 더 큰 격차를 드러냈다. 즉 '높은 질의 24시간 재택의료'를 표방한 강화형 HCSC가 일반 재택의료기관(0.21~0.22)에 비해 현저히 큰 지역 간 격차를 보였다.

통상 소득불평등 맥락에서 지니계수 0.4 이상은 상당한 불평등으로 해석된다. 이 임계값을 보건의료 자원의 분포에도 동일하게 적용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별도의 논의가 필요할 수 있으나, 강화형 HCSC 분포의 지니계수가 0.4에 근접하는 수치로 7년 간 거의 좁혀지지 않은 채 유지되었다는 점은 분명 눈에 띄는 지점이다. 도시·중소·농촌으로 나눈 추가 분석에서도 HCSC와 강화형 HCSC는 인구감소지역에서 꾸준히 가장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이같은 불평등에 복합적인 원인이 작용한다고 봤다. 도시는 환자들의 거주지가 가까워 가정방문이 효율적이지만, 농촌은 각각의 가정이 흩어져 있어 이동시간이 길고 수익성이 낮다. 농촌은 의사 확보와 24시간 호출 대기(on-call) 체계 유지가 어렵고, 이런 상황에서 주로 개인의원 의사들이 외래의 연장선으로 가정방문진료를 제공하는 경향이 있으나, 이들은 방문 가능한 환자 수가 제한적이며, 가정산소치료나 말기암 완화의료 같은 복잡한 상황은 관리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게다가 이들 의사는 이미 과중한 업무 부담에 시달리고 있다. 이 연구는 기관 수만 분석했기 때문에 도시-농촌 간 실제 재택의료 서비스 횟수 격차는 더 클 수 있다.

연구진은 해결방안으로 인구밀도가 낮은 지역의 강화형 HCSC에 대한 추가 수가, 원격의료 활성화 등을 제시했다. 그러나 두 해결책이 과연 효과가 있을지에 대해서는 비판적 시각을 가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강화형 HCSC는 이미 일반형보다 더 높은 수가를 받고 있는데도 7년 간 격차가 거의 좁혀지지 않았다. 수가 인상이라는 시장 인센티브가 도시-농촌 격차를 깨는 데 얼마나 효과적인지 진지하게 따져볼 필요가 있다. 원격의료 또한 한국에서 2014년 이후 도서벽지·농어촌·격오지 등 의료취약지를 대상으로 시범사업이 거듭되어 왔지만 그 효과성은 여전히 충분히 검증되지 않았다는 점을 생각하면, 단순히 가격 인센티브와 기술적 보완만으로 구조적 격차를 해소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한국의 통합돌봄과 재택의료 정책이 지금 진지하게 마주해야 할 질문은 "전국으로 확대하느냐"가 아니라 "확대하는 방식이 지역 격차를 줄이는 방향인가"일 것이다. 도시 중심 모델을 농촌에 그대로 펼치는 한, 센터의 숫자는 채워져도 양질의 24시간 재택의료에 대한 접근에서는 격차가 좁혀지지 않을 것이다. 단순히 의료취약지에도 센터가 '있다'는 데 그치지 않으려면, '농촌'의 재택의료 정책에 대해 새로운 접근이 필요하다.

* 로렌츠 곡선과 지니계수: 로렌츠 곡선은 자원이 인구에 어떻게 분포돼 있는지 시각적으로 보여주는 곡선이다. 가로축에 누적 인구(또는 지역) 비율, 세로축에 누적 자원 비율을 두고 그릴 때, 모두가 동일한 양의 자원을 가지면 45도 직선(균등분포선)이 나오고, 자원이 한쪽으로 쏠릴수록 곡선은 직선에서 아래로 휘어진다. 지니계수는 로렌츠 곡선과 균등분포선 사이의 면적을 균등분포선이 그래프 상에서 만드는 삼각의 면적으로 나눈 것이다. 0에 가까울수록 평등하고 1에 가까울수록 불평등하다.

*서지정보

Sun Y, Sakata N, Iwagami M, Yoshie S, Inokuchi R, Hamano J, Tamiya N. Regional Disparities in Japan's Home Healthcare Resources: A Retrospective Observational Study Using Nationwide Data from 2014 to 2020. J Gen Intern Med. 2025 Jul;40(10):2481-2484. doi: 10.1007/s11606-024-09285-6. Epub 2025 Jan 7. PMID: 39776399; PMCID: PMC12344025.)

▲서울의 한 대학병원.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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