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윤석열정부는 12·3 내란 직전 북한에 수차례 무인기를 보냈다. 드론작전사령부는 정상적 군사작전이라고 강조해 왔으나 실태는 달랐다. 암호모듈을 장착하지 않고 무인기가 돌아오지 못했을 때 군사정보가 지워지는 기능을 활성화하지 않았다. 특히 북한 군사지역에 넘나들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보내면 안 됩니다.” 김용대 전 드론작전사령관의 지시를 따른 간부들이 있지만 일부 무인기 조종사들은 달랐다. 무인기를 보내 북한이 민감하게 반응할 지역과 군사기지를 침범했다. 군 안팎에서는 “전쟁하자는 것”이라는 비판이 상당했다. 지시를 거부한 무인기 조종사들은 배제됐다. 침묵하거나 동조한 이들은 현재에도 자리를 유지하거나 진급했다.
작전 불가능
김 전 사령관은 북한 오물 풍선 도발에 대응하기 위한 심리전 목적으로 무인기를 투입했다고 강조해 왔다. 반대로 국방부는 군사작전 용도로 드론사가 날린 무인기를 사용할 수 없다고 결론 냈다. 평양 무인기 침투 작전에 쓰인 무인기는 ‘무기체계’가 아닌 ‘전력지원체계’라는 게 근거다.
전력지원체계는 군사작전을 직접 수행하지 않고 무기체계를 보조하는 장비 등을 일컫는다.
드론사가 평양에 보낸 무인기는 암호모듈(KCMVP)이 장착되지 않았다. 이른바 국가정보원의 암호모듈 검증 절차를 밟아야 한다는 국방부 내부 지침에도, 암호화가 안 된 중국산 항전 장비가 탑재돼있었다. KCMVP가 장착되지 않은 무인기가 북한 손에 들어가는 순간 날린 부대의 정보가 유출됐을 가능성이 크다.
비행경로와 같은 데이터를 북한군이 습득하면 군사정보가 적군에게 노출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 같은 위험성에도 불구하고 드론사는 평양 작전을 진행하기 이전부터 무인기에 KCMVP를 탑재하지 않았다. 실제 드론사 지휘부인 영관·위관급 장교 일부가 김 전 사령관에게 지시를 받고 KCMVP 장착을 배제했다.
이 작전은 평양 상공에 삐라(전단)를 살포한 뒤 복귀하는 것이 목적이었다. 작전은 실패였다. 우리 군이 설정한 북한 방공망에 걸리지 않는 최적의 왕복 궤적이 노출된 것이다. 발사 지점도 공개됐다. 이 대대는 김포에 위치해 있는데 발사 지점인 백령전진 기지 및 주둔지 정보가 북한에 넘어갔다.
실제 드론사 관계자들은 윗선에 “600m 고도는 안 된다. 더 높여야 한다. 낮으면 격추되고 600m는 걸린다”고 강조했다. 드론사 윗선은 “온천비행장을 제외해라”고 비행 직전에 지시했다.
무인기 탑재 군사정보 보호장치 의도적 비활성화
북한에 기밀 넘어갔다면…“일반이적죄 처벌 필요”
드론사는 2024년 6월부터 ‘무인기 공작’을 준비하면서 같은 해 9월부터 평양뿐만 아니라 북한의 남포 잠수함, 호버크래프트(공기 부양정) 군 기지를 비행했다. 이렇게 드론사가 북한에 무인기를 보낸 횟수는 총 20여회에 달한다.
무인기 추락 시 비행경로 데이터가 자동 삭제되는 군사기밀 정보 안전장치인 디택티드 크래시도 작동하지 않았다. 이때도 드론사 윗선은 “안전장치를 꺼라”라고 무인기 조종사들에게 지시했다. 드론사가 북한에 날린 무인기는 이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거나 의도적으로 장치를 껐던 것으로 전해졌다.
심지어 해당 무인기는 드론사가 처음 도입하기 전부터 연구개발 및 교육훈련용 항공 장비에 가까웠다. 앞서 국방과학연구소(ADD)는 2023년 2월 ‘저가형 소형 무인기 연구’를 위한 입찰 공고를 내고, 한국항공우주산업(KAI)과 계약을 맺어 무인기 100대를 납품받았다.
연구개발용인 만큼 예산에는 국과연이 보유한 기술료 32억원이 투입됐다.
국과연은 납품받은 무인기 100대 중 86대를 같은 해 8월 드론사에 무상으로 넘겼다. 군사 작전용이 아닌 연구개발용에 불과했던 무인기들이 평양 작전에 투입된 것이다.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부승찬 의원이 국군방첩사령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방첩사는 드론사 무인기에 대해 2024년 8월14일 보안 점검 결과 ▲KCMVP 미적용 ▲임무 계획 프로그램 보안 대책 미흡 등을 이유로 ‘재측정 필요’를 통보했다. 드론사가 군사정보 노출의 위험성을 알면서도 평양 작전을 강행했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내란 특검팀 수사 시작되자 잇단 증거인멸
일부 장교는 허위진술 국방부 징계도 안 받아
방첩사는 지난해 6월에도 드론사 무인기를 재측정했지만, 여전히 KCMVP 기능 설정 등이 미흡해 ‘후속 조치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같은 달 드론사는 백령도 최전방 지역에 있는 작전 기체에 KCMVP를 전부가 아닌 절반가량만 장착했다. 세 달 전인 2025년 3월에는 경기도 연천군 청산면 백의리 지역 내 업체주관 비행(드론사 대대·드론교육센터 참관) 시 미등록 기체 셧다운이 발생하기도 했다.
드론사 조종사들은 문제의 기체에 대해 윗선이 비행을 지시했고 지상 점검 당시 불량 문제를 보고했음에도 강행했다고 한다.
내란 특별검사팀(특별검사 조은석)의 수사가 시작되자 드론사는 증거들을 없애기 시작했다. 북한에 무인기를 날린 팀원들은 좌천되거나 뿔뿔이 흩어졌다. 김 전 사령관의 지시를 이행했거나 묵시적으로 동조했다고 비판받은 이들은 ‘엘리트 코스’를 밟고 표창장을 받았다.
구체적으로 드론사 간부 및 일부 무인기 조종사들의 보직에는 문제가 없었다. 반면 한 대대 소속 3명 중 2명의 팀장은 평양 작전에 반대했다가 실 작전 비행 임무에서 배제됐다.
드론사는 평양 작전을 포함해 북한에 무인기를 보낸 자료를 인멸했다. 보안 업데이트라는 이유로 주요 내용을 덮어쓰거나 수사기관의 디지털 포렌식에 대비해 GCS(지상통제시스템) 내용을 지우고 새로 설치하기까지 했다.
전쟁 원했나
표창을 받은 드론사 중대장은 전단통 및 3D 프린터물과 내용물 같은 장착 옵션을 직접 파괴했다. 다른 대대장은 북한에 보낸 무인기에 탑재된 SD카드를 훼손했고 한 위관급 장교는 “김 전 사령관과 통화한 적이 없다. 보안폰(비화폰)에 기록도 없고 다른 사람과의 통화도 마찬가지”라고 내란 특검팀에 허위로 진술했다.
이 같은 불법 행위를 한 대다수의 드론사 간부들은 징계는커녕 진급한 이들도 다수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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